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문을 여니
푹푹 내리는 눈에 앞개울이랑 산이랑 사방천지가 하얗다
"와~ 대박! 대박이다"
남편에게 소리치니 "왜"
"눈~ 눈이야"
그렇게 밖을 내다본 남편 역시도
아니 무슨 눈이 이렇게 많이 왔데 하는 것
카메라 카메라 사진
그렇게 창을 열고 밖에 대고 사진 몇 컷
남편은 사무실 간다고 나가고
나는 뒹굴며 여기저기 눈소식 전하느랴
핸드폰 켜놓고
왜? 산청에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폭설이 내렸다 하니
이거야 말로 핫뉴스가 아니겠는가 싶은 것
걸어 걸어 나가려니
남편이 다시 데릴러 온 것
"아이씨...걸어갈려고 했는데
눈 밟으며 갈려고 했는데 왜 왔어"
그리고 밖에서 남편은 차 시동 걸어놓고 기다리는데
나는 아량곳 없이 눈을 굴려 눈사람 만들기 시작이다
눈을 굴리는데
어쩌면 눈의 빛이 그리 이쁜지
하얀색이 아니고 그야말로 푸른빛이 도는것이 에마랄드빛인것이다
아마도 지리산 청정골이라 매연이 없고
공해가 없다 보니
내리는 눈도 맑고 청아한 색을 내는것 같다
눈을 굴려 몸통을 만들고
머리를 만드는데 아뿔싸 너무 작다
눈 몇 덩이 더 굴려 붙히고
길가에서 나뭇가지 꺾어 붙이는데
남편은 자꾸만 재촉한다
그만하면 되였다
눈사람이 너무 이쁘면 안 된다
그리하여 집앞에 만들어놓고는
나오면서 여기 저기 눈 내린 장면 카메라에 담고는
사무실 나와서 사무실앞에 눈사람 만들어야 했는데
아 이런 이럴수가
포크레인이 나와서 눈을 다 치워버린것이다
그것도 치워서 우리 사무실앞에 쌓아놓은것이다
이런 이런 어쩌면 좋아
맥이 빠져서는
오늘은 순대국에 낮술 하자 하고
순대국집앞에 차를 세우는데 눈이 그대로 있는 것
제부한테 전화하여 순대국 먹자 부르고는
제부 오는 시간을 틈 타
또 눈을 굴려 눈 사람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되는가 싶었는데
그만 가분수라 하는수 없이
쓰레받기를 들고 얼굴을 깎아내는 중이다
옆 가게 화분에 있는 꽃가지를 꺾어서
눈 코 잎 그리고 귀까지 만들어준다
그런데 제부가
주머니에서 데일밴드를 하나 꺼내어 눈사람 눈가에 붙혀준다
그리고 눈덩이 하나 뭉쳐 또 혹을 만들어 준다
나는 내 머리위에 있던 모자를 벗어
눈사람에게 씌워주고
그에 목도리까지 둘러준다
그리고 점심 먹으러 순대국집에 들어갔더만
그 사이 상가사람들이 나와서 눈사람 구경을 하고
또 눈사람을 다듬는다
점심을 먹고 나와보니
눈사람에게 둘러줬던 내 목도리를 벗어놓았던 눈사람목에
노끈으로 누군가 목을 둘러주었다
그 곳에서 나의 모자를 다시 씌워주고는 남편과 함께
인증샷
또 심심해진 나는
눈사람 머리위에 뿔을 하나 달아주고는
도깨비 눈 사람을 만들었다
헐...........눈가에는 대일밴드에 혹을 달고
도깨비뿔을 달아놓은 눈 사람
이렇게 산청의 겨울은 깊어간다
첫댓글 눈이 많이와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엄청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눈을 맞이하는 느낌이 사뭇 다른 ... 그런 여유로움이 부럽네요...
그것이 다아
촌에서 살아가는 덕분의 복이야요 뭐
그냥 얻어지나 여유로움은
느림의 미학 촌에 와서 살면 자동으로 그리 되더만요
우습다 캬이
재미있잖아요
사실 사무실앞에다 맹길어 놓으려 했는데
포크레인이 눈을 다 치워놓았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