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부산 금정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외벽에 아파트와 원룸 등 부동산 매매 광고가 빼곡했다. 입주 예정인 S 아파트 84㎡의 경우 2000만~30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되고 있었다. 금성공인중개사(동래구 사직동) 신덕아 소장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폐지는 투자자들이 움직일 길을 터줬고, 취득세 인하도 수백만 원의 절세 효과를 주기 때문"이라며 "특히 3월 전후로 중소형 아파트의 문의나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서서히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은 물론 전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1월 말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산은 지난해 초 다소 주춤하던 분위기에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봄철 이사수요까지 맞물리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더 활기를 띨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이날 발표한 '1월 부울경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부산 북구는 연초 거래가 뜸한 계절적 비수기인데도 지난 12월 대비 0.59% 올랐다. 수영구(0.14%) 동래구(0.07%) 등 대부분 지역에서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울산의 경우도 중구(0.15%) 남구(0.10%) 등에서 지난해 12월 대비 1월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랐다. 경남에서도 거제시(0.31%) 창원시(0.14%) 등이 일제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월간주택가격동향'에도 상승세는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0.11%, 1월 말 기준으로도 부산은 0.0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0.14%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는 부산진구(0.19%)와 사하구(0.21%)가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감정원은 0.6% 가까이 오른 부산 북구의 경우 만성적인 전세 공급부족과 높은 전세가율에다 양도세 중과폐지 등 정책효과가 더해지면서 전세수요를 매매로 끌어온 것으로 분석했다. 화명동 롯데낙천대, 코오롱하늘채1·2차, 대우이안, 대림쌍용강변타운 등 화명동 주요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리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이영래 부산지사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월별 부산의 아파트 거래량은 7500~8500건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침체기의 5000건 수준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물량"이라고 말했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청약자격을 19세로 낮추고, 근로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들에 대한 정책모기지가 확대됐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승세는 최소한 4월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 다만 하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많으므로 가격 면에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