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배려(配慮)
信泉 김 기 태
(강원기독 문인회장/수필가)
때로는 말 한마디를 덧붙이지 않아 많은 손해를 볼 때가 있다.
내 생각만 하고 상대방도 그러려니 하거나 그럴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확인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실행하여 엉뚱한 결과를 얻게된다.
어제 있었던, 나의 경우가 그렇다.
‘옥천동’ 단독주택 생활 40년을 정리하고,
동면 ‘만천리’ 아파트로 이사한지 몇 달 되지 않아 시내를 오가는 것이 불편 한데다가
운전을 접는다고 애차(愛車)를 떠나보내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니 불편이 크다.
택시를 타니 비용이 만만치 않고 버스를 타면 노선구별과 환승절차를 몰라 당황하게 되어
가는 시간도 오래 걸려서 만남을 약속할 때는 가벼운 고민을 하게 된다.
그날 춘천의 유일한 월간 잡지
‘성시 매거진’ 사진기자 ‘이 권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장로님, 인터뷰 기사에 넣을 사진을 찍으려는데요, ‘벨몽드’ 건너편 찻집에서 뵙겠습니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 버스를 타고
8호 광장 벨몽드 앞 ‘베네치아 찻집’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20분전이다.
그로부터 또 20분, 정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갸웃하며 폰으로 연락하니 ‘장로님, 정시에 와서 기다리는데요.’
‘아쁠사' 약속장소가 잘못 되었구나'
서둘러 이권사가 20분 후에 되돌아와서 40분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였고,
나는 60분의 시간을 허비 하였지만, 예정대로 취재와 사진 찍기를 마쳤다.
나는 으레 성시본부와 5분 거리인 8호 광장으로 정했을 것이라고 짐작 했고,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아 원망을 하려던 참이라고 했더니,
이 권사님은
‘원로 장로님을 멀리 나오시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서 장로님 댁 가까이에 있는
<만천리> 벨몽드를 말씀드렸는데요. 죄송합나다'
춘천시내에는 ‘벨몽드’가 5곳이나 있으니
<만천리>라는 지명만 말했어도 이런 시행착오는 없었을텐데,
우리는 짧은 대화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커피향기를 맡으며 나는 가볍게 농담을 건냈다.
'이권사님, 내가 계산해 보니, 오늘 우린, 밑진 장사는 안했어요."
이권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내가 미리와서 기다린 시간, 이권사가 약속시간을 넘긴 시간, 되돌아오는 시간,
차로 가고 오는 기름 값,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잠시 오해 했던 마음 등을 계산하면
손해를 본 것 같으나
앞으로 <약속은 명확하게> <일시, 장소를 분명하게,> 하여야 한다는 작은 진리를
다시 깨우치게 된 것이 보람이 아니냐는 내말에 공감하며 남은 커피를 마시고
"말 한마디"의 무게를 화재로 하여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내 딴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배려(配慮)의 마음으로 행 하였으나,
생각이 빗나가 민망해질 때가 있고, 행함은 좋아도 결과가 어긋나면 서로가 미안하고,
그로 인하여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다는 교훈을 얻은 날이었다.
-약속은 명확하게, 아는 길도 물어가자-
<2017년1월20일>
첫댓글 하하하하하하 실수를 통해서 교훈을 얻으셨네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되었습니다. 오순도순
사랑방에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춘천에 벨몽드가 1군데 있어야 하는데 인 안하시고 가셨군요
옥천골 장로님이 아니시고 춘천 실수네요
장소를(만천리)
저도 약속할때 꼭 명심해야겠어요
장로님 말씀을 오순도순방에서 웃다 갑니다
순회공연님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평강하시지요?
먼저 장소를 정하는 <이권사가>
<만천리>지명을 말하지 않아서 생긴 에피소드랍니다.ㅎ.ㅎ.ㅎ.
매사 불여 튼튼, 명확한 약속을 깨우쳤어요.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늘 가페를 빛내주시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