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제 그림에 옛 시와 어울리게 해 주신, 황감한 기회도 있으나
원래 그 그림을 그릴 때 "인연"이란 제목으로 시를 썼답니다
근데 최근에 옛 파일을 펴서 "강과 노을의 기억"으로 제목을 바꿨습니다
부용대 기슭에 기대어 서 있는 두 그루의 노송이
제 전시회의 타이틀을 장식하는 소품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실, 미대 출신도 아니고, 미술교육 따로 받은 적이 없는 제가
오십줄 내리막길, 할멈 나이에 첫 개인전을 하는데,
천편일률적인 리플렛은 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거의 모든 화가가 개인전 몇 수십 회니, 어쩌구 저쩌구...경력을 좌르르 쓰는
그 칸에 저는 이 시를 넣고 싶었는데, 그냥 몇 행만 따와서 다르게 썼답니다.
화랑대표가 좋아하더군요. 거기까지만...^^
화랑도 그 나름 프라이드가 있으니
초대전에 화가들은 아무 말 없이 화랑이 해주는 대로 하는데,
이건 뭐 이런 시시한 팜플렛 안 내겠다고, 자기 주장하면서 편집을 간섭하니, 기분 나빴겠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동안 화랑에서 나온 걸 보면 너무 평범하고 판에 박은 듯 똑같았어요
사람들이 한번 보고 쓰레기통에 쑤셔 넣든, 화랑이야 아무 상관 없겠지만
저는 그래도 학창시절 사생대회 나가 재주를 뽐내었고
미술선생님들이 화가가 되야된다고 누누히 말씀하신 그 추억을 안고
그 스승들에 그리움을 색칠하며 틈틈이 그림그리는 사람이기에,
더더욱 한번 보고 버리는 게 아니라, 간직하고 싶은 종이를 내고 싶었어요
제가 책도 안 내고, 늘 우유부단한 듯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그 모든 종이가 나무를 베서 만드는 거 아닙니까
아무렇게나 함부로 내는 건, 이 생에서 내가 업을 치르는 것, 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는
소위, 융통성 없는 생각으로 꽉 찬 인간이기에.....어쩌겠어요 그것도 팔자인데...^^
그놈의 리플렛 구상하고 최근 교정하던 주말까지, 거의 열흘간 화랑대표와 예상치 못하게 감정 상하고...
늦게 만나 좋은 우정을 갖고 지내온 게 다 삐걱거리는 듯한...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엄습해도
번번이 부딪치고...그대도 성격이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니....하면서 꾸역꾸역 삼키니
그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막판에는 계약서 찢고 다 때려치우자는 생각까지 ㅠㅠ
제가 예민하다보니, 상대방의 상한 감정마저 느끼게 되더군요. 그참...
오늘도, 이 전시회를 그냥 즐기라는 친구의 조언따라 마음 푸느라 함께 소맥을 마시고 들어와
술이 다 깨고, 비가 처량하게 내리니 잠자기는 다 틀렸기에
이렇게 카페에 들어와, 부끄럽지만, 옛 시를 적어봅니다.
그림 사진은 전문가가 찍은 걸로 올리니, 지난 번에 제가 핸폰 사진 올린 거랑 아주 다르겠죠
또한 설경은 노을 경계선과 강기슭 부근은 좀 더 데그레이션시켜서, 예전에 보신 거랑 좀 다를 겁니다.
제 아이디 노을 사진도 함께 올릴께요. 이번 전시회에 다 내보내니까요 ㅠㅠ
그리운 섬진강 풍경^^
대솔씨 두 개
江岸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화석처럼 그림자를 새기며 살아갑니다
길길이 뻗어나간 외솔들 많아져도
사람보다, 꽃보다도
더 예쁜 연분으로
변함없이 자란 나무들,
줄기 붙은 연리목도 아니건만
서로를 지켜주는 벗인가요?
부부인가요?
그들을 발견한 것도 인연인가요?
저녁놀이 다가와
솔우듬지를 쓰다듬으면
굽어 뻗은 노송의 비늘 하나
석양에 타오르고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기억의 편린들이 솟구칩니다
첫댓글 아름다운시...
아름다운 그림..
참으로 고상한취미? 그냥 취미라기에는
아까운 취미아닌 취미를 가지셨어요..
꿈을 버리지않고 나아가시는모습
본받고싶습니다.
스트레스도 즐기라는말 ..
딱인거 같아요..
그림에서 순하선생님 마음이 느껴집니다..
감사해요..
스트레스도 즐기라는 말...고맙네요! 가슴에 새길께요! 언제나 아름다운 사진 보여줘서 고마워요~~
아 순하님이 오십줄 할멈 이셨군요
뛰어난 영성 과 감성 이 너무 고우십니다
그림과 함께 하는 맑게 돋이는 글
감탄 입니다
전 그림을 볼줄 모르는데
벗님 들과 멋있게 보이려고
인사동 화랑을 잘 휘돌지여
인간 관계는
이해할수 있는 사람이 이해 해야 되겠지여
포근한 사랑을 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포근한 사랑에 시린 가슴이 좀 회복되는 듯...내일 영하로 떨어뜨리려고 강풍이 휘몰고....낮에도 찬바람에 날아갈 듯하네요. 그래도 오늘 서울 하늘은 시퍼래요....^^ 오십줄 할멈...ㅠㅠ 나이도 잊고 지내 제 나이가 얼마인지도 몰랐는데, 새삼 주위에서 주입시키는데,낼 모레 이순이라네요.....아이고오, 아이고오...ㅠㅠ
@순하 얼만큼 영성이 고와야 저런 맑은 그림이 그려질까요
존경을 드립니다
전 이순이된날 0 을 떼어버리고 6살 천진동이로 살기로 작정 했지요
까르르 잘웃고 쉴새없이 재잘될때도 있고
어느땐 생소한 다른나라말이
한국말 처럼 들리기도 해 깜짝 놀라기도 하지여
늘 건강하셔서 건필 하세요 _ 성호 _
^^*
@할미꽃 따스한 격려 감사합니다! 전시회를 안 한다 고집스레 살다 투병생활하고 나니, 언제가 될지, 모호한 생각보다는...정리의 시간이 필요한 듯해서, 작은 카페 화랑에서 합니다. 화랑주인도 갑장이고요...절두산 성지 몇 번 갔다 그 동네 우연히 전시회를 보러 들린, 테라스가 있는 카페.....새삼, 팔자를 느낍니다. 서로를 부러워하니까요^^ 전 고등학교때부터 그런 카페화랑을 하고 싶었고....그 사람은 죽어라고 예술가가 되고 싶어 국문학에 미대대학원까지....생일을 물어 슬쩍 보니 재성이 만만치 않아, 역시 돈 버는 사주, 재복은 따로 있네요 ㅎㅎ 얌전한 남편,화랑직원이 되어 어미의 손발이 되주는 착한 아들....쓰다보니 한이 없군요^^*
선생님 글과 그림을 품고 행복해졌습니다 그림을 계속 바라보다가 강과 노을속으로 빠져드는 착각을 느낍니다
노자는 물을 갖고 철학을 폈으니, 저는 물을 덧칠하고 붓질하며 고해인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답니다. 때론 아무리 칠해도 답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구요 ㅋㅋ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도 제 마음의 키가 좀 커지는 시간이어서....이제 후딱 늙었으니, 쎙떽쥐베리보다 훨씬 많이 본 셈이네요 ㅎㅎ
강과 노을의 기억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 처름 치환이 되는 느낌입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은 지나온 시간의 추억이고, 물에 비친 노을은 온갖 상념들 내면에 깊이 투영된 삶들의 아련한 그리움 같은것, 그리고 하얀 눈이 내리고 새움이 터 나오고, 또 잎새 지고 하는 세월의 수레 바퀴가 멈추지 아니하고 굴러 가듯 저 강물 또한 소리 없이 흘러가리니... 선생님 그림에서 세월의 따스함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나온 그 시간들 그리움일지언정 다시 거꾸로 흘러가고 싶지 않은 ... 감사합니다, 순하선생님 ! 전시회 성공리에 치르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전시회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어요 ㅎㅎ 그냥 즐기는, 하나의 추억으로....
순하쌤............편안합니다....마음이 편안해졋어요~~~^^
친구들이 같은 얘기를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저도 알프레드 시슬리 선생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답니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글쎄요....^^
그림 진짜 멋져요@^@
고맙습니다~~지금 보니 싯구를 막 빼놓고 썼네요 ㅋㅋ 어느 저녁 바람에 날린 대솔씨 두 개....인데 떡허니 대솔씨 두 개.... ㅋㅋ
샘님~~^^*
글 그림이 너무나 좋습니다. 즐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