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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45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권
Kay/케이
2023. 10. 17. 22:00
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3권
대반열반경 제3권
송대 사문 혜엄 등이 니원경에 의거하여 덧붙임
4. 오래 사는 이야기[長壽品]
부처님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을 계속하셨다.
“너희들이 계율에 대하여 의심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으라. 묻는 대로 대답하여 너희들을 기쁘게 하리라.
나는 이미 모든 법의 본 성품이 비고 고요한 줄을 닦고 배워서 분명히 통달하였다.
그러나 비구들이여, 여래가 다만 모든 법의 본 성품이 비고 고요한 줄만을 닦았다고 말하지 말라.
비구들이여, 계율에 대하여 의심이 있거든 지금 모두 물으라.”
비구들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혜가 없어 여래ㆍ응공ㆍ정변지에게 묻지 못하겠나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으며, 가지신 선정도 헤아릴 수 없으며, 연설하시고 가르치심도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들은 여래에게 물을 지혜가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를테면 어떤 노인이 나이는 백스무 살인데 오랫동안 병들어 누워 마음대로 일어나지도 눕지도 못하며, 기력이 허약하여 남은 수명이 많지 않았는데, 한 부자가 볼일이 있어 타관으로 떠나가면서 황금 1백 근을 이 노인에게 맡기고 말하기를 ‘나는 볼일이 있어 타관으로 가게 되었기에 이 보물을 당신에게 맡기노니 10년이나 20년 후에 내가 다시 돌아오거든 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이 노인이 그 부탁을 받았으나 자손이 없었고, 그 뒤에 오래지 않아 병이 더하여 죽어 버렸고, 맡았던 재산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그 후에 부자가 돌아왔으나 맡겼던 재산은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이 어리석은 사람이 재산을 맡겨도 무방할는지를 요량하지 못하였으므로,
다녀와서도 찾을 데가 없었고, 그 인연으로 재산을 잃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 성문들도 그와 같아서 여래의 은근한 가르침을 들었으나 그것을 기억하여 오래도록 지니지 못하오니, 마치 저 노인이 부자의 부탁을 맡은 듯하옵니다. 저희들이 지혜가 없사오니, 계율에 대하여 어떻게 물으오리까?”
“너희 비구들이 지금 내게 물으면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할 수 있겠기에 너희들에게 모든 의심을 마음대로 물으라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나이는 25세의 장정이요 인물도 잘생기고 금ㆍ은ㆍ보배를 많이 가졌으며, 부모 처자와 일가 권속이 넉넉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찾아와서 보물을 맡기면서 말하기를 ‘내가 볼일이 있어 타향으로 가게 되었는데 일을 본 후에는 돌아올 터이니 그때에 내게 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장정은 부탁 받은 보물을 자기의 소유처럼 보관하다가 병이 나서 죽게 될 때에 집안 사람들에게 유언하기를 ‘이것은 아무가 맡긴 것이니, 만일 그 사람이 와서 찾거든 모두 돌려주라’고 하였습니다. 지혜 있는 이는 이렇게 요량할 줄을 알았으므로 다녀와서는 맡겼던 보물을 하나도 실수 없이 모두 찾았습니다.
세존께서도 그와 같아서 만일 법보를 아난이나 여러 비구들에게 부촉하시면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지 못할 것이오니, 왜냐 하면 모든 성문이나 대가섭은 다 무상하여서 늙은 사람이 남의 보물을 맡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위없는 불법을 보살들에게 부촉하시옵소서. 보살들은 문답도 잘하므로 부촉하신 법보가 오래도록 머물러 있어서 한량없이 오랜 세월을 내려가면서 더욱 성행하여 많은 중생을 안락케 함이 저 장정이 남의 재산을 맡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보살들이라야 물을 수 있으려니와,
저희들의 지혜는 모기나 등에[虻] 같사오니 여래의 깊은 법을 어떻게 묻겠습니까?”
이때에 성문들은 모두 잠자코 있었고,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찬탄하셨다.
“좋다, 좋다. 너희들이 샘이 없는[無漏] 마음과 아라한의 마음을 잘 얻었다. 나도 역시 이 두 가지 인연을 생각하였으니, 마땅히 대승법을 보살들에게 부촉하여 미묘한 법이 오래오래 세상에 머물게 하리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였다.
“선남자 선여인들이여, 나의 수명은 측량할 수 없고, 말 잘하는 변재도 끝이 없나니, 너희들은 마음대로 계율이나 귀의할 것을 물으라.”
두 번째 세 번째도 역시 이와 같이 하였다.
이때에 대중 가운데 한 동자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다라 마을의 바라문인 대가섭이었다. 부처님의 신력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백천 번을 돌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여쭐 말씀이 있는데,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면 말하겠습니다.”
“가섭이여,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너희에게 마음대로 물으라고 하였으니, 묻는 대로 대답하여 너의 의심을 끊어서 너를 기쁘게 하리라.”
그때에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허락하시니, 이제 묻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지혜는 모기같이 보잘것없고, 부처님께서는 도덕이 높으시며 순전한 전단 사자 같은 깨뜨릴 수 없는 대중으로 권속을 삼으셨으며, 여래의 몸은 금강 같으시고 빛은 유리 같으시어 진실하여 깨뜨리기 어려우며, 또 이러한 큰 지혜 있는 이들이 호위하였으며,
이 모인 가운데 있는 보살마하살들은 모두 한량없고 가없는 묘한 공덕을 성취함이 향상(香象)과 같사오니, 이러한 대중 앞에서 어떻게 말을 묻겠습니까. 그러하오나 이제 부처님의 신통력을 받고 대중의 선근위덕(善根威德)으로 말미암아 조금 묻겠나이다.”
부처님께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찌하면 장수하고 금강과 같은
깨뜨릴 수 없는 몸을 얻겠사오며
그리고 어떠한 인연으로야
견고하고 큰 힘을 얻겠사오며
어찌하면 훌륭한 이 경전에서
끝까지 저 언덕에 이르오리까.
바라건대 부처님 비밀장을 여시어
중생들을 위하여 말씀하소서.
어찌하면 저렇게 크고 넓어서
중생들의 의지할 데 되겠사오며
실상은 아라한이 아니면서도
도량(度量)이 아라한과 같겠나이까.
감당하기 어려운 마군의 시험
어찌하면 그것을 알고 견디며
부처님 말씀인지 마(魔)의 말인지
어떻게 분별하여 아오리까.
어찌하면 부처님 기쁜 맘으로
참되고 바른 이치 말씀하오며
바르고 선한 일을 모두 이루어
네 가지 뒤바뀜을 연설하오며
어떻게 선한 업을 짓사올는지
부처님께서 이제 말씀해 주소서.
보살들은 어떻게 보기 어려운
참 성품을 무난하게 보옵는지요.
완전한 가르침과 반쪽 가르침
그런 것을 어떻게 분별하오며
어찌하면 성행(聖行)과 함께하기를
사라사(娑羅娑)새와 같이 나란히 하여
가린제(迦隣提)새와 해와 달과도
태백성(太白星) 세성(歲星)과도 같이 하리까.
보리심 내지 못한 그런 이들을
어떻게 보살이라 이름하리까.
어찌하면 여럿이 모인 가운데
조금도 두려움이 없게 되어서
비유컨댄 찬란한 염부단금을
나무랄 수 없는 것 같사오리까.
어쩌면 흐린 세상 있으면서도
물 안 묻는 연꽃과 같게 되오며
어쩌면 번뇌 속에 살아가면서
번뇌에 물들지 않게 되리까.
의사가 환자들을 주무르지만
그 병에 전염되지 아니함같이
나고 죽는 바다에 돌아다니며
어떻게 뱃사공이 될 수 있으며
어찌하면 생사에서 벗어나기를
뱀이 허물 벗듯 하게 되오며
어찌하면 삼보를 우러러봄을
천상의 여의수(如意樹)와 같이 하리까.
3승의 제 성품이 없사올진댄
어떻게 3승법을 말씀하리까.
즐거움이 생기지 아니하오면
쾌락을 받는다고 할 수 없듯이
어찌하면 저렇게 많은 보살이
깨뜨릴 수 없는 대중 얻게 되오며
어찌하면 배냇소경들에게
눈으로 보는 일을 일러 주리까.
어찌하면 여러 머리[多頭]를 뵈어 줄지
부처님,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어찌하면 법문을 말씀하는 이
초승달 자라나듯 점점 커지며
어찌하면 또다시 이 세상에서
열반에 끝날 것을 보이어 주며
어찌하면 용맹히 나아가는 이에게
천상ㆍ인간ㆍ마군의 길을 보이며
어찌하면 모든 법 성품을 알고
불법의 즐거움을 받게 하오며
어찌하면 저러한 보살들에게
온갖 병을 영원히 여의게 하며
어찌하면 많고 많은 중생들에게
넌지시 깊은 법을 연설하오며
어찌하면 구경(究竟)과 구경 아님을
모두 다 분명히 말하오리까.
중생의 얽힌 의심 끊어 준다면
어찌하여 결정하게 안 이르오며
어찌하면 가장 높은 위없는 도에
가깝게 접촉함을 얻사오리까.
제가 지금 여래께 청하옵나니
이 많은 보살들을 위하시어서
깊디깊고 미묘한 모든 행들을
분명히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일체의 여러 법 그 가운데는
안락한 성품들이 다 있으리니
바라건대 거룩한 부처님께서
저희에게 분별하여 말씀하소서.
중생들의 크나큰 의지되시는
양족존(兩足尊) 묘한 약인 부처님이시여,
5음의 모든 법을 묻고자 하나
저희들은 슬기로운 지혜가 없고
꾸준히 정진하는 보살들로도
이렇게 미묘하고 깊고 또 깊은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 경계
그들도 사뭇 알지 못하옵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아직 얻지 못한 일체종지(一切種智)를 나는 이미 얻었지만 그대가 지금 묻는 깊고 비밀한 법장은 온갖 지혜[一切智]를 가진 이의 묻는 것과 평등하여 다르지 아니하다. 선남자여, 내가 도량의 보리수 아래 앉아서 처음 정각을 이루었을 때에 한량없는 아승기 항하(恒河)의 모래 수처럼 많은 세계에 있는 보살들도 역시 나에게 이렇게 깊은 이치를 물었느니라. 그런데 그들의 물은 말이나 뜻이나 공덕도 모두 이와 같아서 다르지 아니하였으며, 이렇게 물음으로써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케 하였느니라.”
그때에 가섭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혜의 힘이 없어 그러한 깊은 이치를 부처님께 묻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마치 모기나 등에가 큰 바다의 건너편까지 날아가지도 못하고 허공을 두루 돌지도 못하는 것처럼 저도 그와 같이 여래의 그러한 지혜 바다와 법 성품인 허공의 깊은 이치를 묻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국왕이 그 상투에 꽂는 진주 동곳을 별감에게 맡기면 별감이 받아서 머리 위에 올렸다가 조심하고 공경하여 각별히 수호하나니, 저도 그와 같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방등(方等)경의 깊은 이치를 머리 위에 올렸다가 공경하여 각별히 수호하나이다. 왜냐 하면 제가 깊디깊은 지혜를 널리 얻기 위함입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자세히 들으라, 자세히 들으라. 그대에게 여래가 얻은 장수(長壽)의 업(業)을 말하리라. 보살이 이 업의 인연으로 장수함을 얻나니, 그러므로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 받으라. 어떤 업이 보리의 인이 될 만한 것은 지성으로 그 이치를 들어야 하며, 듣고는 다른 이에게 말하여 줄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업을 닦았으므로 야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며, 지금 그 이치를 여러 사람에게 연설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왕자가 죄를 짓고 옥에 갇혔을 때에 임금이 그 아들을 대단히 가엾게 여기며 염려하여 몸소 발걸음을 돌려 옥에까지 가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장수함을 얻으려거든, 마땅히 모든 중생을 아들처럼 보호하며,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한 마음을 내어 살생하지 않는 계행을 일러 주고 선한 법을 가르치며, 모든 중생들을 5계(戒)와 10선(善)에 머물도록 할 것이며, 또 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 등의 모든 갈래로 다니면서 그 속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케 하고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며
열반을 얻지 못한 이를 열반을 얻게 하여, 공포에 떠는 모든 중생들을 위로하나니, 이런 업을 짓는 인연으로 보살의 수명이 길고 지혜에 자재하여 목숨을 버리고는 천상에 나게 되느니라.”
가섭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중생 보기를 아들처럼 한다 함이 그 뜻이 깊고 은미하여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보살들이 모든 중생들에게 대하여 아들처럼 평등한 마음을 닦는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불법 중에는 계행을 파하는 이도 있고 역적죄를 짓는 이도 있고 불법을 훼방하는 이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까지 아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겠나이까?”
“그러하다, 가섭이여. 나는 중생을 실로 아들처럼 생각하여 라후라같이 여기노라.”
“세존이시여, 지난 보름날 스님들이 포살할 때에 어떤 동자가 몸과 말과 뜻의 3업을 깨끗이 닦지 못하고 으슥한 곳에 숨어서 몰래 계를 듣더니, 밀적금강(密跡金剛)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아 금강저로 쳐서 그를 티끌같이 부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금강신이 가장 포악하여 그 동자의 목숨을 끊었는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중생을 보기를 아들 라후라와 같이 한다 하시옵니까?”
“가섭이여, 그대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 그 동자는 화현으로 생기었고 참 사람이 아니니, 계행을 파하고 법을 허무는 이를 쫓아내어 대중에서 나가게 하기 위하여 밀적금강이 그런 것을 보였느니라. 가섭이여, 정법을 훼방하거나 일천제(一闡提)거나 혹 살생도 하고 나쁜 소견을 가지고
일부러 계율을 범하는 이라도 나는 그들에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아들인 생각으로 라후라처럼 여기느니라. 선남자여, 국왕은 신하들이 국법을 범하면 죄를 따라 형벌을 쓰고 그냥 두지 않지만, 여래는 그렇지 아니하여 법을 훼방한 이에게 구견갈마(驅遣羯磨)ㆍ가책(呵責)갈마ㆍ치(置)갈마ㆍ거죄(擧罪)갈마ㆍ불가견(不可見)갈마ㆍ멸(滅)갈마ㆍ미사악견(未捨惡見)갈마를 주느니라. 선남자여, 여래가 법을 훼방하는 이에게 이러한 항복받는 갈마들을 짓는 것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에게 과보가 있음을 보이려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런 줄을 알라. 여래가 나쁜 중생에게 두려움 없음을 베푸는 것은 한 줄기 광명이나 둘이나 다섯 광명을 놓음이니, 그 광명을 만나면 모든 나쁜 짓을 멀리 여의게 되나니, 여래는 지금 이렇게 한량없는 세력을 갖추었느니라. 선남자여, 볼 수 없는 법을 그대가 보려 한다면 이제 그대에게 그 모양을 말하리라. 내가 열반한 뒤에 어디서든지 계행을 가지는 비구로서 위의를 갖추고 정법을 수호하는 이가 정법을 파괴하는 이를 보면 곧 구견갈마나 가책갈마로 다스리니, 이 사람은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복을 받게 될 것을 알아야 하느니라.
선남자여, 비유컨대 어떤 임금이 포악한 짓만 하다가 중병에 걸렸을 때에 이웃 나라 임금이 그 소문을 듣고 군대를 거느리고 와서 치려 하면 이 병든 임금은 아무 세력이 없으므로 두려운 생각을 내고 마음을 고치어 선한 일을 하는 것과 같으니, 그 이웃 나라 임금은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 법을 수호하는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법을 파괴한 사람에게 구견갈마ㆍ가책갈마를 시키고 선한 일을 행하게 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 선남자여, 비유컨대 어떤 장자가 사는 곳의 밭이나
집에 독 나무가 난 것을 장자가 알고는 곧 도끼로 베어서 영원히 없어지게 함과 같으니라. 또 젊은 사람이 머리에 백발이 나면 부끄러운 마음으로 뽑아 버리어 나지 못하게 함과 같으니, 법을 수호하는 비구도 그와 같아서 계율을 범하거나 정법을 파괴하는 이를 보면 곧 구견ㆍ가책ㆍ거처(擧處) 등을 짓느니라. 만일 선한 비구가 법을 파괴하는 이를 보고도 그냥 두고 구견ㆍ가책ㆍ거처를 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은 불법의 원수요, 만일 구견ㆍ가책ㆍ거처를 한다면 이들은 나의 제자요 진실한 성문이니라.”
가섭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 같사오면, 모든 중생들을 아들처럼 평등하게 보기를 라후라와 같이 하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한 사람은 칼을 들어 부처님을 해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전단으로 부처님 몸에 발라 드리는데 부처님께서 두 사람에게 평등한 마음을 가지신다면 어찌하여 계행 범한 이를 다스리라고 말씀하나이까? 만일 계행 범한 이를 다스린다면 그 말씀은 잘못된 것입니다.”
“선남자여, 어떤 임금이나 대신이나 재상이 여러 아들을 낳아 기를 적에 얼굴이 잘생기고 총명하고 민첩한 아들인 둘째, 셋째, 넷째까지 엄한 선생에게 보내어 맡기면서 하는 말이 ‘그대는 나의 자식들을 잘 가르쳐 행동과 예절과 기술과 글씨와 산수까지 모두 성취시켜 주시오. 내가 지금 자식 넷을 모두 그대에게 맡겨서 학문을 배우게 하는 것이니, 설사 세 아들이 종아리를 맞아 죽고 아들 하나만 남더라도 반드시 엄하게 가르쳐서 학업을 이루도록 하여 주시오. 비록 세 아들이 모두 죽더라도 나는 한탄하지 않겠노라’ 한다면, 가섭이여, 이 아버지와 선생은 살인죄를 짓는다 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취시키려는 것뿐이요, 나쁜 마음이 있음이 아니오니, 이렇게 가르친다면 한량없는 복을 얻겠나이다.”
“선남자여, 여래도 그러하여 법을 파괴한 이를 외아들처럼 평등하게 보느니라.
여래가 지금 위없는 바른 법을 왕과 대신과 재상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에게 부촉하였으니, 왕이나 사부대중들이 마땅히 모든 학인들을 권면하여 계율과 선정과 지혜로 하여금 점점 나아가게 할 것인데, 만일 이 세 가지 법을 배우지 아니하면서 게으르고 계행을 범하고 바른 법을 파괴하는 이가 있으면, 임금과 대신과 사부대중들이 마땅히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렇다면 그 임금과 사부대중이 죄가 있겠는가?”
“세존이시여, 그렇지 않습니다.”
“선남자여, 그 임금과 사부대중들도 죄가 없을 것이거늘, 하물며 여래에 있어서랴. 선남자여, 여래는 이렇게 평등한 법을 잘 닦는 이를 일러 ‘보살이 평등한 마음을 닦아서 중생을 외아들처럼 생각한다’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런 업을 그렇게 닦았으므로 장수함을 얻으며, 지난 세상의 일도 잘 아느니라.”
“세존이시여, 부처님 말씀은 보살이 만일 평등한 마음을 닦아서 모든 중생을 아들처럼 생각하면 장수하게 된다고 하시거니와, 그런 말씀을 하시지 마옵소서. 왜냐 하면 법도를 안다는 어떤 사람이 여러 가지로 효도하고 공순하여야 한다는 법을 말하다가 집에 가서는 돌멩이를 던져 부모를 때렸습니다. 부모는 좋은 복밭이어서 이익이 많은 것이며 만나기도 어려우므로 공양을 잘 하여야 할 것인데 도리어 시끄럽게 하고 해롭게 하였으니, 이런 사람은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나이다. 부처님의 말씀도 그러하여 보살이 평등한 마음을 닦아서 중생들을 아들같이 생각하므로 장수함을 얻고 지나간 세상 일을 잘 안다 할진댄 세상에 항상 머물러서 변함이 없어야 할 것이온데, 이제
부처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수명이 극히 짧아 세상 사람이나 다름없습니까. 여래께서 중생들에게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낸 것이 아닙니까? 세존께서는 예전에 무슨 죄악을 지었으며, 얼마나 되는 생명을 살해하셨길래 이렇게 단명하여 백년도 향수하지 못하나이까?”
“선남자여, 너는 지금 어찌하여 여래의 앞에서 이렇게 거친 말을 하느냐. 여래는 모든 수명 중에 장수하였음이 가장 승(勝)하며 얻은 항상한 법은 온갖 항상한 법 가운데서 가장 제일이니라.”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여래께서 한량없는 장수를 얻는다 하십니까?”
“선남자여, 저 여덟 큰 강과 같으니, 첫째는 항하(恒河)요, 둘째는 염마라(閻摩羅)요, 셋째는 살라(薩羅)요, 넷째는 아이라발제(阿夷羅跋提)요, 다섯째는 마하(摩訶)요, 여섯째는 신두(辛頭)요, 일곱째는 박차(博叉)요, 여덟째는 실타(悉陀)이다. 이 여덟의 큰 강과 다른 모든 작은 강들이 다 바다로 들어가느니라. 가섭이여, 이와 같이 모든 인간이나 천상이나 땅이나 공중에 있는 생명의 강들이 모두 여래의 목숨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여래의 목숨이 한량없느니라. 또 가섭이여, 마치 아뇩달(阿耨達)못이 흘러서 네 개의 큰 강이 되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온갖 목숨을 내느니라. 가섭이여, 온갖 항상한 것 가운데 허공이 제일이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모든 항상한 것 중에 가장 제일이니라. 가섭이여, 모든 약 가운데 제호가 제일이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여러 중생들 가운데 수명이 제일이 되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의 수명이 그러할진댄 한 겁 동안이나 조금 모자라는 한 겁 동안을 사시면서 미묘한 법문을 말씀하시기를 큰 장마비 내리듯 하여야 할 것입니다.”
“가섭이여, 그대는 여래에 대하여 없어진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가섭이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나 내지 외도거나 5신통을 얻은 신선으로서 자재할 수 있는 이들도 한 겁이나 조금 모자라는 한 겁 동안을 머물면서 공중으로 걸어다니고 앉고 눕기를 마음대로 하되 왼쪽 옆구리로는 불을 내고 오른쪽 옆구리로는 물을 내며, 몸으로 불과 연기 내기를 화톳불같이 하고 오래 살려면 얼마든지 오래 살아서 장수하고 단명하기를 자재하게 하는 것쯤은 5신통을 얻은 이로도 그러한 신력은 있는 것이거늘, 하물며 온갖 법에 대하여 자재함을 얻은 여래로서 반겁이나 한 겁이나 백 겁ㆍ백천 겁ㆍ한량없는 겁 동안을 살지 못하겠느냐. 이러한 이치로 보아도 여래는 항상 머무는 법이고 바뀌지 않는 법이며, 여래의 몸은 변화한 몸이요 잡식(雜食)하는 몸이 아니건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독 나무와 같이 보임을 알지니라. 그러므로 모든 것을 버리고 열반에 듦을 나타내노니, 가섭이여, 부처님께서는 항상한 법이며 바뀌지 않는 법이어서, 너희들은 이 가장 제일인 이치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열심히 닦을 것이며, 닦고서는 남을 위하여 널리 연설하여야 하느니라.”
이때에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출세간법과 세간법과는 어떠한 차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부처님께서는 항상한 법이요 바뀌지 않는 법이라 하시며, 세간에서도 범천이 항상 있고 자재천이 항상 있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도 항상하고 성품도 항상하고 가는 티끌도 항상하다 하나이다. 만일 여래가 항상한 법일진댄, 여래께서 어찌하여 항상 나타나지 않습니까? 만일 항상 나타나지 아니한다면 무슨 차별이 있습니까? 왜냐 하면 범천이나 가는 티끌이나 세간 성품도 항상 나타나지 않나이다.”
“가섭이여, 어떤 장자가 소를 많이 가졌는데 빛은 여러 가지지만
한 떼를 만들어 목자에게 맡겨서 풀을 따라다니며 기르게 하였으니, 그 소원은 제호를 얻기 위함이었고, 젖이나 타락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목자가 짜서는 제가 먹었고, 장자가 죽은 뒤에는 그 많은 소가 뭇 도둑들에게 약탈되었다. 도둑들이 소를 약탈하였으나 여인이 없어서 제 손으로 젖을 짜서 먹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 장자가 이 소를 기를 때에 젖이나 타락을 구한 것이 아니고 제호를 얻으려던 것인데, 우리는 지금 무슨 방법으로 제호를 얻을 수 있을까. 제호는 이 세상에 제일가는 좋은 약이라 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그릇이 없으니 젖을 짜서 담을 데가 없구나’ 하더니 다시 말하기를 ‘우리에게 가죽 부대가 있으니 담을 수는 있으나, 만들 줄을 모르지 않는가. 타락도 얻기 어려운데 생소(生酥)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면서 도둑들은 제호를 만들어 보려고 물을 부었으나 물이 너무 많아서 젖도 타락도 제호도 모두 잃고 말았다. 범부도 그와 같아서 매우 선한 법이 있더라도 그것은 모두 여래의 정법의 나머지니라. 왜냐 하면 여래 세존이 열반에 든 뒤에 여래가 끼친 선한 법에서 계율ㆍ선정ㆍ지혜를 훔쳐간 것이니, 마치 도둑들이 소 떼를 약탈한 것 같으니라.
모든 범부들이 계율ㆍ선정ㆍ지혜를 얻기는 하였으나 좋은 방편이 없어서 해탈을 얻지 못하고, 그리하여 항상한 계율, 항상한 선정, 항상한 지혜의 해탈을 얻지 못하나니, 마치 도둑들이 방편을 몰라서 제호를 잃은 것 같으니라.
또 도둑들이 제호를 얻으려고 물을 많이 탄 것처럼 범부들도 해탈을 얻으려고 나란 고집[我]ㆍ중생이란 고집[衆生]ㆍ오래 산다는 고집[壽命]ㆍ사람이라는 고집[士夫]과 범천ㆍ자재천ㆍ티끌ㆍ세간 성품ㆍ계율ㆍ선정ㆍ지혜라는 소견과 해탈과 비상비비상천이 곧 열반이라고 말하거니와
참말 해탈과 열반을 얻지 못하나니, 마치 도둑들이 제호를 얻지 못함과 같으니라. 범부들이 조그마한 범행과 부모에게 공양한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나서 작은 복락을 받는 것은 도둑들의 물을 탄 우유와 같지만 범부들은 조그마한 범행과 부모에게 공양한 까닭으로 천상에 태어난 줄을 알지 못하고, 또 계율ㆍ선정ㆍ지혜와 삼보에 귀의할 줄을 알지 못하며, 알지 못하는 까닭으로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말하는 것이며, 또 말을 하면서도 참으로 알지도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여래가 세상에 나타난 뒤에야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뜻을 연설하는 것이니라. 마치 전륜왕(轉輪王)이 세상에 나면 그 복덕으로 말미암아 도둑들은 흩어지고 소 떼는 없어지지 않았는데, 전륜왕이 그 소 떼를 공교한 방편이 많은 목자에게 위탁하고, 목자는 좋은 방편으로 제호를 얻었으므로 모든 중생의 고통과 병이 없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부처님인 전륜왕이 세상에 나타날 때에는 범부들이 계율이나 선정이나 지혜를 연설하지 못하고 버림이 마치 도둑이 흩어지는 것과 같나니,
그때에 여래가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말하며, 중생들을 위하여서 보살들로 하여금 사람을 만나는 대로 연설하라 하는데, 보살마하살들은 이미 제호를 얻었고 다시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위없는 감로법 맛을 얻게 하나니, 그것이 여래의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한 것이요 바뀌지 않는 법이라고 하는 것이니, 세상의 범부와 어리석은 사람들이 범천 따위를 항상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같지 아니하니라. 항상한 법이란 것은 여래를 말함이요 다른 법이 아니니라. 가섭이여, 이렇게 여래의 몸을 알아야 하느니라. 가섭이여, 선남자 선여인들은 마음을 착실하게 가지고 이 두 글자를 닦을지니,
부처님만이 항상 머무는 것이니라.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이 두 글자를 닦으면그런 사람은 나의 행함을 따라서 내가 이르는 데까지 이르리라. 선남자여, 만일 이 두 글자를 닦음으로써 열반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이가 있으면, 여래는 이 사람을 위하여 열반에 들 것이니, 열반이란 뜻은 곧 부처님 법의 성품이니라.”
“세존이시여, 부처님 법의 성품은 그 뜻이 어떠합니까?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법의 성품의 뜻을 알고자 하오니 여래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하소서. 법의 성품이란 말은 곧 몸을 버리는 것이요, 몸을 버린다 함은 있는 바가 없다는 말이니, 만일 있는 바가 없다면 몸은 어떻게 존재하며, 몸이 만일 존재한다면 어떻게 몸에 법의 성품이 있다고 말하오며, 몸에 법의 성품이 있다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습니까? 제가 어떻게 하면 이런 뜻을 알겠습니까?”
“선남자여, 그대는 멸(滅)하는 것이 법의 성품이란 말을 하지 말라. 법의 성품은 멸이 있지 아니하니라. 선남자여, 마치 무상천(無想天)이 색음(色陰)을 성취하였지만 색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이에 대하여 ‘이 하늘들은 어떻게 있어서 즐겁게 낙을 받으며 어떻게 생각을 가지며, 어떻게 보고 듣느냐’고 묻지 말 것이니, 선남자여, 여래의 경계는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여래의 몸은 멸하는 법이다’라고 말하지 말라. 여래의 멸하는 법은 부처의 경계이므로 성문이나 연각들로는 미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생각하기를 여래는 어느 곳에 머물며 어느 곳에 다니며 어느 곳에서 보며 어느 곳에서 즐거워하느냐고 하지 말지니, 선남자여, 이러한 이치는 그대들의 알 바가 아니며,
부처님들의 법신과 가지가지 방편은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라.
또 선남자여, 불ㆍ법ㆍ승을 닦으며 항상하다는 생각을 가질지니, 이 세 가지 법은 다르다는 생각도 없고 무상하다는 생각도 없고 바뀐다는 생각도 없느니라. 만일 이 세 가지 법에 대하여 다르다는 생각을 닦는다면, 이런 이들의 청정한 삼귀의는 의지할 곳이 없으며, 금지하는 계행도 구족하지 못하며, 마침내는 성문ㆍ연각의 보리 과(果)도 증득하지 못하려니와, 만일 이러한 헤아릴 수 없는 데에 항상한 생각을 닦는 이는 곧 귀의할 곳이 있으리라. 선남자여, 마치 나무를 의지한다면 나무 그림자가 있을 것이니 여래도 그러하여 항상한 법이 있으므로 귀의할 데가 있는 것이고 무상한 것이 아니니, 만일 여래가 무상하다면 여래는 천상 사람ㆍ세간 사람의 귀의할 곳이 아니니라.”
“세존이시여, 어둠 속에서는 나무는 있어도 그 그림자는 없습니다.”
“가섭이여, 그대는 ‘나무는 있어도 그림자는 없다’고 말하지 말라. 단지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뿐이니라. 선남자여, 여래도 그러하여 그 성품이 항상 있어서 변역하지 않건만, 지혜 없는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것이니, 마치 어둠 속에서 나무 그림자를 보지 못함과 같으니라. 범부들이 부처님 열반한 뒤에 여래가 무상한 법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만일 여래가 법보나 승보와 다르다고 말하면 삼귀의 할 곳이 되지 못하리니, 그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제각기 다르므로 무상하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불ㆍ법ㆍ승 세 가지가 항상 머문다는 것으로 부모에게 말하여 깨닫게 하고, 7대까지 이르도록 모두 받들어 지니게 하겠나이다. 매우 신기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여래와 법과 승가가 헤아릴 수 없음을 배우며,
스스로 배우고는 남들에게 널리 이런 이치를 말하겠는데, 만일 믿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은 무상을 오래 닦은 사람일 것이니, 나는 그런 이들을 위하여 서리와 우박이 되겠나이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지금 바른 법을 잘 수호하는 것이니, 이렇게 법을 수호하여 사람을 속이지 아니할 것이며 사람을 속이지 아니하는 선업의 인연으로 장수할 것이며 지나간 세상 일을 알게 되리라.”
5. 금강 같은 몸[金剛身品]
이때에 부처님께서 또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여래의 몸은 항상 머무는 몸이며 깨뜨릴 수 없는 몸이며 금강 같은 몸이며 잡식하지 않는 몸이니, 곧 법신(法身)이니라.”
가섭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러한 몸을 저는 보지 못하옵고, 다만 무상하고 깨뜨릴 수 있고 티끌 같고 잡식하는 몸만을 보나니, 왜냐 하면 여래께서 지금 열반에 드시려는 연고입니다.”
“가섭이여, 그대는 지금 여래의 몸이 견고하지 못하여 깨뜨릴 수 있음이 범부의 몸과 같다고 말하지 말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제 여래의 몸은 한량없는 억겁 동안에 견고하여 깨뜨릴 수 없으며 인간ㆍ천상의 몸이 아니며 두려워 떠는 몸이 아니며 잡식하는 몸이 아닌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여래의 몸은 몸이 아니니 이 몸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고 익히지도 않고 닦지도 않으며, 한량도 없고 끝도 없고 자취가 없으며 앎도 없고 형상도 없고 끝까지 청정하여 동요함이 없으며, 받음도 없고 행함도 없고 머물지도 않고 짓지도 않고 맛도 없고 섞임도 없어 함이 있는 법이 아니며, 업도 아니고 과도 아니고 행도 아니고 멸(滅)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마음의 작용[心數]도 아니어서 헤아릴 수도 없고 항상하여 헤아릴 수 없으며,
인식함도 없고 마음을 여의기도 하고 마음을 여의지 않기도 하며,
마음이 평등하여 있지도 않으나 있기도 하며, 가고 옴이 없으나 가고 오기도 하며, 파하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끊지도 않고 끊기지도 않고,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주재도 아니나 주재이기도 하며, 있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니고, 깨달음도 아니고 관찰함도 아니며, 명자(名字)도 아니고 명자 아님도 아니며, 선정도 아니고 선정 아님도 아니며, 볼 수 없으나 분명히 보기도 하며, 곳이 없기도 하고 곳이기도 하며, 집이 없기도 하고 집이 있기도 하며,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으며, 고요함이 없으면서도 고요하기도 하며, 있는 데도 아니며 받지도 않고 베풀지도 않으며, 취(取)하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으며,
법도 아니고 법 아님도 아니며, 복밭도 아니고 복밭 아님도 아니며, 다함도 없고 다하지 않음도 없어 온갖 다함을 여의었으며, 공하기도 하고 공을 여의기도 하며, 항상 머물지도 않으나 잠깐 사이에 멸하는 것도 아니며, 흐림도 없고 글자가 없고 글자를 여의었으며, 소리도 아니고 말하는 것도 아니며, 닦아 익히는 것도 아니고 일컬어 요량함도 아니며, 하나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며, 형상도 아니고 모양도 아니면서 모든 모양으로 장엄하며, 용맹함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니며, 고요함도 없고 고요하지 않음도 없으며, 뜨겁고 뜨겁지 않음이 없으며, 볼 수도 없고 형상도 없으며,
여래가 모든 중생을 제도하면서도 제도함이 없으므로 중생을 해탈케 하고, 해탈함이 없으므로 중생을 깨닫게 하고, 깨달음이 없으므로 실상과 같이 법문을 말하며, 두 가지가 아니므로 요량할 수 없으며, 같을 이 없되 같으며, 평하[平]하기 허공과 같아서 형상이 없으며, 생멸이 없는 성품과 같아서 끊임도 아니고 항상함도 아니며, 항상 1승(乘)을 행하나 중생은 3승(乘)을 보며 물러가지도 않고 옮아가지도 아니하여 온갖 결박을 끊으며, 싸우지도 아니하고 저촉하지도 아니하며, 성품이 아니면서 성품에 머물며, 모임도 아니고 흩어짐도 아니며, 긴 것도 아니고 짧은 것도 아니고 둥근 것도 아니고 모난 것도 아니며, 5음(陰)ㆍ6입(入)ㆍ18계(界)가 아니면서 5음ㆍ6입ㆍ18계이기도 하며, 더함도 아니고 덜함도 아니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지는 것도 아니어서,
여래의 몸이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
아는 이도 없고 알지 못하는 이도 없으며, 보는 이도 없고 보지 못하는 이도 없으며,
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함이 없는 것도 아니며, 세간도 아니고 세간 아닌 것도 아니며, 짓는 것도 아니고 짓지 않는 것도 아니며, 의지함도 아니고 의지하지 않음도 아니며, 4대(大)도 아니고 4대 아님도 아니며, 인(因)도 아니고 인이 아님도 아니며, 중생도 아니고 중생 아님도 아니며, 사문도 아니고 바라문도 아니며, 사자이고 큰 사자이며, 몸도 아니고 몸 아님도 아니어서 말할 수 없으며, 1법상(法相)을 제하고는 셈으로 셀 수 없으며, 열반에 들 때에도 열반에 들지 아니하나니, 여래의 법신은 이렇게 한량없이 미묘한 공덕을 모두 성취하였느니라.
가섭이여, 오직 여래만이 이런 모양을 아는 것이요, 성문이나 연각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라. 가섭이여, 이러한 공덕으로 여래의 몸이 되었으며 잡식으로 기른 몸이 아니니라. 가섭이여, 여래의 참된 몸의 공덕은 이러하거늘 어찌하여 병이 나고 걱정되고 위태하여 견고하지 못함이 굽지 않은 기와 같겠느냐. 가섭이여, 여래가 일부러 병의 고통을 나타내는 것은 중생들을 조복(調伏)하기 위함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이런 줄을 알라. 여래의 몸은 금강 같은 몸이니, 그대는 오늘부터 전심으로 이 이치를 항상 생각하고 잡식하는 몸을 생각지 말며 남들을 위하여서도 여래의 몸은 곧 법신이라고 연설하여라.”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이런 공덕을 성취하였사오니, 그러한 몸에 어찌 병의 고통이나 무상하고 파괴됨이 있겠습니까? 저는 오늘부터 여래의 몸이 항상한 법신이며 안락한 몸임을 생각하겠으며, 남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여래의 법신이 금강과 같아서 깨뜨릴 수 없는 그 원인을 알지 못하나이다.”
“가섭이여, 바른 법을 보호하여 유지한 인연으로 금강 같은 몸을 이루었나니 가섭이여,
내가 옛적에 법을 수호한 인연으로 지금에 이 금강 같은 몸이 항상 머물러 파괴되지 아니함을 얻었느니라. 선남자여, 바른 법을 수호하여 유지하는 이는 5계도 받지 않고 위의도 닦지 않고서도, 칼이나 활이나 창 같은 것을 들고 계행을 잘 가지는 청정한 비구를 보호할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비구가 수호하는 일을 떠나서 고요한 무덤 곁이나 나무 아래에 혼자 있으면 그런 사람은 진정한 비구라 하려니와, 만일 수호하는 이를 따라다닌다면 그 사람을 ‘머리 깎은 거사’라 하겠나이다.”
“가섭이여, 머리 깎은 거사라 하지 말라. 만일 비구가 가는 곳마다 몸을 이바지함을 만족히 여기며, 경전을 읽고 생각에 들어 좌선하다가, 법을 묻는 이에게 보시하고 계행 갖는 공덕과 탐욕을 없애고 만족한 줄 알라는 법문을 말하여 준다면, 그는 비록 이렇게 여러 가지 법을 말한다 하여도, 사자후를 하지 못하며 사자들에게 호위받지 못하며 법답지 않은 나쁜 사람을 굴복하지 못하리라. 이런 비구는 저를 이익케 하고 중생을 이익케 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런 무리는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으로서 비록 계행을 가지고 깨끗한 행을 수호한다 하여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느니라.
만일 비구로서 몸을 이바지할 것도 풍족하고 받은 계율을 잘 보호하며, 사자후로써 미묘한 법문을 자세히 말하여, 수다라ㆍ게송[祇夜]ㆍ수기(受記)ㆍ가타ㆍ무문자설(無問自說:優陀那)ㆍ본사(本事:伊帝目多伽)ㆍ본생(本生:闍陀伽)ㆍ방광(方廣:毗佛略)ㆍ미증유(未曾有:阿浮陀達磨) 등의 9부 경전을 남에게 연설하며, 중생들을 안락하고 이익케 하기 위하여 창도(唱導)하기를, 열반경에서는 비구들을 제어하여 종이나 소나 양 따위 법답지 못한 것을 기르지 못하게 하였으니,
만일 이런 부정한 것을 기르는 이는 계율에 의지하여 다스려야 하는 것이며, 여래께서 다른 경전에는 말씀하시기를 어떤 비구가 그런 법답지 못한 것을 기르는 일이 있으면 그 나라 임금이 법대로 다스리고 쫓아 보내어 속인이 되게 하라고 하였으며,
만일 비구가 이렇게 말할 적에 파계한 사람이 이 말을 듣고 성을 내어 법사를 해쳐서 법을 말하던 이가 죽는다 하여도, 이것은 계행을 가져서 자기도 이익하고 남도 이익케 하는 이라고 말하리니, 이 인연으로 임금이나 대신이나 재상이나 우바새들에게 법을 말하는 사람을 보호하라고 내가 허락하였으니, 바른 법을 두호하려는 이는 이렇게 배울 것이니라. 가섭이여, 이렇게 계행을 파하고 법을 보호하지 않는 이를 머리 깎은 거사라 이름하거니와, 계행을 가지는 이가 그런 이름을 얻는 것이 아니니라.
선남자여, 지나간 오랜 옛적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겁 전에 이 구시나 성에 부처님께서 나셨으니, 명호는 환희증익(歡喜增益)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고, 그때의 세계는 넓고 깨끗하여 풍부하고 즐겁고 편안하며, 백성들이 번성하고 굶주린 이가 없어서 마치 극락세계의 보살들과 같았다. 그 부처님께서 오래오래 세상에 계시면서 중생을 교화하시다가, 나중에 쌍으로 선 사라나무 사이에서 열반에 드시고, 부처님 열반한 뒤에 남긴 불법이 한량없는 억년 동안 세상에 전할 적에 불법이 아주 없어지기 40여 년 전에
계행을 지니는 비구가 있었으니, 이름이 각덕(覺德)이었다. 많은 권속들에게 호위되어서 사자후로 9부 경전을 널리 연설하여 여러 비구들을 제어하여 종이나 소나 양과 같은 법답지 않은 것을 기르지 못하게 하리니,
그때에 파계한 모든 비구들이 이런 말을 듣고 나쁜 마음을 내어 칼과 막대기를 가지고 이 법사를 위협하였다. 그 나라 임금의 이름은 유덕(有德)인데, 이런 사실을 알고 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법문하는 비구가 있는 곳에 가서 파계한 나쁜 비구들과 극심한 싸움을 하면서 법사로 하여금 위급함을 면케 하다가 전신에 창을 맞았다.
그때에 각덕 비구가 왕에게 찬탄하기를 ‘대왕은 진실하게 바른 법을 수호하였습니다. 이 다음 세상에 그 몸으로 한량없는 법기(法器)가 되리이다’라고 하였다.
왕이 그때에 이런 법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아촉불국에 태어나서 아촉부처님의 첫째 제자가 되었고, 그 임금이 데리고 갔던 백성이나 권속들로서 싸움에 참여한 이나 따라 기뻐하던 사람들은 모두 아촉불국에 가서 났으며, 각덕 비구는 오래 살다가 나중에 역시 아촉불국에 태어나서 그 부처님의 성문들 중에 셋째 제자가 되었으니, 바른 법이 없어지려 할 때에는 마땅히 이렇게 받아 지니고 옹호하여야 하느니라.
가섭이여, 그때의 임금이 지금의 내 몸이요, 법을 말하던 비구가 가섭불이니라. 가섭이여, 바른 법을 수호하는 이는 이렇게 한량없는 과보를 받는 것이니, 이 인연으로 오늘날 내가 가지가지 상호로 장엄하여 깨뜨릴 수 없는 법신을 성취하였느니라.”
가섭보살이 또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항상한 몸은 마치 돌에다 형상을 새긴 것 같겠나이다.”
“선남자여,
그러한 인연으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바른 법을 수호할 것이니, 법을 수호한 과보는 한량없이 크고 넓으니라. 선남자여, 그러기에 법을 보호하려는 우바새들은 칼과 작대기를 들고 법을 지니는 비구를 옹호하여야 하느니라. 설령 5계를 갖추어 받아 가지었더라도 대승인이라고 말하지 못하려니와, 5계를 받지 않고도 바른 법을 수호하는 이는 대승인이라고 할 것이니, 법을 수호하는 이는 칼이나 병장기를 들고 법사를 호위할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비구가 칼과 작대기를 가진 우바새들과 벗이 된다면, 스승이 있다 하리이까, 스승이 없다 하리이까? 계행을 가짐입니까, 계행을 깨침입니까?”
“가섭이여, 이런 사람을 파계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말라. 선남자여, 내가 열반한 뒤 혼란하고 나쁜 시대에 세계가 어지럽고 서로 침략하며 사람들이 굶주린 때에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기 위하여 마음을 내어 출가하더라도 이런 사람은 ‘머리 깎은 사람’이라 할 것이니, 그런 무리들은 계행을 지키고 위의가 구족하며 청정한 비구들이 법을 수호함을 보면 쫓아내고 해치거나 죽이거나 하리라.”
“세존이시여, 그렇게 계행을 갖는 사람으로서 바른 법을 수호하려는 이가 어떻게 시골이나 도시로 다니면서 교화할 수 있겠습니까?”
“선남자여, 그래서 내가 지금 계행을 지니는 사람이 칼과 작대기를 가진 사람들과 벗이 되라고 허락한 것이다. 임금이나 대신이나 장자나 우바새들이 법을 수호하기 위하여서는 비록 칼이나 작대기를 가지더라도 그 사람은 계행을 갖는 이라고 말하느니라. 비록 칼과 작대기를 가졌더라도 생명을 끊지는 말아야 하나니, 그렇게 하는 이는 제일로 계행을 갖는다고 말할 것이니라.
가섭이여, 법을 수호하는 이는 바른 소견을 갖추고, 대승 경전을 널리 연설하며, 임금의 일산이나 기름 병이나 곡식이나 과일 따위를 손에 가지지 아니하며, 이양(利養)을 위하여서는 임금이나 대신이나 장자들을 가까이하지 아니하며, 시주들에게 아첨하는 마음을 가지지 아니하고, 위의를 갖추어서 파계한 나쁜 사람들을 항복받나니, 이런 사람이야말로 계행을 갖고 법을 수호하는 스님이라 할 것이다. 중생의 진정한 선지식이 되며, 마음이 넓고 너그러워 바다와 같으니라.
가섭이여, 어떤 비구가 이양(利養)을 위하여 다른 이에게 법을 말하고, 그의 무리들도 스승을 본받아 이양을 탐한다면, 그 사람은 이렇게 스스로 대중을 깨뜨리는 것이니라. 가섭이여, 대중에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파계하는 잡승(雜僧)이요, 둘째는 어리석은 중[愚癡僧]이요, 셋째는 청정한 중이니라. 파계하는 잡승은 깨뜨리기 쉽거니와 계행을 갖는 청정한 대중을 이양하는 인연으로는 깨뜨릴 수 없느니라.
어떤 것을 파계하는 잡승이라 하는가. 만일 비구가 계행을 가지면서도 이양을 위하여서 파계한 이들과 함께 따라다니며 서로 어울리어 사업을 함께 하는 이는 파계한 이요, 잡승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어리석은 중인가. 만일 비구가 고요한 도량에 있으나 총명치 못하고 흐리멍텅하여 욕심이 적고 걸식을 행하며, 계를 말하는 날에나 자자(自恣)하는 때에는 제자들로 하여금 깨끗이 참회하게 하지만, 잘못된 제자가 계율을 범하는 이가 많아도 깨끗하게 참회하도록 가르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함께 계율을 말하고 자자한다면, 그런 이는 어리석은 중이라 하느니라.
어떤 것이 청정한 중인가. 어떤 비구들이 있는데 백천억 마군들이 깨뜨릴 수 없고, 보살 중이어서 성품이 청정하며,
위에 말한 두 종류의 중들을 조복하여 청정한 대중 가운데 있게 하면, 그들은 법을 수호하는 대사[護法無上大師]라 할 것이니라.
계율을 잘 지니는 이는 중생을 조복하여 이익케 하려는 연고로, 모든 계율의 모양이 경하고 중함을 알며, 옳은 계율이 아닌 것은 증명치 않고, 옳은 계율만을 증명하느니라.
어떤 것이 중생을 조복하려는 연고인가. 만일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항상 마을에 들어가는데, 시기를 가리지 않으며, 혹은 과부나 음녀의 집에 가서 여러 해를 함께 있는 일은 성문으로서는 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이 중생을 조복하여 이익케 함이니라.
어떤 것이 계율의 중함을 아는 것인가. 부처님께서 사실로 말미암아 계율을 제정한 것을 보고, ‘너는 오늘부터 조심하여 다시 범하지 말라. 네 가지 중대한 계율을 출가한 사람은 짓지 말아야 하나니, 짐짓 짓는 이는 사문이 아니며 석가의 제자가 아니다’ 하면, 이것은 중한 것이니라.
무엇을 가벼운 것이라 하느냐. 가벼운 계율을 범한 이에게 세 번 말려서 능히 버리게 하면 이것은 가벼운 것이니라. 옳은 계율이 아닌 것은 증명치 않는다 함은 어떤 이가 깨끗치 않은 것을 받아 사용함을 보고 칭찬하는 이와는 함께 머물지 않는 것이요, 옳은 계율을 증명한다는 것은 계율을 잘 배우고 파계한 이는 가까이하지 아니하며, 행하는 일이 계율에 합하는 이를 보고는 환희한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이리하여 불법에서 짓는 일을 잘 알고 잘 해석하는 이는 율사라 하나니, 한 글자를 잘 알고 경전을 잘 지니는 일도 그와 같으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여, 부처님 법이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나니, 여래도 그러하여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거룩하신 말씀과 같이 부처님 법이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여래도 그와 같이 헤아릴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있어 깨어지지 아니하면 변역하지 않는 줄을 알겠사오니,
저도 지금 잘 배우고 남에게도 이런 이치를 널리 연설하겠나이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이렇게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여래의 몸은 금강 같아서 깨뜨릴 수 없나니, 보살들은 이렇게 바른 소견과 바른 지혜를 잘 배워야 하느니라. 만일 이렇게 분명하게 알면, 부처님의 금강 같은 몸, 깨뜨릴 수 없는 몸을 보되 거울 속에서 여러 가지 모양을 보는 것 같으리라.”
6. 경 이름의 공덕[名字功品]
그때 부처님께서 또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이 경의 글자와 구절이 지니는 공덕을 잘 알아라.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경의 이름을 들으면 네 가지 나쁜 갈래에는 나지 아니하리라. 왜냐 하면 이 경전은 한량없고 가없는 부처님들이 닦아 익힌 것이니, 그 공덕을 내가 이제 말하리라.”
가섭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은 무엇이라 이름하오며, 보살마하살들이 어떻게 받아 가지옵니까?”
“가섭이여, 이 경의 이름은 대반열반(大般涅槃)이니 윗말도 선하고 가운데 말도 선하고 아래 말도 선하며, 의미가 매우 깊고 글도 좋으며 순일하게 청정한 범행(梵行)을 갖추었으며, 금강의 보배광이 가득하여 모자라는 일이 없으니, 그대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말하리라. 선남자여, ‘대(大)’라는 것은 항상하다는 뜻이니, 마치 여덟 개의 큰 강이 큰 바다에 들어가는 것처럼, 이 경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번뇌와 마의 성품을 항복받고 그런 뒤에 대반열반에서 몸과 목숨을 버리는 것이므로 대반열반이라 이름하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어떤 의사가 좋은 비방(秘方)이 있는데, 그것이 모든 의술을 모두 포함하는 것같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말한 바 가지가지 묘한 법의 비밀하고 깊은 이치의 문이 모두 이 대반열반에 들었나니, 그러므로 이름을 대반열반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여, 비유컨대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고 항상 풍년들기를 희망하다가 가을에 열매를 거두면 모든 희망이 모두 쉬듯이, 선남자여,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다른 경전을 배울 적에는 항상 좋은 자미(滋味)를 희망하지만, 이 대반열반을 듣고 나서는 다른 경에서 희망하던 재미가 영원히 멈추나니, 이 대반열반은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나고 죽는 물결에서 벗어나게 하는 연고니라.
선남자여, 모든 자국 중에는 코끼리의 자국이 제일이듯이, 이 경도 그와 같아서 모든 경전의 삼매 중에 제일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밭을 가는 데는 가을에 가는 것이 가장 좋듯이, 이 경도 그러하여 모든 경전 중에 가장 좋으니라. 선남자여, 모든 약 가운데 제호(醍醐)가 제일이듯이 중생들의 번뇌와 산란한 마음을 다스림에도 이 대반열반이 제일이니라.
선남자여, 좋은 타락에는 여덟 가지 맛이 구족하였듯이, 대반열반에도 여덟 가지 맛이 구족하였으니, 첫째는 항상한 것, 둘째는 변치 않는 것, 셋째는 편안한 것, 넷째는 서늘한 것, 다섯째는 늙지 않는 것, 여섯째는 죽지 않는 것, 일곱째는 때가 없는 것, 여덟째는 쾌락한 것이다. 이것이 여덟 가지 맛이니, 여덟 가지 맛을 구족하였으므로 대반열반이라 하느니라.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이 속에 편안히 머물면 간 데마다 열반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름을 대반열반이라 하느니라.
가섭이여,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이 대반열반에서 열반하고자 하면 모두 이렇게 배울 것이니, 여래는 항상 머무는 것이며, 법과 승가도 그러하니라.”
“세존이시여, 매우 신기하옵니다. 여래의 공덕을 헤아릴 수 없으며, 법보ㆍ승보도 헤아릴 수 없으며, 이 대열반도 헤아릴 수 없사오니, 이 경전을 배우는 이는 바른 법의 문을 얻어서 유명한 의사가 될 것이오며, 배우지 못한 이는 소경과 같이 지혜의 눈이 없으며 무명에 가리운 줄을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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