<앵커멘트>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영아가 2배 넘게 늘었다는데요.
살기가 힘들어서, 또 원하지 않는 아이를 가졌다고 이렇게 아이를 버린다는데요.
오언종 아나운서, 이렇게 버릴 거면 정말 왜 낳았나 싶어요?
<기자 멘트>
네, 대체 왜 이런 비정한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저도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참 씁쓸한데요.
이 같은 영아유기 사건이 대부분 생모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기침체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 영아유기의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춘천의 한 원룸촌 골목. 이 곳에서 지난해 12월 30일, 버려진 영아가 발견됐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119 구급차가 오니까 무슨 일이 났나 하고서 나가봤죠.”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깜짝 놀랐죠. 아무리 세상이 그래도 이렇게 애를 버린다는 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던 사건 당일, 건물이 마주하고 있는 담벼락 사이에 나 있는 좁은 공간이 바로 유기된 영아가 있던 곳인데요.
이웃 주민에 의해 뒤늦게 발견된 아기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창학 (팀장/ 춘천경찰서 강력3팀) : “아이는 이미 사망된 상태였죠. 사망해서 구석에 있는 상태. 사망한 지 그 당시에 봤을 때는 대략 10시간 넘었죠.”
그런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더욱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아기가 바로 그 자리에서 태어났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던 건데요.
<인터뷰> 이창학 (팀장/춘천경찰서강력3팀) : “탯줄을 자른 것도 아니고. 애가 탯줄까지 다 있으니까 태반하고. 피 같은 게 흥건히 있었죠.”
현장에 남겨져 있던 출산의 흔적들을 토대로 시작된 경찰의 수사.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뒤, 아기를 버린 범인이 붙잡혔는데요, 22살의 김모 씨! 바로 아이를 낳은 생모였습니다.
<인터뷰> 이창학 (팀장/ 춘천경찰서 강력3팀) : “자기가 원해서 가진 아기가 아니고 결혼해서 가진 아이도 아니기 때문에 숨기고 싶었지 그걸 부모나 주변사람들한테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병원 진료 받은 사실도 없고.”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됐다는 김 씨.
결국 인적이 드문 원룸촌을 찾아 혼자 출산을 감행했던 겁니다.
하지만 혹한의 날씨 속에 핏덩이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김 씨는 결국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지난달 20일, 강원도 강릉에서도 영아유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인수 (팀장/ 강릉경찰서 강력2팀) : “여기 살고 있는 주민이 바람 쐬려고 나왔다가 여기서 고양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 울음소리 같기도 한 게 들려서 나와서 확인해 보니까.....”
울음소리의 정체는 바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남자 아기.
아파트 단지 내의 쓰레기 처리장에서 발견된 아기는 바로 병원 응급실로 보내졌고 검사 결과 생후 1일 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임이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박인수 (팀장/ 강릉경찰서 강력2팀) : “병원 측에서 혈당수치를 쟀는데 66이하가 나왔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애 몸무게 2.67kg이고 혈당수치가 66이하이기 때문에 생후 24시간 이내로 본다는 의사의 소견이죠.”
조금만 더 늦게 발견됐더라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는데요.
<인터뷰> 박인수 (팀장/ 강릉경찰서 강력2팀) : “발견 당시가 영상 1도였기 때문에 아주 쌀쌀한 날씨였습니다. 옷을 입힌 것도 아니고, 다만 보자기에 감싼 상태였기 때문에 저체온현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상황이었죠.”
응급 처치를 끝낸 뒤 보육기관에 위탁된 아기는 다행히 현재 건강한 상태라고 하는데요, 경찰은 아이의 생모의 존재와 함께 유기범의 존재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 달 사이, 이와 같은 영아유기치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경찰청에 따르면 영아유기 사건은 2009년 52건, 2010년 69건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지난해는 127건으로 2년 새 두 배가 넘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제 더 이상 원치 않은 임신 혹은 미혼모들에게만 영아유기범죄가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수정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 “단순히 무책임한 임신에 따른 결과라기 보다는 장기간 동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주변 환경들이 열악해지면서 산모나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냐 , 지금 이렇게 보이는 거죠.”
이런 영아유기가 많아지자 한 종교단체에서는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져 길바닥에서 숨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를 안전하게 두고 갈 수 ‘베이비 박스’를 만든건데요.
올들어 이 베이비 박스를 통해 맡겨진 아이가 13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종락 (목사/ 주사랑공동체 교회) : “아이를 포기하면 안돼요. 버리면 안돼요.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거든요. 어차피 버려놓으면 일평생 가슴에 묻게 돼요. 이래도 저래도 가슴에 묻게 되면 차라리 안고 눈물을 흘리는 게 훨씬 행복해요.”
하지만 이 베이비박스가 영아유기를 더욱 확산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인 만큼, 영아유기치사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힘든 세태 속에서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영아유기 사건.
사회적 타살로 불리는 영아유기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더욱 절실합니다.
첫댓글 억장이 무너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