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영화배우 주성치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0년대에 나온 "소림축구"나 "쿵푸허슬"일 것이다. 그러나 주성치의 영화는 이미 90년대가 전성기였다. 주성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저질 영화가 다 있냐면서 외면하기가 쉽다. 장면 하나하나가 이른바 병맛이고, 어처구니없는 맥락없는 전개에 웃긴다기 보다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성치 영화는 저질영화에 밎장구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즐겨도 된다. 주성치 영화는 그게 특질이고 제맛이기 때문이다. 주성치 영화중에 걸작이라고 하는 작품이 서유기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이다. 주성치 영화의 맛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엇인가 마음을 건들이는 것이 있다. 마음껏 웃으면서 영화를 보다보면 짠하니 남는 게 있다. 아련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지만, 인류를 위한 큰 임무(삼장법사를 도와 불경을 가져오는 일)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하는 고뇌와 갈등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손오공으로 변하기전 주성치의 명대사가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예전에 사랑을 앞에 두고 아끼지 못하고 잃은 후에 후회했습니다. 인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후회하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겠습니다. 만약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