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의 택시요금 인상 결정,
검증도 안된 관례적 대응 문제
- 요금인상이 택시의 고용조건을 개선하리라는 근거 없어, 그간 공론화 한 차례도 없어
- 오히려 수요를 줄이고 고급형 사업모델 확대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 불가피
서울시의회가 택시요금 인상안에 대하여 동의를 의결했다. 해당 절차는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거하여 공공요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의회의 의견청취를 하도록 한 제10조(의견청취)에 의한 것이다. 또한 의견청취안을 통과시킨 지난 9월 28일 서울시의회는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추진 및 권한위임 촉구 건의안’을 별도로 마련해 의결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와 같은 서울시의회의 결정이 택시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단기적인 대책도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근거없는 요금인상론
서울시의회는 코로나19 확대에 따라 택시운송수입이 23% 감소했고 이에 따라 택시기사 1만명이 타 산업분야로 유출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일상회복 조치 이후 심야 택시 수요가 늘어난 것에 비해 택시 공급량이 2019년 동 기간 대비 7천여대가 부족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요금을 인상하면(1) 택시업계의 운송수입이 늘어나(2) 타산업분야로 빠져나간 택시기사들이 복귀하고(3) 이를 통해 택시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4) 가정한다. 하지만 이 각각의 상황은 현상적인 측면만 그대로 뒤집은 것에 불과하고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이를테면 요금인상이 되면 택시기사가 는다는 논리를 보자. 지난 2019년 서울시는 5년간 동결되어 있던 택시요금을 18.6% 인상했다. 비슷한 시기에 대전광역시도 17.86% 인상하는 등 전국적으로 요금인상이 있었다. 그런데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법인택시 노동자가 10만 4천 973명이었던 것에 반해 요금인상이 되었던 2019년에는 오히려 10만 2천 320명으로 2천명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국적으로 요금인상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택시노동자는 줄어든 것이다. 그러니까, 요금인상이 택시업계의 운송수입을 늘려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택시기사의 복귀로 이어진다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서울시는 요금인상안과 더불어 택시월급제의 근간이 되는 전액관리제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한다. 해당 제도는 택시노동자들의 안정된 수입을 위해 법인사업자가 수입을 전액 관리하고 고정된 월급을 주는 제도다. 기존에 회사가 미리 정해진 사납금을 빼가고 나머지를 기사가 가져가는 사납금제도의 한계를 개선한 것이다. 2020년 법 시행 이후 서울시가 먼저 도입하고 2024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서울시내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시행하는 업체는 10% 미만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 말은 현재 택시 운영방식이 여전히 사납금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인데, 어떻게 90%를 넘게 차지하는 제도를 제쳐두고 10% 제도 탓을 하나?
전액관리-월급제 때리기가 본질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안은 결국, 택시업계가 그토록 반대했던 전액관리제 전면 시행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쌓기가 본질이라고 본다. 현재 사납금의 규모는 서울 기준으로 하루 17만 5천원, 월 26일 기준으로 455만원이다. 서울시는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입이 모두 기사수입이니 월급제보다 낮다고 말한다. 언론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할 경우이고, 장거리 위주의 손님을 골라 태우고 또 속도경쟁을 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승객을 태우라는 주문과 같다. 즉 택시 운행의 안전을 볼모로 ‘각자 알아서 많이 벌어가라’라는, 도로를 정글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기존에 도입된 택시월급제를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훨씬 낫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택시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추진 및 권한위임 촉구 건의안’의 내용은 한심하다. 유가보조금 인상, 택시리스제 운영, 플랫폼택시 규제 권한의 위임 등을 요구한다. 유가보조금 확대는 서울시의회가 얼마나 근시안적인 곳인지를 보여준다. 이미 10년 넘게 도입한 유가보조금은 에너지 소비구조를 왜곡시키는 전형적인 제도이고 소비자가 아니라 사업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제도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전면 배치되는 정책으로 전 세계의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
여기에 택시리스제를 확대하면 기존에 정규 고용되어 있는 택시기사들을 더욱 불안정해진다. 사실상 변형 사납금제도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간제나 단기간의 노동 인력을 흡수할 수는 있으나 기존 택시 고용구조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택시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서울시의회의 정책건의안은 사업자 입장에선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를 위한 기회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줄 뿐, 이용자인 시민들의 편의증가나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내용은 전무하다.
요금인상은 해법이 아니다
이번 요금인상안은 심야할증과 함께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 인상하는 것이지만, 기본거리를 2킬로미터에서 1.6킬로미터로 줄이고 거리요금과 시간요금도 기준단위를 모두 축소하는 것이어서 실제 요금인상 폭은 40% 가까이 될 것이다. 그러면 과연 택시기사들의 월 수입도 그 정도 인상될까? 그래서 택시를 떠난 기사들이 다시 택시업계로 돌아오게 되고 그것이 택시 대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현재 상태에서의 택시요금 인상은 특정 시간대의 수요를 늘릴 뿐 일상적인 수요를 줄이게 될 것이고, 결국 택시노동은 안정적인 일자리로서의 기능보다는 단시간의 불안정한 노동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 사업자에 불과할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요금인상안이 좀 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토론이 진행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이런 중요한 내용에 대해 시의회 차원의 공청회도 토론회도 하물며 공개적인 간담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부담을 지는 것은 시민들이다. 그러면 시민들에게 명확하게 요금인상의 근거를 말하고, 그것이 달성되지 않는다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말해야 한다. 공은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로 넘어갔다. 책임이 없는 권한은 횡포에 불과하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요금인상안 통과가 결의안은 이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끝]
2022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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