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로 리뷰
'빨리 빨리' 한국인이 '만만디' 중국인을 만났을 때한국인들은 무엇보다 중국인의 만만디에 약하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은 항상 먼저 결론을 내놓아 자신의 계획대로 할 수 없게 되지만 중국인들은 느긋하게 기다림으로써 주도권을 쥐게 된다.
"누구나 다 아는 진리지만 중국인은 느리다. 만만디다. 대개의 한국인은 만만디를 만나면 욕부터 내뱉는다. 그래봐야 정신 건강만 해칠 뿐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은 정말 끝까지 게으르고 대책 없는 사람들인가? 아니다. 방법이 있다." (130쪽)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유교문화의 폐해를 정면으로 비판했던 김경일 교수가 이번에는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를 통해 '빨리 빨리' 한국인을 위한 '만만디' 중국 공략법을 일러준다. 저자가 담아내는 중국의 모습은 언론의 중국 보도나 전문가들의 중국 분석서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중국의 말과 글을 공부한데다가 근 10년 동안 방학때마다 베낭을 메고 중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교수나 대학생에서부터 거리의 이발사, 촌로, 거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중국인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글쓴이는 거대한 중국을 하나의 덩어리만 보는 것이 중국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중국은 자잘한 소수 민족은 제쳐두고 같은 한족이라도 지역에 따라 그 특색이 뚜렷이 구분되며 각각 다른 역사적 전통과 정서를 갖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 지역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륙적 기질’의 전형이다. 스케일이 크고 시원시원하지만 허풍이 세기도 하다. 상하이 사람들은 차분하고 섬세하지만 동향인 쨩저민의 말대로 ‘재주는 뛰어나지만 너무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큰 판을 못 읽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광똥 사람들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그것을 실현해내는 억척과 근면을 지녔다. 이러한 중국의 각 지역에 대한 세부적 이해가 온전한 중국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글쓴이는 또 '중국인을 음흉하다, 엉큼하다, 종잡을 수 없다'라고 느끼는 것은 중국인 화술의 이중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인은 직언을 피하고 언제나 돌려 말한다. 그들은 은유와 비유의 시적 언어에 익숙하다. 중국인들과의 대화에서는 항상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고춧가루 같은 직선적 언어 표현이 돼지비계처럼 미끄덩거리는 중국인들의 이중 표현의 표면에서 겉돌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그들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그들의 표현과 상황이 미묘하고 다양하기는 하지만 복잡하지 않다. 저자는 그것이 중국을 이해할 때 무엇보다 먼저 가져야할 중요한 전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을 차분하게 관찰한다면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만만디는 구제불능이 아니다. 그것은 좀 다루기 쉬운 중국 문화의 한 가지 특성이다. 저자는 외국에 나가면 그곳 시간에 따라 시계 바늘을 돌리듯이, 중국인을 만나면 마음속에 만만디 시계를 하나씩 구비할 것을 권유한다. 힘 빼고 기대 빼고 담담할 수만 있다면 그들과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책에 담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모습은 저자의 오랜 경험과 관찰, 분석을 토대로 정리한 '중국 스케치'다. 실제로 저자는 과목 이름이 아카데믹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꽤나 눈치를 받고 있다는 '중국문화 스케치'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사건의 한 단면만을 보고도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를 꿰어 설명할 수 있고 대처방안까지 찾아낼 수 있는 무림의 고수가 등장하기를 바란다고 쓰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언어, 역사를 넘나드며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분석해 내는 그의 내공 역시 대단하다. 무엇보다 초보자를 위해 언제든지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초식'을 전수하고 있기에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 싶다. (윤정윤 phyllis@libro.co.kr/리브로)
김경일 - 상명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국민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중국의 말과 글을 공부하였다. 구대문자와 그 문명의 연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타이완 중국문화대학 중문연구소에 입학, 세계적 고문자학 학자인 쉬탄훼이 박사에게서 고대문자와 갑골문을 시사받았다. 그리고 1990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갑골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정부 초청으로 베이징 사범대학에서 연구했고, 최근에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 아시아학과에서 2년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유교문화의 허위와 위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문제작「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비롯「나는 오랑캐가 그립다」「갑골문 이야기」「제대로 배우는 한자교실」등이 있으며, 다른 이들과 함께「중국문학사」「중국 문화의 이해」를 썼다. 논문으로는 '설문해자와 상형문 연구', '갑골문을 통한 조상숭배 의식 연구', '한국 소장 갑골문 12편의 고석', '갑골문을 통해 고찰한 동이 어휘의 기원'등 20여 편이 있다.
갑골문 박사 김경일이 중국 구석구석을 발품 팔아 체득해낸 진짜 중국, 중국인, 중국문화!'중국인은 겉말과 속말이 틀리다' '중국인은 만만디다', '중국인은 두루뭉술이다' '중국인은 음흉하다' '중국인은 속임수에 능하다'…
중국인에 관해 우리가 흔히 갖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만큼 진실일까? 그 이면의 속내를 꿰뚫어볼 수 있다면, 진실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닐까? 그 이면의 속내를 꿰뚫어볼 수 있다면, 진실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닐까? 설화꾼의 민담 속에서, 각 지방의 먹거리 속에서, 경극 배우들의 화장 속에서,「삼국지」속에서, 마작 속에서 저자는 중국을 발견한다. 중국인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거대한 중국땅 구석구석을 배낭 메고 발로 뛰어다니며 발견한 진실은 이것이다. - 중국인은 어렵지 않다. 겁먹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자.
차례
머리말
하나의 중국은 없다
「삼국지」로 읽는 중국, 중국인
멋없는 터프가이, 베이징 사람들
감각적으로 닳고 닳은 상하이 사람들
꿈꾸는 켄토니스, 광똥 사람들
타고난 정치와 비즈니스 수완, 타이완 사람들
손님으로 살아온 역사, 커쨔런
중국인도 모르는 중국어
「삼국지」를 읽지 마라
중국, 풀면 쉽게 풀린다
중국인의 겉말과 속말
중국인을 속이라는 건 아냐
'꽌시'를 넘어선 곳에 '미엔즈'가
중국을 쉽게 풀려면
인치는 예술, 법치는 애물
중국인의 핏줄엔 '삐엔'이 흐른다
퍼지의 담판 이론
할 말은 감추고, 한 말은 비틀고
악수를 안 해도 친구는 된다
한국말 하면 중국어 된다
한국말 하면 중국어 된다
136 + 377 = 중국어가 읽어진다
카피 연구 좀 합시다
팩스를 읽는 법
이, 얼, 싼, 쓰가 감춘 칼날
36계의 비밀
중국인은 색깔로 말한다
일곱 색깔 중국인
중국인이 시뻘건 이유
거꾸로 선 게 바로 선 거야
쎈 여자
상상력을 특허 낸다
중국 속의 중국인 '라오싼찌에'
공자, 노자, 투자, 놀자
중국인의 핏줄엔 런민삐가 흐른다
열 받는 포청천
한국인의 핏줄엔 오향이 흐른다
잃어버린 동이족
미디어리뷰
한국일보 | “중국인은 정말 종잡기 힘들어” ... 2002-04-20
우리 사회의 유교문화를 비판한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쓴 김경일 상명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풀어낸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를 냈다. 10년 가까운 배낭여행으로 중국 구석구석을 관찰한 저자는 중국인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람도 드물다고 말한다. ‘만만디’ ‘겉말과 속말이 틀리다’처럼 하나로 뭉뚱그려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독자리뷰
중국인은 화나면 정말 웃을까? - 이춘근 님
독자평점 ★★★★ 입니다(2003년 12월 11일 목요일)
저자의 책은 「나는 오랑캐가 그립다」로 처음 접했다. 한 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고 우리 나라의 고쳐야 할 수많은 병패들을 잘 꼬집은 책이었다. 물론 꼬집은 것으로 끝나면 안되겠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이 본래 선비 민족이 아닌 오랑캐 민족이고 이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참으로 많은 공감을 하였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책을 더 읽고 싶어서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중국에 대해서 사전에 자세히 알지 못하고 어렴풋하게 알아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중국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저자가 직접 중국땅을 밝고 돌아다니면서 쓴 글이라 현실에 와 닿았다. 저자의 특유의 문체는 책 읽는 재미를 더하게 만든다. 여전히 이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방향 제시를 하는 부분도 중간 중간 보였다.
우리와 반대의 성격을 가진 중국, 느리면서도 속으로 자신의 이익을 다 챙기는 중국, 숫자에 강한 중국 수 많은 특징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와 닿은 것은 접촉하기 싫어하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긋지긋하게 많아서 일까? 저자의 말대로 접촉하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내어 놓기 때문일까? 한국은 악수하고 같이 어깨동무하면서 서로 부딪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데 이상케 느껴졌다. 이것이 환경과 문화의 차이점인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는 외국어 공부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한다. 언어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고 직접 말하고 듣고 부딪치는 것이라고 계속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 교육하고 있는 잘못된 부분을 잘 지적한다. 이 글을 읽으면 언어공부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어렵기도 하다.
정말 중국인은 화나면 웃을까? 그러한 중국인을 만나고 싶다. 이 책이 중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낮게 보는 마음은 사라지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