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영산강 순례& 농사 순례

[정서영]

2023.5.8(월)
2차 순례 시작이다!
원래 일주일 정도 학교에 있다가 나머지 2주는 농사 순례를 하는 거였다. 빛나는이 농사 순례하기 전에 일주일 동안 천지인 얘들이 하는 걷기 순례에 마을 인생도 참여하면 어떻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마을 인생도 4박 5일 동안 함께하게 되었다.
서울 센트럴시티 터미널에서 담양 터미널까지 3~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갔다.
담양 터미널은 정말 휑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없는 줄 알고 순간 허망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멍 때리며 앉아있는데 어떤 남자가 앞에 서서 "가자"라고 했다.
모르는 아저씨인 줄 알고 놀랐는데 하진이었다.
천지인 얘들이랑 마을 인생 동무들을 만나서 차를 타고 캠핑장으로 향하는데 길이 꼬불꼬불한 모양이어서 옆에 앉아있는 은지 쪽으로 몸이 쏠려버렸다.
매우 놀랐다. 왼쪽에는 은지가 있고 오른쪽에는 하진이가 있어서 가운데 좌석에서 옆쪽으로 쏠리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텐트를 치고 바로 침낭 안에 들어가서 누워있었다. 갑자기 둥굴레가 그리워졌다. 잠깐 5분 동안 후회를 했지만 이미 영산강 순례는 시작됐기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였다.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민지 언니랑 남자애들이랑 방방이장 안에 있었다.
얘들이 신나서 앞돌기도 하고 타잔처럼 별짓을 다했는데 체력 좋은 모습에 부러워졌다.
씻고 텐트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새벽에 잠들었다. 얼어 죽을뻔했다.





2023.5.9(화)
밖에서 나는 어수선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한 7시나 8시는 된 줄 알았는데 6시였다.
천지인 얘들은 찐순례고 마을 인생은 맛보기구나 싶었다. 추워서 몸이 얼어 잘 안 움직여졌다.
민지 언니랑 꼬물꼬물 일어나서 걷기를 했다.
아침밥을 먹고 텐트를 걷었다. 텐트 걷는 게 제일 귀찮다. 짐 싸는 것도 힘들었다.
아침 열기를 하고 계속 걸었다. 둥굴레 생각이 났다.
그래도 이불 속에 계속 들어가 있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걷기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터널 안도 걸어봤다. 도로에서 버스킹하고 있는 사람도 봤다. 신기했다.
걸을 때마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뿌듯한 맛이 있어 좋다.
걷다가 사람들이 빠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부러웠다.
나도, 나도 빠지ㅠㅠㅡㅠㅜㅜㅠ
오늘 자는 곳은 화장실이 바로 옆에 마련돼있는 초호화 숙소라고 한다. 수도에 물도 안 나오고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라면을 먹고 민지 언니와 빛나는이랑 빠이빠이를 했다. 내가 의지하고 있던 사람들이어서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는데 그러면 없어 보일 것 같아서 괜찮은 척 잘 가라고 했다.
다 씻고 텐트 안에 들어가 있는데 누가 내 텐트 앞에서 방귀를 뀌었다. 한 6번 정도 뀌었던 걸로 기억한다.
불쾌함보다는 그 사람의 대단한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상율이랑 재민이가 플래시로 내 텐트를 비췄는데 겁나 눈부셨다.
상율이랑 재민이를 보면 코난과 친구들이 생각난다.
의지하고 있던 민지 언니랑 빛나는이 가버려서 내일의 나는 어떡하지 싶다.
그래도 적응해야지.





2023.5.10(수)
잠에서 깨서 시리얼을 먹고 텐트를 접으려 하는데 나 빼고 짐 정리를 다 해놔서 마음이 급해졌다.
세상 급하게 짐 정리를 하고 목욕탕까지 계속 걸어갔다.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이틀 남았어! 시간은 금방 가는 거야." 하며 계속 걸었다.
........😭😱
목욕탕에 도착했는데 천지인 얘들이랑 본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끄럽고 민망했다.
그래서 나 혼자 꼼지락거리며 눈치 보며 탕 안에 들어가고 수건으로 가리고 했는데 나만 그러고 있는 게 또 웃겨 보여서 그냥 free style로 다녔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국수를 먹으러 갔다.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잘 공간으로 걸어가는데 개운했던 내 몸이 땀으로 인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불쾌해졌다.
걸으면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생각했다.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리키를 생각하며 걷는다. 그러면 시간이 빨리 간다.
오늘은 언니랑 같이 잤는데 짜증이 났다.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겠다.
😩





2023.5.11(목)
내일 집 간당 호호호홋
오늘은 광주 5.18 기념공원에 갔다.
작년에 지혜학교에서도 왔었는데 올해에도 오게 되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계속 지혜학교 학생이었고 계속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지혜학교에서 5.18에 대해 배우고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기념공원을 돌아봤다.
5.18 관련 시와 글 발표도 했다. 부끄러웠지만 호응을 잘해줘서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걸어서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커피 잘 만드시는 분 집에 가게 되었다.
야외에서 고기도 먹고 좋은 하루를 보냈다.






2023.5.12(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가 날이 왔다.
하진이랑 커피 잘 만드시는 분이랑 버스를 타고 유스퀘어에 갔다. 집에 잘 도착했다^^

2023.5.15(월)
엄마 차를 타고 진안으로 갔다.
소부네에서 4박 5일 동안 지내게 되었다.
은서 언니랑 겸이오빠도 함께하기로 했다.
엄마랑 같이 있다 보니깐 자꾸 의지하게 되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엄마랑 얼른 작별 인사를 하고 소부 님과 말씀을 나눴다.
잡초 뽑기를 하고 숙소에 계속 누워있었다.
기계처럼 계속 풀만 뽑다 보니깐 더 지치고 힘들었다.
밖에서 강아지가 왔다고 불러서 갔는데 겁나 귀여웠다.

홍이라는 아이인데 새끼 강아지다.
계속 홍이한테 정신이 팔려있다가 잠에 들었다.






2023.5.16(화)
2일차이다. 소부님 댁에서는 그렇게 힘든 일을 한 적은 없다. 홍이도 있어서 힘이 났지만 영산강 순례에 이어 바로 농사 순례를 하게 되니깐 많이 지쳐있었다. 잡생각도 많이 들고 예민해져만 갔다.
은서 언니랑 겸이오빠, 빛나는은 스케줄 때문에 순천으로 가고 하진이랑 나, 소부님, 소부님 친구분하고만 있었는데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옆에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여자들이 다 떠나서 나 혼자 여자방에서 잤는데 괜히 무서웠다. 수요일에는 파이팅 해야지.






2023.5.17(수)
모기 소리에 깨서 시계를 봤는데 점심이었다.
"헐" 이 한마디밖에 나오지 않았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어서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죄송해서 대신 설거지를 했다. 방이 따뜻해서 늦잠 자기에도 좋았다. 그래서 굼벵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좀 어울리는 듯.
오후 시간에는 일을 열심히 했다. 저녁 먹을 때 빛나는이 오셨는데 이때 깜찍한 관율이랑 상율이도 같이 왔다.
둘 다 피곤해보였다.ㅋㅋ
나도 피곤해서 먹고 바로 잤다.






2023.5.18(목)
비가 왔다. 😘
오늘은 농사 안 하고 쉬는 날이다.

그래서 관율이랑 게임하고 놀았다.

관율이랑 노는데 점점 힘들어져서 문을 잠그고 방안에 들어가니 관율이가 빛나는인 척하며 문을 열려 했다.

ㅋㅋㅋㅋ
관율이 이 자식 귀엽구만

빛나는이 없는 동안 예민해지고 힘들었던 게 있어서 마을 인생 동무들이랑 같이 얘기도 나눴다.
딱 적당한 시기에 비가 와서 좋았다.






2023.5.19(금)
오전에는 빡세게 일을 하고 보상으로 족발을 먹었다. 막국수+족발 이 조합은 정말 최고다.
소부와 소부 친구분이랑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연극을 보러 갔다. 시간이 남아서 모노레일이랑 리프트도 타고 광주 뷰폴리와 일식집에도 갔다.

연극을 봤는데 연극 선생님께서 연기를 엄청 잘하셔서 놀랐다.
작년에 지혜학교에서 했던 연극이 생각났다.
모든 게 다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좋았던 그 기억이 떠오른다.
연극을 본 후에 둥굴레로 향했다.
둥굴레에는 산청 간디에서 인턴으로 온 언니가 있었는데 언니가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하는데 편안하고 잘 통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마시멜로를 선물로 받았다.
감동이었다🥲






2023.5.22(월)
은서 언니, 겸이오빠, 하진이, 빛나는, 머루와 함께 작은별네로 갔다.
한옥이었는데 정말 예뻤다.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동네 산책을 했다.
당근밭이랑 고추밭 등 다양하게 소개해 주셨다.
오르막길이 많아서 힘들었다.
다녀오고 나서는 바로 당근 손질을 했다. 버려야 하는 당근, 당근 즙으로 만들 것들, 신선한 것들로 분류했다. 당근이 끝도 없이 나와서 좀 무서웠다.
힘들어서 마사지기로 근육을 풀어줬다.
너무 배고파서 밥을 3그릇이나 먹었다. 그 후에 콩이(🐶) 산책시켜줬다😉
소부네에서는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하지 않았는데 첫째 날부터 힘든 일을 해서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된다.






2023.5.23(화)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고추밭으로 가서 풀 메는 일을 했다. 계속 똑같은 동작을 취하며 일을 하니깐 더 힘들었다. 오후에는 당근밭에서 일을 했다. 오전에는 혼자서 묵묵하게 일을 하였고 오후에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며 일을 했는데 느낌이 매우 달랐다. 오후에 시간이 훨씬 더 빨리 지나갔다. 바람별한테 트럭에 태워달라고 요청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작은별네로 갔다.






2023.5.24(수)
오늘도 똑같이 당근밭에서 계속 일을 하였다. 밭이 넓다 보니깐 많은 인원 이서 일을 계속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람별은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이 넓은 밭을 항상 관리한다는 생각에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10분만 일해도 현기증이 나서 죽겠는데 농부님들에게 감사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이가 낯선 사람한테는 으르렁 거리다 보니 이 경계심을 풀어주고 싶어 40분 동안 산책을 시켜줬다. 콩이 산책을 시켜주는 동안 우리 집 강아지 메롱이 생각이 났다.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날이 6월 2일인데 아침에 메롱이가 세상을 떠났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했는데 메롱이 보다 남의 강아지(홍이, 콩이)한테만 매일 산책시켜주고 잘해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매일매일 콩이 산책 시켜주며 집에 가서 메롱이 산책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리통 때문에 곁에 있어주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게 마음에 걸린다.
길고양이들이 콩이가 덩치가 작고 겁이 많다 보니깐
콩이 밥도 뺏어 먹으려 하고 콩이가 다가가면 위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콩이 저 자식 나이는 많은데 안타깝게도 덩치는 작아서ㅠㅠ

2023.5.25(목)
오늘은 겸이오빠랑 내가 밥 당번이다. 6시 반에 일어나서 밥을 앉혔는데 망했다. 밥이 아니라 죽이 되었다. 아침밥은 간장 계란밥에서 계란죽으로 변경되었다. 허헣(머쓱)
작은 별이 아주 좋은 레시피 하나를 알려주셨다.
매실청에 들깨가루 두 스푼을 넣고 섞어서 소스로 만들고 토마토와 함께 먹는 거였다. 매우 맛있었다.
오전에는 유치원생 얘들이 와서 감자밭에서 감자 캐는 일을 도와줬다. 얘들이 캐야 되는 건데 내가 거의 다 캤다. 손톱 안에 흙이 들어가서 매우 매우 불쾌하고 아팠다.
점심에는 네 명이서 라면 8봉을 끓여서 먹었다. 농사하고 먹는 라면은 최고다. 오후에는 당근밭에서 일을 하고 저녁밥으로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겸이오빠랑 나는 야채 손질만 하고 요리는 바람별이 다하셨다. 밤에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길래 한 잔만 마셨다. 취해서 울고 헛소리하고 사과 6개 정도 먹고 치즈 3~4장 먹고 냉장고에 있는 멸치 꺼내서 손으로 집어서 먹고 젓갈 꺼내서 먹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정말 배고팠나 보다.
술에 취하면 뭔 기분일까 했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랑 하고 싶은 행동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통제가 안돼서 나도 모르게 다 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 때마다 술을 마시는구나 싶었다. 아무튼 더한 짓은 안 해서 다행이다.








2023.5.26(금)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는 당근밭에서 또 일을 하였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 갔다 왔는데 일이 다 끝났다고 한다.(💩아님, 왕복 40분, 더워서 걸음이 더 느려짐) 하진이가 모자랑 물병을 갖다 준다고 뛰어오는데 옷도 시꺼멓게 입어서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서 도망쳤다. 작은 별 네에서 만났을 때 뭐라 할 줄 알았는데 뭐라 안 해서 다행이다.
다 같이 국수를 먹고 뒷정리를 한 뒤에 마무리 모임을 가졌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 허무하면서 좋았다. 더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해서 만족한다. 3차 순례 화이팅ㅎㅎ🥺😭

[빛나는]

유쾌한 서영이 순례일기!^^ 잘 읽었어~ 빛나는 없어도 씩씩하게 잘 지낸 서영이 고마워~💕(참, 글고 작은별네 반려견.. 콩이 아니고, 탱이 일껄~~?? ㅎㅎㅎ)

[정서영]

어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