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다스 벨리(Dundas Valley)의 찔레꽃
Jun.22’13
정 창 균
천둥 번개에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맞춰 하이킹 코-스를
잡았는데,비가 올 조짐도 없고 또 7월에 로키 등정을 함께
할 회원들이 모처럼 많이 나와 훈련 겸해서 언덕배기가 많은 코-스를 택하기로 예정을 바꾸었다.
오늘 하이킹은 던다스
벨리를 지난번과 반대쪽(남쪽)에서부터 시작했다. 원래 이 코-스는 티파니 폭포(Tiffany
Falls)앞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나 최근에 이곳이 유료 주차장으로 바뀌어, 시간당 2불씩이나 되는 주차비도 아낄 겸, 티파니 폭포 뒷산 너머 필만 로드(Filman Rd.)끝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여기에
가파른 언덕배기가 다 몰려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던다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난 언덕 위 모학 스트리트(Mohawk St.)에서 하이웨이 403을 빠져 나와 오른쪽으로 돌면 첫 번째 만나는 길이 필만 로드이고, 이
길을 따라 우회전 하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서너 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공터가 있고, 바로 눈앞에
메인 트레일 마크가 보인다.
키 큰
나무들이 시원스럽게 쭉 쭉 뻗은 아늑한 숲을 지나 개울을 건너면 곧 바로 가파른 언덕을 오르게 된다. 언덕에
올라서면, 나뭇잎이 떨어진 겨울철이면 던다스 시가지가 바로 발아래 내려다 보이지만, 녹음이 우거진 여름철엔 오직 푸른 나무숲만이 시야에 가득할 뿐이다. 나무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언덕 위에 자리잡은 나무하고 언덕아래 사는 나무하고는 사는 모습과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 언덕
위 나무는 밑 기둥이 굵고 키가 작은 편이지만, 언덕아래 나무는 기둥이 가늘고 키가 크다. 언덕 위는 햇빛은 잘 들지만 바람이 세기 때문에 굵고 낮게 사는 것이고 언덕 아래는 바람은 약하지만 햇볕이
들지 않으므로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받기 위해 키를 키워 사는 것이다. 뭇 생명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처럼 나름대로 사는 법을 터득하고 거기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대견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슴 한 구석이 짠한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생명의 본성을 깨달은 분들은 하늘을 보고 껄껄 웃다가도 땅을 치며 통곡하기도 한다지 않던가.
나무계단을
딛고 언덕을 내려가, 윌슨 스트리트(Willson St.)를
만나서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티파니 폭포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주차장 안쪽으로 있는 사이드 트레일을
따라 두 개의 다리를 건너면서 약 500m 정도 들어가면 소담하게 생긴 작은 폭포가 나온다. 티파니 폭포다. 이 폭포는 겨울에 완전히 얼어붙어 빙벽을 만들기에
빙벽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주차장에서 윌슨 스트리트를 건너면 메인 트레일로 연결되는데, 이때 언덕 위에서 과속으로 내려오는 차량들을
조심해야 한다. 오솔길을 한참 걸어 올드 던다스 스트리트(Old
Dundas St.)를 건너면 환상적인 가을단풍으로 소문난 셔만 폭포(Sherman Falls)가
한껏 멋을 부리며 기다리고 있다. 높이 17m, 넓이 8m의 셔만 폭포는 흰 비단 폭 같은 넓은 물줄기가 3단으로 떨어지는데, 늦가을 노란 단풍 빛이 흰 물줄기에 비치면 보는 이들의 넋을 빼어 놓는다.
발길을
돌려 다시 언덕을 올라 풀섶을 지나 가는데, 거기에 하얀 찔레꽃이 다소곳이 피어 있었다. 숱하게 산길을 걸었지만 찔레꽃을 본 기억이 없는데, 지난번 산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던다스 피크 뒤쪽 숲길 덤불 속에서 찔레꽃을 처음 보았다. 그 동안 더러 마주쳤겠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찔레꽃은 그런 꽃이다. 그날
하얀 꽃잎을 만져보며 참 슬픈 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였고 꽃 속에 숨기듯 머금고 있는 향기에서도 어쩐지 슬픔이 묻어 있는듯한 느낌을
받은 것 같은데 역시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런데 카페에 올라온 ‘장
사익’씨의 노래 ‘찔레꽃’을
듣는 순간 그 생각이 불현듯 다시 떠올랐다. “하얀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나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절규하듯, 호소하듯 혼신의 힘을 다해 애절하게 부르는 ‘찔레꽃’은 음악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너무 큰 감동을 주었다. 같은 노래도 부르는 사람과 창법에 따라 저렇게 다른 맛이 나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찔레꽃은
주로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언덕 밑 덤불 속에 숨어서 핀다. 가지에 가시가 있는데다가 꽃도 탐스럽지
않고 향기마저 별로여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꽃이다. 다만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꽃엔 관심조차 두지 않고 부드럽게 올라오는 새 순만을 따서 껍질을 벗겨 먹던 아련한 추억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찔레꽃을 알고 나니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관심을 갖고 눈 여겨 찾아보니, 의외로 여기 저기에서 군데군데 눈에 들어 왔다. 역시 찔레꽃은, 하얀 꽃 찔레꽃은, 별처럼 작은 찔레꽃은 슬프고 서러운 꽃이었다.
조선시대의
어떤 문인이 말하기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고 했다는데, 장
사익의 ‘찔레꽃’ 노래를 듣고 찔레꽃을 다시 보게 되면 그
말이 정녕 명언임을 알게 될 것이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사랑에 이르기 위한 첫걸음 일테니까.
자연을
보는 눈과 방법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육안(肉眼)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육체의 눈으로 감각적 시각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慧眼(혜안)이다. 이는 과학적 지식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심안(心眼)으로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보는 사람과 보이는 대상의 마음이 서로 통해 이심전심으로 대화 하면서 서로를 보는 방법이다.
마지막 방법은 불안(佛眼)이다. 이는 자연의 본성을 꿰뚫어
깨달음의 경지에서 보는 방법이다. 산에 와서, 보이고 만나는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보면 심안이 열리는 법이니, 물을 사랑하고 산을 사랑하는 이들은 마땅히 심안으로 자연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길은 던다스 트레일 센터로 이어지고, 거기까지 갔다 와야 다리에 뻐근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되는데, 오늘은 무더운 날씨에 땀을 이미 너무 많이 흘렸고, 돌아가는 길에 또 다시 가파른 언덕을 넘어야 할 체력을 아껴둬야 하겠기에, 지난번에
점심을 먹었던 부근에서 점심자리를 찾고 있는데, 얼핏 숲 속에 작은 정자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세웠는지 모르지만 작은 폭포 밑 개울가에 정성껏 잘 지은 깨끗한 정자였다. 이런 멋있는 곳에서는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점심을 먹어야 제격인데 조잘조잘 흐르는 개울물 소리도
빗소리 못지않게 감미로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곳은 사유지에 세운 개인 소유의 정자였다. 따지고 보면 자연이 어떻게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있을까 만, 아무튼
좋은 곳에서 즐겁게 점심을 먹었으니 고마울 뿐이다. 늦게나마 정자를 세운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축하 드린다. 그분들이 알았건 몰랐건 우리에게 큰 보시를
하였으니 복을 지은 건 그분들의 몫이니까…
참석자. : 정
창균,최 영식,김 영욱,김
영희, 박 태관,김 혜경,김
금송,김 미희,정 찬희.하
정자,수지,김 정,에스라. 계 13명.
기록 : 길이-12.03Km, 시간-3:04Hr, 페이스-16:21분/Km, 속도-3.6Kph,
고도-338~364m, 칼로리-1090Kcal.














첫댓글 매번 이쁜곳을 골라 안내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
사진또한 포샵하셔서 이쁘게 내주셔서 감솨 감솨 ~~
몸은 힘들어 파김치 ? 되었지만 아름다운 곳을 보고 아름다운 공기 또한 마시고
오게되어 행복 했습니다 ^^*
이쁜 그림 그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커피 한잔 거하게 쏘겠습니다 ^^*
이리 저리 둘러봐도 우리 물에산에 산행팀이 역시 최~~~고!!!
거의 6개월만에 만났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정회장님, 최고문님 그리고 산우님들 무~지 반갑고 고마웠어요. (몇몇분들은 못만나 아쉬웠지만......) ~~~있는듯 없는듯 은은히 퍼지는 찔레꽃 향기속에 조근조근 얘기 나누며 걷는 푸른 오솔길은 환상이었지요. 시원한 폭포를 옆에 끼고 아름다운 정자에서 진수성찬도 즐기고......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 산우님들 얼굴보는게 가장 행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