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송년회 참석신청해 놓고서는 연락도 없이 불참하게 된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많이 준비하셨을 텐데 그 수고에 보답을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요. 다음번에 벌금까지 들고 꼭 참석하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지방(군산)에 갔다가 오늘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회사에 출근해서 DM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6촌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잠깐 6촌형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 작은 할아버지의 손자이고 저보다 1살이 더 많은(올해 37살)인 형입니다.
어렸을때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공사판, 택시운전, 중국집 배달일을 하면서 고생고생해서 돈을 모아가지고,
군산에 내려가서 자기 이름으로 중국집을 차린게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중국집 개업식날 내려가서 '정말 고생했으니 이제 돈벌일만 남았네'라고 응원하면서 밤새 술잔을 기울인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서울에서 자취할때 옆방살던 지금의 형수를 만나서 결혼식도 제대로 못 올리고 이제 4살짜리 딸을 하나 두고 있는 형이었습니다.
그런 형이 아침에 오토바이로 시장에 갔다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중환자실에 지금 있다고..
6촌형이 제가 보험회사 들어갔다고 '너 한테 보험 한나 들어줘야지' 하면서 청약서에 싸인해줄때 옆에서 '당신 죽으면 얼마나오는 보험이야?'라고 짓굳게 물어보던 그 형수가 맨 먼저 떠오른 사람이 저였답니다.
실제로 그 형님은 독자이고 사촌들과는 관계가 소원해서 서로 연락은 하지 않고 지냈구요.
토요일에 전라도쪽에는 눈이 참 많이 왔었죠.
군산역에는 KTX가 운행하지 않아서 익산에서 택시를 타자마자 다시 형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님이 돌아가셨다구요.
그 눈길에 20분만에 군산까지 데려다 주신 택시아저씨께 요금이라도 더 드렸어야 하는데..
아직 영안실에 안치되지 않고 응급실 방안에 하얗게 덮여있는 형님을 보면서, 정말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저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형수님은 말할 것도 없었죠.
여기 저기 떠돌면서 일하고 고생했던 사람이라서 3일장 치르는 동안에 다녀간 문상객이라고는 한 50여명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불쌍한 사람 떠나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보험회사에서 일한지 2년정도 되었지만, 그동안에 입원보험금 정도를 지급한 적은 있었지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첫번째 고객이 형님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요즘에 푸르덴셜보험의 광고를 보면 '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광고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저도 형님이 보험가입할때 '가족사랑을 실천하는 거야' '형한테 무슨일이 생기면 내가 형수랑 유진이랑 다 책임질께'라고 농담으로 얘길했었는데 정말 막막한 생각만 들더군요.
참고로 형님은 약 2억정도의 보험금을 타게될 것입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고, 소중한 돈이 되겠지요.
하지만 남편으로서의 역할, 아빠로서의 책임은 돈으로 대신될 수는 없겠지요.
그렇게 고생해서 모은 자기 가게라고 잠도 제대로 못자가면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자장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자기 딸래미 먹이는 마음으로 깨끗하고 정갈스럽게 음식장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일찍 데려가셨는지 정말 분하고 화가 납니다.
낼모레면 삼오제때문에 다시 군산에 내려가야 합니다.
쓰러져버리기 직전인 형수에게 무슨 위로를 해야 할까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4살짜리 유진이에게는 아빠가 없어져 버린것을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서른여섯해를 살았지만, 이렇게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한길 회원님들께 기쁘고 좋은 소식만 전해드려야 하는데,
지난번에 이여서 또 이런말씀만 드리게 되어서 정말 죄송하네요.
다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그리고 언제나 안전운전하시구요.
첫댓글 가슴아픈 글이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일이 있었서군요...열심히 착하게 산 사람이 오래오래 잘살아야하는데......무슨위로의말을 해야할쥐...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불행중 다행입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휴.... 어떤 위로를 드려야 할지... 남은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않고 죽었으되 살아 있는게 인생이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살아보니 산 사람은 또 그렇게 살게 되더군요...지금은 어떤 말을해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그 형수님과 조카가 남편몫까지..아빠 몫까지 남은 삶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연락 해볼까 했는데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이제 막 가족이 되셨는데.. 남일같지않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남으신 유족분에게 따뜻한 미래가 같이 하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