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사우나, 일본이 온천이라면 한국엔 '찜질방'이 있다. 외국 관광객들은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시설'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럴 만도 하다.
요즘 도심 복판에 들어서는 찜질방엔 별 게 다 있다. 노래방.영화관.헬스시설은 기본이고 요가 강습, 노래자랑, 인기 가수의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사진] "찜질방이야, 공연장이야?" 찜질방에서 하는 공연이라고 우습게 생각했다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 댄서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브레이크 댄스에 땀에 전 수건을 걸친 손님들의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장소 : 서울 중계동 한독 스파밸리)
소금방.토굴방.얼음방에 온통 금칠을 한 방도 있다. 어느 방이 몸에 어떻게 좋은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변화라면 옛날엔 속 땀을 빼려는 아줌마와 할머니들이 즐겨 찾았지만,
이젠 도심 속 가족 휴양지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평일 낮엔 아줌마 계모임이, 저녁엔 연말 송년회가 열린다. 휴일마다 만화책 싸들고 홀로 찾아드는 젊은 직장인도 흔하다.
최근엔 노래방에 이어 찜질방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이고 미국에도 진출했다. 가히 '찜질방 세상'이다. 전국 찜질방 정보 사이트 찜질방닷컴(http://www.zzimzilbang.com)의 추천을 토대로 대표적인 여섯 곳을 추렸다.
요가 배우고 공연도 보고 … 찜질방은 문화 놀이터 ● 서울 서초동 황금온천 서울에서 온천 허가를 받은 곳은 모두 여섯곳. '황금온천'은 이 가운데 하나다. 강남 한복판의 온천이지만 찜질방으로 더 유명하다. 남녀 탕의 시설이 조금씩 다른데, 남탕에는 영화관.헬스장이 있고, 여탕엔 자수정 사우나.황금사우나.쑥찜실 등이 있다.
특히 5명이 오붓이 쉴 수 있는 여성 전용 휴게실은 전날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힘들다. 남녀 공용 황금 피라미드 불가마는 벽면 전체가 금으로 칠해져 있다. 어른 7000원. 서초동 서이초등학교 맞은편.
- 02-581-4888.
● 서울 도곡동 춘척옥불가마
통나무로 만든 야외 산책로.DVD방.마사지실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췄다 . '어린 신부' 등 각종 영화.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자기 굽는 가마 속에서 700~800도로 가열된 옥 원석으로 열을 내는 재래식 불가마라는 게 특징. 특히 가마에 들어가는 옥은 강원도 춘천에서 직접 캔 것을 사용한다.
효과적으로 노폐물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눕는 것보다 앉는 게, 앉는 것보다는 서 있는 게 좋다. 샤워는 불가마에서 나온 뒤 4~6시간 뒤가 좋단다.
- 어른 1만원, 옷 대여 2000원. 지하철 3호선 양재역 4번 출구 200m. 02-3463-1448.
● 대구 나성 하와이
대지 1300평에 5층 건물 전체가 사우나.찜질방.헬스시설로 꾸며진 대규모 레저 휴식 공간이다. 예부터 대구에서 물 좋기로 소문난 산성산과 청룡산 자락에 있다. 지하 33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게르마늄 광천수가 자랑. 은으로 바닥을 깐 '은 체험 찜질방'과 게르마늄 원석을 사용하는 불가마가 특히 인기다.
찜질과 사우나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고농도 산소가 공급되는 황토 캡슐에서 한숨 푹 자는 게 단골들의 이용 코스.
- 평일 7000원, 주말 8000원. 달서구 대곡동 보훈병원 인근. 053-639-0001.
● 부산 베스타온천 찜질방
부산 국제영화제가 낳은 또 하나의 전국적인 명소다. 해마다 10월 부산 국제영화제 기간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타 지역 출신 대학생 영화광들이 하나 둘 숙박시설을 대신해 이용하면서 전국으로 입 소문이 퍼졌다. 온천수를 이용하는 사우나는 바다를 향하고 있다.
통유리를 통해 동백섬 일출과 오륙도.광안대교도 내려다 보인다. 아예 노천탕으로 나가도 좋다. 부산 해운대의 달맞이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찾아갈 이유가 충분할 듯.
- 주간 온천 사우나 + 찜질방 8000원(찜질복 대여 포함) 051-743-5705~6.
● 서울 중계동 한독 스파밸리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 박수 치며 노래를 따라 하는 관객. 여느 콘서트장과 똑같은 분위기다. 다르다면 관객들의 복장이 파자마와 목에 두른 수건으로 통일돼 있다는 점.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이곳의 자랑은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다.
주부가요교실과 통기타 공연, 요가.태보 강습은 기본이다. 가수 이은하의 라이브 공연,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 출연진의 개그콘서트 등 '메이저급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홈페이지(www.handokspa. com)에서 매주 바뀌는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중계동 건영옴니백화점 7~8층. 02-971-7000.
● 경기 안산 중앙스파랜드 최근 문을 연 찜질방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다. 황토와 돌로 첨성대처럼 쌓아올린 전통 불한증막을 비롯해 은불가마.대나무 소금 찜질방.통나무 산소방.개인토굴방.저온체험실 등 8개 테마 코스가 준비돼 있다. 한번에 모든 시설을 이용하기가 벅찰 정도다.
사우나까지 2000평에 가까운 규모로 100석 규모의 영화관과 어린이 놀이방도 있다. 9월 개장했다.
- 주간 5000원, 야간 7000원, 옷 대여료 1000원. 중앙역에서 5분 거리, 안산 LG백화점 옆. 031-482-4199.. 숯의 효능을 온몸으로 강원참숯 숯가마 찜질
숯가마 찜질은 원래 숯막 노동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려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 효능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매주 고정적으로 숯가마에 들어가는 매니어까지 생겼다.
현재 찜질방으로 이용되는 참숯가마는 전국에 100여개. 전체의 3분의 1이 강원도 횡성에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강원참숯'이 가장 크다.
골짜기 위아래에 산재한 숯가마가 모두 25개다. 구운 숯을 꺼내고 다음 숯을 굽기 전에 단 하루만 찜질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숯가마 수는 대중화의 중요한 조건이다.
내부에 황토를 바른 숯가마는 숯이 구워지면서 발산한 원적외선과 음이온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가 천천히 내뿜는다.
그래서인지 열기가 엄청난데도 숨이 막히지 않고 상쾌하다 . 비오듯 땀을 흘려도 금세 몸이 말라 끈적거림이 없다. 오히려 참나무 향기가 은은하다. 한 시간에 3~5회 정도 짧게 자주, 하루 3시간 정도가 이상적이다.
면 옷.면 양말이 필요하며 수건을 많이 가져가는 게 좋다. 입장료 5000원, 면 옷 대여료 2000원이다. 싼 만큼 각종 편의시설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깔끔한 환경을 찾는 이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대신 참숯불로 삼겹살을 구워먹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나와 442번 국도를 타고 횡성쪽으로 가다 6번 국도를 만나면 우회전, 둔내 방면으로 10분쯤 가다보면 왼쪽으로 정금 문화마을과 강원참숯 가는 길이 나온다.
- 문의 www.charmsoot.com 1588-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