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 캄보디아의 가라오케(Karaoke)는 대단하다. 정말로 대단하다. 밤이 되면 캄보디아의 사무직 직장인들은 창문도 없고 마치 벙커 같은 공간인 'KTV'라 불리는 가라오케 유흥업소에 가서, 얼음 조각이 든 맥주를 홀짝거리며 노래와 춤을 즐긴다. 그리고 보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가라오케 동영상들을 직접 다운로드 한 뒤, 집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캄보디아의 주요한 TV 채널은 대부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나 집권 '캄보디아 인민당'(CPP)과 연줄이 닿아 있는 사업가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주요 채널 9곳의 그 어디를 틀더라도 얼마 안 있어 훈센(Hun Sen) 총리 및 그 부인[이자 '캄보디아 적십자사'(CRC) 총재]인 분 라니(Bun Rany) 여사를 찬양하는 가라오케 동영상이 방송되곤 한다. 이러한 방송은 캄보디아인들이 지닌 가무에 대한 열정에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조용하고도 오랜 역사를 지닌 선동선전 활동의 일환이다.
훈센 총리는 원래 크메르루주(Khmer Rouge)의 전사였지만, 나중에는 잽싸게 그 정권에 반대하는 진영으로 귀순했고, 이같은 변신이 결국 그가 나이 27세에 권력을 잡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서방 국가들은 훈센 정권의 인권 기록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시위대나 운동가들은 총격'을 당하고 있고, 야당의 주요 인사들에게는 날조된 혐의들이 적용된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훈센이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캄보디아 문화를 리메이크하는 일은 아마도 그러한 일들보다 더욱 더 교활한 형태의 수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훈센이 캄보디아 최고 인기 코메디언들에게 '총리 경호부대'(PMBU)의 '군 장교 계급을 수여'한 것만 해도 이미 수십 명에 달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코메디언들의 능력을 자신의 정파의 이익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여년간 새로 건설되거나 개량되는 거의 모든 학교나 교량, 도로들에는 훈센 총리나 분 라니 여사의 이름이 붙었다.
훈센 총리와 그 친인척들은 산스끄리뜨어 어원을 지닌 호사스럽고 별 의미도 없는 왕실 칭호들을 갖고 있다. 훈센의 현재 공식칭호는 '섬다잇 아까 모하 세나 빠더이 떼쪼'(Samdech Akka Moha Sena Padei Techo)로서, "뛰어난 대공(=왕자급)이시자, 위대한 최고의 수호자이며, 명성있는 전사" 정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때로는 단순히 '떼쪼'라고만 불려질 때도 있다.
그리고 훈센 가라오케도 존재한다. 그것은 훈센의 개인적인 작곡가인 훈 헹(Hun Heng)이 만든 수백 곡의 노래들이다(두 사람은 인척 관계가 아님). 1990년대에 훈 헹의 직책은 목가적인 발라드들을 작곡하여, '훈센 총리의 명의로 레코딩하는 일'이었다. 발표되는 곡들은 모두 훈센 총리가 만든 것으로 꾸며졌지만, 훈 헹 자신도 독자적인 명의의 작품들로 제법 유명한 인물이다.
필자는 지난달 훈 헹 씨에게 그의 작품들에 관해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만남을 거부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설명하기 매우 힘들다. 그 많은 일들을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래들은 스스로 말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TV 방송국들은 최근 훈센 총리가 제시한 주요한 정책 2가지를 찬양하는 뮤직 비디오를 열심히 방송했다.
그 중 하나는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떤레삽 호수에서의 대규모 상업적 어업을 무기한 금지'시킨 조치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남녀 가수가 듀엣으로 부르는 이 노래는 물고기들이 펄떡펄떡 뛰노는 모습을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가사를 갖고 있다.
"2012년 3월 7일의 총리령은 멸종위기에 처한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이 갖고 계신 진실로 지혜롭고 사려 깊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네."
(동영상) 훈센 총리의 떤레삽 호수에서의 대규모 상업적 어업 금지 조치를 찬양하는 내용의 가라오케 동영상.
<의용봉사대 청년의 마음>은 '훈센 총리의 토지소유권 발급 계획'을 위해 시골지역으로 파견된 '대학생 봉사단' 사업을 찬양하는 프로그램이다. 동영상을 보면 한 노파가 자신의 토지등기부를 움켜쥐고 이빨이 없는 잇몸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면 어느 가수가 다음과 같은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어머니 분 라니께서 우리에게 기회와 새 운명을 주시네. 아버지 떼쪼(=훈센)는 너무도 뛰어나셔서, 우리로 하여금 커다란 감사의 마음을 우러나오게 만드네."
분 라니 총재에게도 찬양의 가라오케 곡이 수십 곡이나 헌정되어 있다. 이런 노래들에서는 얼굴에 분칠을 덕지덕지 하여 경이적으로 하얀 얼굴을 한 이 전직 [크메르루주] 간호사 출신 여성의 수많은 덕스러움이 열거된다.
그녀는 캄보디아 여성들의 영웅이로다.
그녀는 위대하고 명성이 자자한 경력을 갖고 있데.
그녀는 위대한 모범이 되는 분이네.
그녀는 살아있는 자선의 어머니이시네.
그녀는 정말로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셨네, 오!
그녀는 정말로 다이아몬드와 황금을 만드시네.
그 중 한편의 비디오는 분 라니 여사가 지난 2011년에 캄보디아 최고의 학술기관인 '캄보디아 왕립학술원'(Royal Academy of Cambodia: RAC)으로부터 '명예 칭호를 하나도 아니고 2개씩이나 수여'받던 날의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RAC는 그녀에게 '캄보디아 사회에서 가장 걸출한 여성'(Most Outstanding Lady of Cambodian Society) 및 '낏띠쁘릿반딧'(Kittiprittbandit: 영광스럽고 비범하게 꼿꿋한 사람)이란 칭호를 수여했다.
(동영상) 분 라니 총재가 왕립학술원에서 명예 칭호 2개를 수여받은 일을 찬양하는 가라오케 동영상.
재미교포 학자로서 캄보디아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에아 소팔(Sophal Ear) 씨는 필자와의 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끊임없이 재방송하는 것은 선전전에 다름이 아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DVD들을 사려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식의 내용 재방송이 결국엔 사람들의 뇌리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세뇌)"
에아 소팔 씨는 훈센 총리가 수많은 음악적 결과물을 내놓은 일이 사망한 고(故)-노로돔 시하누크(Norodom Sihanouk) 전임 국왕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하누크 상왕은 그 스스로가 '유명한 작곡가이자 가수'였고, 영화감독이자 재즈 섹소폰 연주자였고, 화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나의 [캄보디아인] 친구 한사람은 매우 중요한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하누크 상왕의 노래들은 매우 아름답고 가사의 의미도 좋았다. 하지만 훈센의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불량식품을 씹고 있는 느낌이다."
그가 이런 말을 했을 때, 그는 자신의 여섯 살 난 아들이 입학할 초등학교를 찾고 있던 중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훈센'의 이름이 붙지 않은 학교에 가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는 "시내 전체를 찾아봐도 그런 학교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아들은 '훈 니엉 초등학교'(Hun Neang Elementary School)에 입학했다. 훈 니엉은 훈센 총리의 노쇠한 아버지의 이름이다. 훈 니엉 옹 역시 근년에 '국왕으로부터 작위 수여'받았는데, 그에 대한 칭호는 '가장 충성스럽고 가장 자비로운 영주(=네약 옥냐)'였다.
첫댓글 하여간 뭐..
<캄보디아 적십자사>의 원래 명칭은
<집권 인민당 산하 사시사철 상설 선거운동 본부>라고 볼 수 있죠..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에
한국의 육영수 여사가 했던 일과 동일한거지요..
<분 라니가 육영수보다 못한 게 뭐가 있나요??
육영수가 분 라니보다 더 잘 한 게 뭐가 있나요???>
근데.. 왜 욕하는겨??
정신들 차려야죠..
요즘 육영수 찬양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그렇게 하려면
먼저 제가 던진 질문에 답하고 나서 그래야만 합니다..
<분 라니가 육영수보다 못한 게 뭐가 있나요??
육영수가 분 라니보다 더 잘 한 게 뭐가 있나요???>
박정희빠, 박근혜빠,
노빠 문빠, 미권빠, 나꼼빠..
도올빠, 명박빠, 조용기빠 등등..
누군가의 빠(=광신도)가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광기의 시대...
저는 그냥 "술빠" 및 "춤빠"나 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