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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달성공원. 역사성을 살린 달성토성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동물원 이전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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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토성(達城土城)'은 삼한시대 때 자연적인 구릉을 이용, 쌓은 토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축성된 성곽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역민들에게 역사적 가치보다는 공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달성토성을 재조명하기 위한 복원계획이 나왔다. 중구청은 국·시비 9천600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용역을 한 끝에 기본계획서를 발간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난 것.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많아 자칫 사업시작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장밋빛 복원 청사진
'달성토성 정비복원 기본계획서'에 따르면 달성토성은 1단계 토성정비와 2단계 성내정비로 나눠서 복원된다. 동물원 등의 시설들이 철거되고, 사라졌던 성벽들도 발굴된다.
또 올바른 역사적 고증을 위해 정밀지표 조사와 발굴사업이 병행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재와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면, 복원사업 규모는 더 커질 공산이 크다. 1969년 해체 돼 현재는 위치만 추정되는 '망경루'와 1973년 재복원 됐지만 계단 위치가 잘못된 '관풍루'도 제자리를 찾는 등 달성토성은 사적지로서의 가치를 되찾을 전망이다.
토성 정문 앞에 흘렀던 해자(垓字) 역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달서천 일부였던 해자는 1967년 환경정화와 도로확보를 위해 복개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이밖에도 성문, 연못, 우물 등 역사자료에서 확인된 문화공간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달성토성 복원 사업에는 2014년까지 총 120여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노중국 계명대 교수(사학과)는 "달성토성이 제대로 복원되면 훨씬 큰 가치를 갖는 것은 물론, 각 시대의 생활상까지 고증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 현장이될 것"이라며 "특히 역사적 상징성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경상감영·대구읍성 등 인근 역사문화재를 연계하는 중심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물원 이전 등 수많은 난관들
달성토성이 본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동물원 이전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진척이 전혀 없는 실정.
동물원 이전의 열쇠를 쥔 대구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2008년 10월 수성구 연호동 일대(68만여㎡)에 동물원을 이전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1천800여억원이 들어가는 민자를 유치하지 못해 답보상태다.
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동물원을 옮긴다는 방침 외에는 진척이 없다"고 했다. 한때 부지매입 비용이 들지 않는 팔공산 임시 이전이 검토됐지만, 역시 무산됐다. 예산 결정권을 가진 대구시와 사업 추진을 맡은 중구청의 엇박자 행정도 문제다.
달성토성 복원 계획이 발표됐지만, 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당장 공원으로 묶여 있는 도시계획을 풀어야 하지만, 녹지지역 감소를 우려한 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행여 예산 배정 순위가 밀릴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힘을 보태야 하는 의회들 역시 '나몰라라'하고 있는 실정. 2007년 동물원 조기 이전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던 중구의회나 시민 서명운동을 펼쳤던 서구의회는 현재는 움직임이 없다. 김동원 서구의회 의장은 "다음달 2일 예정된 의원 간담회에서 동물원 이전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다.
노 교수는 "달성토성은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망가져가고 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대구시민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토성이 갖는 역사적 가치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