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외모를 보고도 평가할 수도 있고 또한 그 사람의 인격을 보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인격도 어떤 기준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할지는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 흔히들 일반적으로 평가할 때 일단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의 품격이 많이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과 서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살아갑니다. 요즘 언론에서뿐만 아니라 국민들 입에서 가장 많이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말 중에 하나가 '국격'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대학 2학년 때 외국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좀 했습니다. 그당시 외국어학원 원장님이 학원 입구 게시판에 대자보 같은 형식의 광고를 직접 손수 사용했습니다. 그당시 제가 이 단어를 처음으로 봤습니다. '격조 있는 언어' 라는 문구에서 '격조'라는 단어였습니다. 저는 그날 그 한 단어를 보고 사실 고백하자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단어였고 그 단어가 전해주는 이미지가 원장님이 자기 학원을 소개하는 글을 선전하는 데 있어서 그날 느낀 게 참 많았습니다.
사람이 어떤 단어를 또 그 단어를 적재적소에 딱 알맞는 단어를 사용하는지가 얼마나 그 글이 품격이 있는지를 처음으로 그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생활습관으로 한 게 있습니다. 어떤 단어를 보든지 처음 보는 단어이거나 또는 알고 있는 단어라도 그 개념을 명확히 다른 비슷한 언어와 차이가 별반 나지 않는 게 있다면 그 차이를 파고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학원장님의 그날 그 사건도 작용했지만 그당시 제가 읽고 있는 책이 하나 있었는데 그 책에 사형수가 나옵니다. 그 사형수의 판결문에 콤마 하나 때문에 그 사형수가 무죄가 내려지는 기이한 일이 일어난 게 있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보면서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콤마가 단순히 문장부호로서의 어떤 역할 때문만이 아니라 마침 그 문장 부호가 문법적으로 부사와 떨어져 있어서 내용이 반전되는 그런 천운이 작용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사형수는 요즘 시대와 같은 범죄를 저질러서 된 사형수가 아니고 전시에서 포로가 된 사형수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때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 하나가 얼마나 이런 상황에서는 생명까지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그와 같은 언어습관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 습관을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의 품격은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어디서 나올까요? 기도생활, 피정, 공동체에서의 봉사 이런 것을 하는 활동에서 나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이 활동을 하는데 그 매개 역활을 하는 게 바로 그 사람이 하는 말입니다. 바로 이때 하는 말 속에 그 사람 신앙의 품격이 나오게 됩니다. 공동체 내에서 서로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데 그 대화를 이끌고 가는 데에도 말에 품위가 없으면 그 말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그걸 수용하는 사람도 하긴 하지만 기분이 그렇게 유쾌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상황은 똑같은 조건인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라든지 대화를 이끌고 가는 방식에 품격이 묻어나면 그냥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그런 언어를 사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바로 신앙인의 품격은 마치 이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나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가진 언어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한번 우리의 언어습관을 점검하는 것도 기도생활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