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아들과 함께 산행을 하던 양과장은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려 산속을 헤매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이리 저리 산속을 헤매던 양과장은 마침 사람이 살지 않는 허름한 산장을 발견해 산장으로 들어가 불을 피우고 몸을 녹였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가지고 간 라디오나 손전등은 건전지가 다 됐는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양과장은 ‘라디오라도 살려야 날씨나 구조 상황을 알 수 있을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서 배낭 여기저기를 뒤져보지만 여벌로 가지고 온 건전지가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숯이랑, 우리가 가지고 온 몇 가지 물품을 이용하면 전지를 만들 수 있어요” 현민이의 알 수 없는 말에 양과장은 그저 장난삼아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현민이는 정말 숯을 이용해 작은 불빛이 나는 손전등을 만들었다.
“어떻게 한 거야. 현민아?”
“응. 아빠. 이거 ‘KISTI의 과학향기’에서 본거야. 그리고 이렇게 숯으로 만든 전지를 직렬로 연결하면 라디오도 켤 수 있을 거야.”
어리게만 보이던 아들녀석이 갑자기 대견해 보이는 양과장, 다시 숯으로 전지를 만드는 아들 녀석을 보며 양과장은 갑자기 어릴 때 봤던 맥가이버라는 TV 프로가 생각났다.
위 이야기는 가상으로 꾸며본 이야기지만 기억해 둔다면 재미있는 실험으로, 또는 위급한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험으로, 과학향기 독자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그럼 숯전지를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 숯을 준비한다. 실험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고기집에서 파는 숯불 갈비용 숯을 몇 개 구한다. (아니면 슈퍼나 대형 할인점에서 구입해도 된다)
2. 진한 소금물을 만든다. 가능하다면 포화용액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포화 용액을 만드는 방법은 소금이 더 이상 녹지 않을 때 까지 소금을 넣으면서 저어
주면 된다.
3. 휴지나 주방타올에 소금물을 묻힌 뒤 숯을 감싼다. 소금물을 잔뜩 묻힌 주방타올(휴지는 물에 너무 잘 녹아 제대로 실험하기 좀 어렵다)로 숯을 감싼다.
숯을 주방 타올로 감싼 뒤 분무기를 이용해 숯이 충분히 젖도록 소금물을 뿌려줘도 좋다.
4. 알루미늄 호일을 준비한다. 알루미늄 호일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숯을 감싼 종이 위로 다시 싼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숯에 알루미늄 호일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루미늄 호일로 숯을 감싸면 숯전지 완성
5. 숯전지에 전류가 제대로 통하는지 간이 테스터기로 검사한다. 숯전지의 (-)극은 알루미늄 호일이며 (+)극은 숯이다. 전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꼬마전구에 전선을 연결해 알루미늄 호일과 숯에 대어 본다.
이때 만약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알루미늄 호일을 손으로 꽉 쥐어 본다.
그럼 이렇게 신기한 숯전지의 원리는 무얼까?
숯전지에서 전기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알루미늄 호일이다.
알루미늄 호일은 이온화가 매우 잘 되는 물질로 소금물과 접촉하면 보다 쉽게 이온화가 되는데 이때 알루미늄 호일은 다음과 같이 이온화 되며 전자를 방출한다. Al = Al3+ + 3e-
(김치를 알루미늄 호일로 싸뒀다가 한참 지난 뒤에 보면 알루미늄 호일이 얇아지거나 군데 군데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알루미늄이 이온화 되면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된 알루미늄 호일의 전자는 숯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서 숯은 알루미늄 호일의 전자를 쉽게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고온에서 태워진 숯이 전기저항이 매우 낮아서 다른 물질에 비해 전기를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알루미늄 호일에서 발생된 전자는 소금물을 통해 숯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렇게 전자가 이동하면서 약한 전류를 만들어 전지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숯 말고 다른 물질로도 전지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루미늄 호일과 농도가 진한 소금물이다. 알루미늄 호일과 진한 소금물만 있으면 전류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 예를 들어 동전이나 감자 심지어 우리 몸으로도 숯전지와 유사한 전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전지는 상용 전지에 비해 효율성이나 전압은 좀 낮지만 직렬로 연결을 하다 보면 라디오나 소형 모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전압을 얻을 수 있다.
[참고하세요]
간이 테스터기 만들기 집에서 실험을 할 때 간이 테스터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구와 전선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문방구에서 전구와 전선을 구입하려고 해도 보통 문방구에서는 전구와 전선을 따로 팔지 않고 초등학교 학습과정에 따라 실험 교재를 통째로 판다. 비용은 5,000원대로 좀 비싼 편이다. 그렇지만 하나 구입해 두면 다양한 전기 관련 실험을 할 수 있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 하는 실험에 5,000원 씩이나?’ 하며 필자와 같이 무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장난감을 이용한 테스터기를 추천한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잘 살펴보면 불이 들어오는 장난감들이 꽤 많은데, 이것들 가운데 고장 난 것을 분해해 보면 여러 개의 전선과 전구 또는 전선과 LED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친절하게 전구에 전선까지 납땜으로 연결되어 있어 간이 테스터기로 사용하기에는 아주 유용하다.) 이때 전구의 필라멘트가 끊어졌는지 붙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집에서 쓰는 리모콘에 있는 건전지에 전선을 대어 불이 제대로 들어오는지 확인해 본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