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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가톨릭어버이성경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해오름
교회론 21. 여성 사제서품 문제
1994년 영국성공회는 32명의 여자를 사제로 서품 시켰습니다.
여기에 반발하여 성공회 주교 7명, 신부 719명이 가톨릭으로 집단 개종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절대로 여자들이 미사 드리는 꼴을 못 보겠다는 것이지요.
여자들을 철저히 따돌리는 성직자들이 대거 가톨릭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1988년 미국성공회는 한발 더 나아가 여자를 주교로 서품시켰습니다.
성공회 내에서 거센 비난과 항의가 이어졌고 그로 인한 갈등이 계속 되었습니다.
2008 9월 1일자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성공회가 여성주교 임명에 반대하는 신부 1300여명의
사직 위협으로 16세기 교회분열 이후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 가톨릭교회의 여성사제서품 불가 선언
1976년 10월 15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성은 여성사제서품이 불가하다는 문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선언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여자에게 사제서품을 줄 수 없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1) 예수께서 여자들을 제자로 부르셨지만 12사도의 직무를 맡기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2)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도 여자들을 사제로 서품시키지 않았다.
3) 사제는 그리스도의 표지로서 그리스도를 대신한다.
그리스도는 남자였기 때문에 남자만이 그리스도의 역할을 대리하고 표지가 될 수 있다.
4) 마리아도 사제직을 받지 않았다.
역사의 오랜 유산인 여성차별은 이제 그 종말을 향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여자들은 그동안 막강한 남성우위에 눌려있었지만
오늘날 사회변화와 함께 여성의 지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가톨릭교회 내의 개혁적 신학자들은 '여성도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하고
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제인호라는 것이 남자의 영혼에만 찍히는 표지인지요...
2. 여성사제서품 불가의 신학적 근거
가톨릭교회의 여성사제 불가의 결정적 원인은 ‘전통’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개혁적 신학자들은 ‘천년 묵은 낡은 전통’, 그것도 항상 남자들로만 이어져온
전통을 근거로 하는 여성사제서품 불가는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옛날, 민족과 풍습이라는 역사적 제약 안에서 형성된 전통이
절대적으로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성서적 근거
(1) 구약성서
전통적으로 여성사제서품 반대의 근거로 창세기의 두 곳을 들고 있습니다.
첫째, 창세기 2,18: 창조설화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의 일을 거들 짝을 만들어 주리라.”
이 구절을 들어 교회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여자의 상위에 있다는 결론을 끌어냈습니다.
남자는 하느님을 위해,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해석입니다.
둘째, 창세기 3,1-24: 원죄사화
신학자들은 아담보다 아담을 꼬신 하와를 범인으로 지목해 여자를 더욱 지독하게 몰아붙였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때부터 여자는 아주 나쁘게 해석되었습니다.
특히 창세기 3,16절, “너는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이런 구절 때문에 여자는 두고두고 불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했습니다.
선악과이야기에 대한 해석에서 여자는 지옥에 이르는 문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신학자 떼르뚤리아노: “여자여, 너는 지옥의 문이로다. 너는 악마에게 문을 열어주는 자이니,
너는 저 나무의 봉인을 깨뜨리고 처음으로 하느님의 법을 저버렸고,
악마에게 가까이 갈 능력이 없는 그 사람마저 현혹하게 하였도다.”
신학자 요한 크리소스토모: “온갖 야수들 가운데 여자보다 더 해로운 것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6세기에 프랑스 마르송에서 열린 갈리아지역 시노드에서는 '여자가 인간인가 아닌가,
여자에게도 영혼이 있는가 없는가'하는 문제가 논의되었습니다.
격렬한 토론 끝에 표결에 붙여졌는데 다행히도 단 한 표 차이로
여자도 영혼이 있는 인간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그밖에도 구약성서와 유대교 전통은 당시의 열악한 여자의 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를 섬겨야 한다. 여자는 아이를 낳기 위해 존재한다.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다.
여자는 가축이나 재물 같은 재산이다.
여자는 생리와 임신, 빈번한 출산으로 불결한 자가 되어
공동체의 기도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금지된다.
여자들은 율법을 배울 수 없고 법적으로는 노예와 같은 지위다.
딸이 아니라 아들만 주님의 선물이다.
이혼할 권리는 남편에게만 있고, 남편은 원할 경우 이혼장 하나만 써주고 아내를 내쫓으면 그만이다.
여자에게만 혼전순결이 강요된다."
이렇게 여자를 열등하게 보는 구약사상은 여성사제서품 불가의 토대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2) 신약성서
놀랍게도 예수님은 그 당시 사회상황과는 대단히 파격적으로 여자들을 대우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을 제자로 삼았고, 친구처럼 대했으며, 창녀들과 어울리고,
파혼을 일삼는 사마리아 여자와도 신앙의 대화를 나누고,
십자가 아래서 비겁하게 도망친 남자 제자들의 자리에 여자들이 있음을 마다하지 않았고,
마침내 부활을 먼저 확인한 것도 여자였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여자에게 먼저 발현했습니다.
극심한 남존여비 사상의 유대사회에서 예수님은 남녀의 장벽을 깼습니다.
'성차별은 있을 수 없다. 하느님의 자녀에는 남녀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확신이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예수님의 파격적인 태도는 초대교회 때부터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였습니다.
바오로도 어떨 때는 남녀평등을 말하고,
어떨 때는 남녀불평등을 말하는 등 사정에 따라 이중적인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오로 이후 교회는 원론적으로는 남녀평등을 말하지만,
각론에서는 하나같이 남자에 대한 여자의 복종을 명하고 있습니다.
“여자는 언제나 순종하며 조용한 가운데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여자가 가르치거나 남자를 다스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자는 조용히 해야 합니다.”(1디모 2,11-14)
예수님은 남녀차별의 관습을 깨고 여자들을 평등하게 대했지만,
초대교회가 이를 물려받지 못하고
남성중심의 성직제도가 확립되면서 여자들은 사제서품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 그리스도는 남자였다.
예수님은 남자로 세상에 오셨기 때문에 여자는 그리스도의 대리자 역할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개혁적 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예수님이 남자로 세상에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수적인 사실이다.
예수님이 인간을 구원한 것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이 됨, 강생을 통하여서다.
여기서의 핵심은 예수님의 인간성이지 남성은 아닌 것이다.
예수님이 남자로 온 것은 그 당시 사회의 전통에 부응하기 위해서였지
반드시 그래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3) 사도들은 남자들뿐이었다.
예수께서는 남자들에게만 사도직무를 맡겼기 때문에 여성사제서품은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개혁적 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그것은 역사적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그 시대 역사적 제약을 받았던 사실이었다.
당시 법률생활에서 여자의 증언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여자는 법정에서 아무런 진술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역사적 제약을 받았던 사실을 토대로 어떤 불변의 원칙을 만들 수 없다.
예수님은 여자가 사제직에서 영원히 제외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4) 마리아는 사제가 아니었다.
마리아도 사제가 아니었고, 만약에 여자가 사제가 되어야 했더라면,
첫 번째로 마리아가 사제가 되어야 했을 것이기에 여자는 사제서품이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개혁적 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마리아의 모성은 그 어떤 사제직보다 크다.
마리아가 사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여성사제서품 불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3. 평가
오늘날 한 공동체의 지도자로 여자들이 전면에 부각하고 있습니다.
시장이나 국회의장, 심지어는 수상이나 대통령까지 여자들이 진출하고 있고
그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개신교 여자 목사들도 그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고,
가톨릭교회 수녀들도 공동체나 기관의 책임자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도자의 카리스마라는 것이 인간의 카리스마인 것이지
반드시 어떤 성과 결합된 카리스마는 아닐 것입니다.
일반사회에서는 여자가 공직을 맡는데 있어서 특별한 조건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의 능력여부입니다.
오래 전에 여자가 처음으로 교사로 임명되었던 때나,
처음으로 의사로, 법관으로 임용되었던 때처럼
세상은 더욱 변화할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사제직 허가 문제는 신학적으로 계속 토론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 '남자들만 사도로 선택했다'는 사실은 중시되고,
예수님이 동시에 주로 기혼자들을 사도로 불렀고,
'사도가 자기 아내를 데리고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바오로의 말(1고린 9,5)은 무시되어
사제는 독신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점 등등도 함께 검토되어야 하겠지요...
현대의 대표적 신학자인 칼 라너(1904-1984)도 여성사제서품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자수도자를 사제로 서품시켜 수도회 안에서라도 미사도 드리고
성사도 집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수녀님들이 미사 드려줄 신부님을 구한다고 애태울 필요도 없겠지요...
글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지요...
또 그렇게 될려면 교회전체 신자들의 공감이 있어야 하겠지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지 싶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직은 '여자신부에게 고해성사를 보기에는 좀...'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닌가요??
- 대구대교구 전광진 엘마노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