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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짱이라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짱이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 같습니다.
재작년 10월 어느 날 잠을 자고 있는데 짐승이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강아지 소리 같았지만 늑대울음소리 같기도 해 밤새 울부짖는 소리에 잠을 못자면서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은근히 겁이 많은 타입인 나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짐승이 달려들까 무서웠습니다. 그 시각이 새벽 3시. 계속되는 울부짖음에 겁이 나 나가보지 못하다 태양이 조금씩 밝아 올 때쯤 용기를 내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며 주위를 살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다 계단 한 모퉁이에 벌벌 떨고 있는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녀석도 깜짝 놀란 것 같았습니다.
이제 태어난 지 한달도 채 안된 것 같았습니다. 나는 떨고 있는 강아지가 너무 가여워 품안에 안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오자 그제야 사방팔방을 누빕니다.
이른 아침 집으로 들어온 강아지 때문에 자고 있던 모든 식구들이 일어나 강아지를 만져보느라 야단입니다.
남편과 아이들은 평소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제가 결사반대 하는 바람에 키우지 못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왔으니 다들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가족 모두가 강아지를 키우자고 은근히 저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달도 안된 강아지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란 의문에 휩싸였습니다. 그런 의문도 잠시 녀석의 재롱에 넘어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 데리고 있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은 애견센터로 강아지를 데려가 예방접종을 하고 옷도 사서 입혔습니다. 한편으론 제가 늘 가게에 있어 집에 혼자 있는 아들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다행스럽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이 지나지 않아 주인을 찾았습니다. 주인은 바로 2층에 사는 꼬마아이였습니다. 누군가에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를 얻어 왔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혼날까봐 옥상 계단 옆에 놓았던 것이랍니다.
그래도 일주일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강아지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강아지 주인인 꼬마아이가 "제가 강아지를 키울 수 없으니 아줌마가 키우세요!"라고 하는 게 아닙니까.
강아지는 그냥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주변인들의 말이 생각나 꼬마에게 강아지 값을 지불하고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짱이'라고 지어줬습니다. 그래서 짱이는 정식으로 우리집 가족이 되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녀석이 가끔 심술을 부린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제법 오줌도 잘 가리지만 가끔씩 심술을 부립니다. 실수라고 하기엔 심술이라는 것이 너무 눈에 보입니다.
조금 자라니까 침대에 뛰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게 아주 싫어 야단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면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소변이나 대변을 보고 내려옵니다.
다행히 사료를 먹이기 때문에 이불에 묻지는 않지만 그래도 볼일을 본 것이라 찝찝하긴 매한가지 입니다. 벌써 녀석 때문에 이불빨래를 서너 번 넘게 했습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짱이를 계속 키워야 하나라는 갈등도 생기곤 했습니다.
짱이의 그런 행동들이 집안에 혼자 있다보면 생기는 스트레스 같기도 하지만 얄미운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녀석만 두고 외출을 할 때는 방문을 다 닫고 거실에만 있게 해줍니다. 그러다 가여운 생각이 들면 음악을 틀어놓고 나오는데 그래도 스트레스는 여전한가 봅니다.
짱이가 일을 저지를 때마다 남편은 아주 무섭게 교육을 시킵니다. 가끔은 다른데 가져다 주자라는 말도 해 짱이가 사고를 칠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이젠 정이 많이 들어 다른 곳에 보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중 큰 일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낮에 볼 일이 있어 집에 잠시 들렀다가 침대방문을 잠시 열어놓았는데 그사이 짱이가 침대 위로 올라가 볼일을 본 것입니다.
남편은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 정말 무식하게 짱이를 혼낸 것 같았습니다. 집을 나올 때 녀석을 화장실에 넣고 문을 닫은 채 나왔다고 합니다.
짱이를 혼내는 것은 주로 남편이 하지만 가끔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혼낼 때가 있어 아이들이나 내가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사람도 아닌 개가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너무 심하게 야단을 치면 어떻게 하냐고 아우성을 치지만 남편은 절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가 짱이를 혼냈다는 아빠의 말에 웃으면서 말합니다.
"아빠! 우리 학교에 어떤 선생님이 말씀 하셨는데요. 개를 몇 년 간 키우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게 있다고 해요. 개는 몇 년이 지나도 절대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한달도 안 되어 개가 되어버린 데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남편도 딸아이에게 한방 맞은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웃기만 합니다. 그 일이 있은 뒤 남편은 짱이가 실수를 해도 부드럽게 야단을 칩니다.
짱이를 키운지 1년 6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 짱이는 예쁜 아가씨가 됐습니다. 비록 혈통 있는 가문의 강아지는 아니지만 우리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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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면서 거리의 유기견들을 보면 꼭 내 새끼가 헤매고 다니는 것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키우던 개를 거리로 내보내는 것은 사람으로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요. 개를 보호해주는 곳으로 보냈으면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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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9 오후 4:09 |
ⓒ 2005 OhmyNews | |
첫댓글 ㅋㅋㅋㅋ 졸지에 개가 된 이사빛님의 짝~~!! 고 딸애가 참 ..한대 쥐어박고 싶네 ㅎㅎㅎㅎ
우리집~,,, 재롱이가 생각 나서 미소 ㅎ 지어보네요.~
안그래도 제목을 개가 되어버린 남편...그랬는데..이렇게 바꿨더라구요...^^;; 내 맘에 안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