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바다물결 소리가 사철 들려오는 조그만 마을에
심청이라는 예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심청은 가엾게도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품에서 자라난 불쌍한 소녀였다.
국민학교 국어책에 나오던
심청이란 소설의 첫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옛날 심청이 살던 그 마을에
두 부부가 있었으니
젊을적 부부 금술 너무 좋아
자식들 효도 받으며
며느리는 효부상까지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던....한시절
세월은 어디에도 비껴가지 아니하고
금술좋은 부부에게도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는데
남편이 치매가 오고 난뒤에
얼마 가지 않아 아내에게도 그 병..치매가 들어오고
그래도 한 방에서 오순도순 정답게 잘만 살았건만
늙음의 병은 약도 없는 것
어느날
효부의 시부모 사랑은 늦은 밤 출출할까 싶어
두 부모 방에 빵을 사다 놓았다고
낼 아침 방문을 열면
잘먹었다 얘야, 하실 것 같은 시부모방에는
밤새 피운 하얀 빵가루 꽃이 효부를 맞이 하고 있었다.
두눈이 동그래진 며느리
밤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했는데
원앙새처럼 금술좋은 부부에게 들이친 병 치매는
남편으로 하여금 아내가 빵을 먹는것을 두고볼수 없었다고
서로 서로 챙겨주던 그 마음은 치매라는 병이 가져가 버리고
아내가 빵조각으로 눈만 돌려도
빵을 빼앗고 감추고 어린애처럼 움켜쥐었다는 남편의 행동
혹여라도 터진 빵조각이라도 먹을라 하면
힘이 센 남자애가 힘 약한 여자 애 때리듯 때렸는지
며느리가 들여다 본 그 방 한 쪽 구석에는
잔뜩 겁에 질린 시어머니가
남편 눈치를 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지.
머리는 산발한채로
다리에 힘까지 풀린 효부의 두 눈에는
방안 가득히 피어난 빵가루 조각처럼
하얀 눈물이 고이고 터지고 고이고 터졌다고
어쩌다가
세월은 원앙의 금술을 이렇게도 터뜨릴수 있는지
너 한입 먹고 나 한입 먹고
너 두입 먹고 나 두입 먹고
어하 둥둥 내사랑아~~내사랑아
수줍은 연분홍 꽃피던 봄날은 아득히 멀어지고
내 사랑이 누구인지
내 짝꿍이 누구인지
고목의 쓸쓸함 서로 등대고 기대면 좋으련만
누가 둘이 함께 갈까
그꼴 봐주지 아니한다는 세월은
지독히도 혼자여야 함을 깨닫게 하느라고
일부러 그랬는지
그토록 좋은 부부애를
빵가루 꽃피우며 떡하니 막고 있었다지
친구네서 가져온 옥수수를 쪄 놓고
세토막을 접시에 담아 먹으려 하는데
옥수수 감자 땅 강원도에서 태어난 출신 답게
내가 먼저 한개 먹고 나니
건너편 앉아 있던 남편이
남은 두개 중 하나를 달라하네
더 잘 여물은 옥수수를 골라 주며
이것을 먹으셈......하고 주는내게
네 것이 더 맛있는 거지?
그것이 아니라
난 소화를 잘 못시키니
덜 익은 옥수수를 먹어야 하고
자기는 위장이 튼튼하니
잘 여물은 옥수수를 먹어도 된다했더니
남편왈
우리도 빵 봉지 터뜨리며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것은 아닐까
이 다음에 더 늙으면...하길래...
그럴때까지 오순도순 잘 살까? 싶은 것이
위에서 말한 그 두 부부는 일년을 사이에 두고
한해 한해...저세상으로 갔다는데
남편이 가고 난뒤
일년뒤에 부인이 .....
헌데 우리 부부는
나이 많은 남편은
몸에 좋다는 건강식으로 있는 것 없는것
다 챙겨먹고 살고있고
남편보다 한참이나 어린 나는
편식으로 이것도 못먹어 저것도 못먹어
하고 살고 있으니
일년을 사이에 두고
망각의 강을 건너기는 그르지 않았을까?
도박이 따로 있나 우리 앞날이 바로 도박인 것을
밤새도록 빵가루 꽃 피우고 가는
그런 노 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듣는 순간 가벼이 웃음으로 넘겨 버렸지만
그처럼 슬픈 이야기가 또 있을까?
웃을 일이 아니다 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
알바 한다고 갔던 그 곳에서
숫자 계산으로 시간 다 버리고 돌아 왔던 오늘
뇌가 많이도 녹슬었음을 새삼스레 느꼈던 오늘
이만큼 왔구나, 조용히 내 몸이 서 있는 곳을 둘러본다.
이곳은 어디쯤일까 하고.....
아직 빵가루 터뜨릴 그곳은 아니겠지?하고..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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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ㅎ 많은 생각을 해 보게 하는글 감동깊에 보았어요...이남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