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286) - 젊은이들이여, 바른 시민이 되라
첫눈이 오고 첫얼음이 언다는 소설(小雪)을 앞에 두고 눈이 내렸다. 올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눈이 많이 내리고 평년보다 추운 날이 많겠다는기상청의 예보다.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라.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이 암살된 지 50주년이 되었다. 그는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에서 카퍼레이드 도중 리 하비 오스월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1960년, 나는 그때 고등학생이었는데 43세의 젊은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국민 여러분, 조국이 당신을 위행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라고 역설한 것을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말은 국민과 정부의 패러다임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린 메시지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케네디가 미국에 남긴 유산을 이렇게 평가했다. '케네디는 불가능한 일에 맞서 싸웠다. 바람을 거슬러 항해할 때면 그렇게 했다. 그는 호화로울 수 있었던 삶을 버리고 각축장에서 지냈고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남겼다. 그가 우리의 상상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가 미국의 국민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강조한 게티스버그 연설 150주년도 이번 주(11월 19일)에 들어 있으니 우리 모두 소중하게 가꾸어온 민주대한의 헌법정신이 바로 서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힘쓰도록 다짐할 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부부와 함께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50주기 이틀 전인 20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묘역을 찾아 화환을 바친 뒤 추모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고교 시절 케네디 전 대통령과 직접 악수한 인연이 있다. 묘역 중앙엔 케네디를 추모하는 ‘불멸의 불꽃’이 365일 단 한순간도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에 조카의 결혼식이 부산에서 있어 해운대에서 2박하며 바닷가와 숲을 거닐고 인근의 범어사를 돌아보는 등 호젓한 시간을 가졌다. 휴양지에서 느긋하게 보낸 시간이 오붓하고 새로운 인생을 여는 혼례의 경쾌한 리듬이 삶의 향기를 돋운다. 식을 마치고 인사하는 신랑, 신부에게 '행복한 날들로 나아가라'고 격려하였다.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이여, 밝은 날을 꿈꾸며 빛을 발하라.
부산에 간 김에 일본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갑작스런 제안에 몇몇 친지들이 동참하여 18일부터 21일까지 3박4일의 규슈여행 팀이 형성되었다. 후쿠시마원전의 방사능 유출과 최근의 한일관계가 긴장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행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데 그런 탓인지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의 탑승객이 평소보다 적다. 파격적인 가격의 여행상품에 참여한 이들은 총 47명, 버스 한 대가 꽉 찬다. 부산에서부터 같이 한 가이드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과 일본여행자들을 두루 안내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으로 적지 않은 인원을 능숙하게 인솔하며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열성으로 전달하여 좋은 평판을 받았다.
규슈지방 여행은 이번으로 여덟 번째, 전문적인 역사문화탐사와 연수코스로도 참여한 바 있는데 올 때마다 새로운 곳을 들르고 모르던 사실도 깨치게 되어 늘 흥미와 감동이 뒤따른다. 여행지는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를 왕복하는 배편을 이용하여 온천지로 유명한 벳부와 유후인, 규슈제일의 도시 후쿠오카와 학문의 신을 모신 다자이후(太帝府) 천만궁, 옛 전통이 남아있는 고쿠라 시 등 규슈북부를 돌아보는 코스다. 후쿠오카와 온천지, 다자이후 신궁은 여러 차례 들렀지만 계절과 시간이 달라 느낌이 새롭고 처음 찾은 오이타현의 우도(宇佐)신사와 히가시시아아(東推屋) 폭포, 고쿠라성과 탄가시장은 나름대로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이어서 흥미로운 볼거리다. 쾌적한 숙소와 깔끔한 음식이 만족스러웠고 조주원 가이드의 풍부한 지식과 열정이 가득한 멘트가 여행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사흘간 아침저녁으로 목욕하고 매일 저녁 일행들과 윷놀이로 여흥을 즐기는 것도 좋았고.
나는 여행을 통하여 눈으로 보는 관광(觀光), 귀로 듣는 관음(觀音), 글로 읽는 관서(觀書), 마음을 수련하는 관덕(觀德), 역사와 지리를 꿰뚫는 관통(觀通)의 덕목을 깨쳤는데 이번에는 전문 가이드를 통하여 젊은 세대가 보는 역사와 문화의 인식, 특별히 최근에 급격하게 증폭되는 한류의 면목을 새롭게 터득하는 관음(觀音)의 기회가 유익하였다. 고쿠라 시에서 그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숙연한 마음이었다. 지난봄 조선통신사 걷기 행사 때 히로시마원폭기념관에서 원폭투하 예정도시를 살폈는데 그때는 고쿠라가 후보도시에 들은 것을 심상히 여겼다. 그런데 막상 고쿠라시를 방문하여 그 도시가 나카사키보다 먼저 투하대상으로 꼽혔다가 때마침 기상상황이 안 좋아서 원폭장전비행기가 나카사키로 향하였다. 고쿠라에서 멀지 않은 그곳도 악천후라 회항하려는 순간에 구름이 걷혀 원폭이 투하되었다는 이야기, 수십만의 생사가 오가는 운명을 누가 결정하였을까?
돌아오는 중 배에서 본 일본신문에는 관방장관이 안중근 의사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이에 한국 외교부가 크게 불만을 나타냈다는 기사와 케네디 대통령이 가고 싶어 한 일본을 그의 딸이 대사가 되어 부임하는 장면을 만화로 그린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정부 간의 껄끄러운 대응보다 민간교류의 증폭이 더 좋은 방책 아닐까?
부산에서 조주원 가이드의 명함을 받았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2002월드컵의 열혈 팬이었고 독일 월드컵에도 현지에 가서 활동하였다는 젊은 여성의 열린 자세와 기백이 마음에 들어 2002월드컵을 소재로 쓴 책, '아들아, 대한의 골키퍼가 되라'를 한 권 보내주려는 마음이어서. 그녀의 말, '반듯한 세상이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책 꼭 보내주세요. 열심히 읽을게요.'
고등학생 때 케네디대통령을 만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이렇게 적었다.
'1962년 7월 18세이던 나는 미국 적십자사 초청으로 한 달 동안 미국을 방문했다. 이때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냉전이 한창이던 철의 장막 시대에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젊은 학생들에게 케네디 대통령은 "세계에 많은 나라가 있는데 정부끼리는 잘 지내기 어렵더라도 사람들끼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면서 "여러분이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이다"고 했다. 난 세계 젊은이들과 만날 때마다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계 시민이 돼라. 그리고 세계에 봉사하는 것이 바로 여러분의 국가를 사랑하는 것이다'(조선일보 2013. 11. 22)
지난번 글에 필리핀 태풍에 의연금을 낸 김연아와 돕기를 제창한 고등학생 등 젊은이들의 밝은 자세를 높이 평가한 바 있거니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이여, 올바른 세계시민이 되라.
*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활력을 안겨준다. 한국보다 늦게 드는 단풍의 연한 색조가 아름답고 여성들의 폐부에서 솟아나오는 밝은 웃음과 함께 조주원 가이드가 설명한 배용준을 비롯한 한류스토리가 흥미롭다. 이를 간략히 소개한다.
배용준이 도쿄를 방문하기 전에 세계적인 축구스타 베컴이 먼저 다녀갔다. 그때 3천명의 인파가 몰려서 배용준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는 중이라 그 정도 될 것이란 예상이었는데 막상 몰려든 인파는 그 네 배가 되는 1만 2천명, 이어서 그가 이동하는 장면이 헬기로 생중계되었다.(10여 년 전, 배용준이 타이베이를 찾았을 때 그곳을 여행 중이었다. 공항에 3천 명이 운집하였다는 보도가 1면에 크게 실렸다. 그 중에는 70세의 여성 팬도 있었고. 그때 그가 묵는 호텔주변의 충렬사로 가는 길이 막혀 방문을 다음날로 미루었다. 당시 가이드의 설명, 호텔 측에서 총통이 묵는 방을 무료로 제공하였는데 모든 객실이 배용준 팬으로 꽉 찼다. 그와 한 곳에서 숨 쉬는 것만도 영광이라서. 그 후 배용준이 싱가포르에 갔을 때 5천명이 공항에 모이고 캐나다에서 날아온 열성팬도 있다는 보도를 접한 후에 일본 방문이 이어져 그 정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
그의 설명에 의하면 배용준의 인기는 겨울연가의 방영에서 비롯되었는데 심야시간대에 시간 메우기로 선정된 프로그램이 밤 잠 없는 중노년여셩들에게 어필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수려한 외모와 여성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매너에 매료되어 폭풍적인 바람을 일으켜 황제에 버금가는 욘사마의 칭호를 얻게 되었다는 것, 그 여파로 한국을 찾는 배용준의 팬들을 일대일로 안내하며 겪은 사례들, 겨울연가의 촬영지와 연고지들이 관광지로 각광을 받은 내용의 설명이 구체적이고 실감이 난다. 그 중의 하나, 배용준 덕에 건강을 되찾고 삶의 의욕을 갖게 되었다는 할머니는 열렬한 한류 팬이 되어 죽으면 그 뼛가루의 일부를 한강에 뿌려달라고 당부하였다네. 또 다른 연예인의 팬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 등 연고지탐방을 목적으로 찾는 일본여행자들이 꽤 많은데 최근의 한일 간 경색국면으로 서로를 찾는 이들이 줄어들고 일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개인적 사정도 솔직하게 피력한다. 가까운 이웃끼리 적대하기보다 우의를 증진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