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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뛰어난 비구니 제자들
마성/ 팔리문헌연구소 소장
1) 초기의 비구니 상가
불교의 상가(Sangha, 僧伽)는 비구와 비구니의 이부중(二部衆)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비구니 상가는 비구 상가보다 나중에 성립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구 상가와 비구니 상가에 우열(優劣)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불교교단사에서 비구니 상가가 성립된 것은 특기할만한 사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인도사회에서 여성이 집을 나와 집 없는 유행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유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어려웠던 점은 당시 바라문들의 반발이었습니다.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게 되면 바라문의 사회제도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여성이 출가하여 수행하는 것에 대하여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붓다는 양모(養母)였던 마하빠자빠띠 고따미(Mahāpajāpatī Gotamī)의 간청을 받아들여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였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비구니 상가가 탄생했기 때문에, 아주 특출한 비구니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의 남방불교에서는 비구니 상가가 없어졌지만, 붓다시대에는 비구니 상가가 잘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불교 교단에서 비구니들의 활동상황은 여러 문헌에 많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2) 팔리 니까야에 언급된 비구니들
팔리어 [앙굿따라 니까야(Anguttara-nikāya, 增支部)]에는 붓다의 뛰어난 제자들에 대해 붓다께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 비구니 제자들에 관한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구들이여! 나의 여성문(女聲聞, sāvikā) 비구니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다린 이는 마하빠자빠띠 고따미(Mahāpajāpatī Gotamī) 비구니요,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케마(Khemā) 비구니요, 초능력을 갖춘 이는 웃빨라완나(Uppalavannā) 비구니요, 계율에 능숙한 이는 빠따짜라(Patacāra) 비구니요, 설법을 매우 잘한 이는 담마딘나(Dhammadinnā) 비구니요, 선정에 뛰어난 이는 난다(Nandā) 비구니이니라.
지칠 줄 모르고 정진한 이는 소나(Sonā) 비구니요, 투시력을 가진 이는 사꿀라(Sakulā) 비구니요, 속히 통달한 이[速通達]는 밧다 꾼달라께사(Bhaddā Kundalakesā) 비구니요, 과거의 생을 기억한 이는 밧다 까삘라니(Bhaddā- kapilānī) 비구니요, 대신통력을 얻은 이는 밧다 깟짜나(Bhaddā-kaccānā) 비구니요, 조잡한 가사를 두른 이는 끼사고따미(Kisāgotamī) 비구니요, 믿음을 실현한 이는 시갈라마따(Sigālamātā) 비구니이니라.”1)
위 팔리어 [앙굿따라 니까야]에 언급된 열세 명의 비구니들은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겠습니다.
① 마하빠자빠띠 고따미(Mahāpajāpatī Gotamī) 비구니는 붓다의 양모이며, 숫도다나(Suddhodana, 淨飯王)의 아내였습니다. 그녀가 최초로 상가에 들어옴으로써 비구니 상가가 형성되었습니다.
② 케마(Khemā) 비구니는 빔비사라(Bimbisāra) 왕의 왕비로서 외모가 아름답기로 유명했습니다. 붓다는 신통력으로 아름다운 요정(妖精)을 불러내어, 그 요정이 늙어가는 과정을 그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미모에 대한 자만심을 꺾고 붓다께 귀의했습니다.
③ 웃빨라완나(Uppalavannā) 비구니는 몸이 푸른 연꽃의 색깔과 비슷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습니다. [테리가타(Therīgāthā, 長老尼偈)]에 그녀가 남긴 시 12편이 실려 있는데, 참으로 눈물겹습니다.2)
④ 빠따짜라(Patacāra) 비구니는 율장의 숙련자(vinaya-pitake cinna-vasī)였습니다. 그녀는 많은 여성 제자들을 두었습니다. [테리가타]에 그녀가 남긴 시 5편이 실려 있으며,3) 그녀의 제자들이 읊은 시들도 많이 실려 있습니다.
⑤ 담마딘나(Dhammadinnā) 비구니는 비사카(Visākha)의 아내였는데, 남편의 동의를 얻어 출가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황금 가마에 아내를 태워 비구니 승원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녀는 한적한 곳에 머물며 정진하여 네 가지 무애해(無碍解, patisambhidā)와 함께 아라한과를 이루었습니다. 나중에 그녀는 붓다께 예배드리기 위해 라자가하로 돌아갔는데, 전 남편 비사카가 그녀에게 법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 질문과 답변이 [쭐라웨달라 숫따(Cūlavedalla Sutta, 有明小經)]4)에 실려 있습니다.5) [테리가타]에 그녀의 시 1편이 남아있습니다.6)
⑥ 난다(Nandā) 비구니는 순다리 난다(Sundari Nandā) 또는 자나빠다 깔랴니(Janapada-kalyānī)로 불렸습니다. 자나빠다 깔랴니는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라의 미인[國美] 또는 ‘지방의 미인’ 으로 번역됩니다. 그녀도 케마 비구니와 마찬가지로 붓다의 신통력에 의해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⑦ 소나(Sonā) 비구니는 열넷 명이라는 많은 자녀를 두었던 때문에 바후뿟띠까(Bahuputtikā)라고 불렸습니다. 그녀는 전 재산을 자식들에게 넘겨준 뒤, 자식들의 박대에 충격을 받고 출가하였습니다. 그녀는 늦게 출가하였기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어서 아주 열심히 수행에 전념하였습니다. [법구경] 제115게7)는 소나 비구니에게 붓다께서 설한 가르침입니다.
⑧ 사꿀라(Sakulā) 비구니는 빠꿀라(Pakulā) 또는 바꿀라(Bakulā)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제따와나(Jetavana, 祇園) 봉정식에 참석했다가 붓다를 뵙고 믿음을 일으켜 재가 신자로 신행하다가 나중에 출가하였습니다. 그녀는 명상을 통해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붓다로부터 천안(天眼)제일로 칭송받았습니다.
⑨ 밧다 꾼달라께사(Bhaddā Kundalakesā) 비구니는 처음 자이나교에 입단하여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버렸습니다. 그런 뒤 다시 빽빽하게 곱슬머리로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곱슬머리’라는 뜻의 꾼달라께사(Kundalakesā)가 그녀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이나교도들의 지혜가 빈약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자이나교를 떠나 아라한과를 얻기 위해 승단에 들어왔습니다.
⑩ 밧다 까삘라니(Bhaddā-kapilānī) 비구니는 [아빠다나(Apadāna, 譬喩經)]에 의하면,8) 그녀의 어머니는 수찌마띠(Sucīmatī)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까삘라(Kapila)였습니다. 그래서 ‘까삘라의 딸’이라는 뜻의 까삘라니(Kapilānī)로 불렸습니다.9) 그녀는 마하빠자빠띠 고따미에 의해 승단에 들어왔습니다.
⑪ 밧다 깟짜나(Bhaddā-kaccānā) 비구니는 그녀의 머리까락이 황금색이었기 때문에 깐짜나(Kañcanā, 黃金)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녀는 라훌라(Rāhula, 羅睺羅)의 어머니, 즉 야소다라(Yasodharā)라고 합니다. 하지만 야소다라라는 이름은 여기에 언급되어 있지 않고, [테리가타]나 [아빠다나]에도 이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아빠다나]10)에 ‘야소다라’라는 이름이 한번 나옵니다.11)
⑫ 끼사고따미(Kisāgotamī) 비구니는 고따마족 출신이었는데, 죽은 아들과 그 아들을 살려내기 위해 겨자씨를 구하고자 쓸데없이 집집마다 찾아다녔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합니다.12)
⑬ 시갈라마따(Sigālamātā) 비구니는 미얀마 필사본에서는 삔갈라마따(Pingala-mātā)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테리가타]에는 그녀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정확히 ‘시갈라(Sigāla)의 어머니’로 불렸습니다. [아빠다나]13)에서 그녀는 싱갈라까 마따(Singālaka-mātā)와 시갈라까 마따(Sigālaka- mātā)로 불렸습니다. 시갈라는 여섯 방위에 예배했던 청년이었는데, 붓다께서 그에게 설한 가르침이 바로 [시갈로와다 숫따(Sigālovāda Sutta, 敎誡尸迦羅越經)]입니다. 그녀는 믿음에 의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비구니들의 명단은 비교적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비구니들입니다. [테리가타]에는 92명의 장로니(長老尼)들의 이름과 시구(詩句)가 실려 있는데, 여기에 소개한 13명은 이 중에서 극히 일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3명의 비구니 중에서 밧다 깟짜나와 시갈라마따를 제외한 나머지 비구니들이 남긴 시가 [테리가타]에 실려 있습니다.
2) [증일아함경]에 언급된 비구니들
다음은 한역의 [증일아함경] 제5 비구니품(比丘尼品)에 나타난 붓다의 뛰어난 비구니 제자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내 성문(聲聞) 중의 첫째 비구니로서, 오랫동안 집을 나와 도를 배워 국왕의 존경을 받는 이는 대애도구담미(大愛道瞿曇彌)14) 비구니요, 지혜롭고 총명한 이는 식마(識摩)15) 비구니요, 신족(神足)이 으뜸이어서 모든 신들을 감동시키는 이는 우발화색(優鉢華色)16) 비구니요, 두타법의 열한 가지 제한에 걸림 없이 행하는 이는 기리사구담미(機梨舍瞿曇彌)17) 비구니요, 하늘눈이 으뜸이어서 걸림 없이 비추는 이는 사구리(奢拘梨)18) 비구니이니라.
앉아 참선해 선정에 들어 마음이 흩어 지지 않는 이는 사마(奢摩) 비구니요, 이치를 분별해 널리 도를 펴는 이는 파두란사나(波頭蘭闍那) 비구니요, 계율을 받들어 가져 범하지 않는 이는 파라차나(波羅遮那)19) 비구니요, 믿음의 해탈을 얻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이는 가전연(迦旃延) 비구니요, 네 가지 변재를 얻어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최승(最勝) 비구니이니라.”20)
(2) “내 성문 중의 첫째 비구니로서, 자기 전생의 수없는 겁의 일을 아는 이는 발타가비리(拔陀迦毘離) 비구니요, 얼굴이 단정하여 남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는 혜마사(醯摩闍) 비구니요, 외도를 항복받아 바른 교를 세우는 이는 수나(輸那) 비구니요, 이치를 분별하여 널리 갈래를 설명하는 이는 담마제나(曇摩提那)21) 비구니이니라.
더러운 옷을 입고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이는 우다라(優多羅) 비구니요,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그 마음이 한결같은 이는 광명(光明) 비구니요, 옷을 잘 바루어 언제나 법다운 이는 선두(禪頭) 비구니요, 여러 가지를 논의하되 의심이나 걸림이 없는 이는 단다(檀多) 비구니요, 게송을 잘 지어 여래의 덕을 찬탄하는 이는 천여(天與) 비구니요, 많이 듣고 널리 알며 은혜와 지혜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이는 구비(瞿卑) 비구니이니라.”22)
(3) “내 성문 중의 첫째 비구니로서, 항상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사람 속에 살지 않는 이는 무외(無畏) 비구니요, 몸을 괴롭혀 걸식하면서 귀천을 가리지 않는 이는 비사거(毘舍佉) 비구니요, 한 곳에 한 번 앉아 쉽게 자리를 옮기지 않는 이는 발타바라(拔陀婆羅) 비구니요, 두루 다녀 구걸하면서 사람을 널리 제도하는 이는 마로가리(摩怒呵利) 비구니요, 도의 결과를 빨리 이루어 중간에 지체하지 않았던 이는 타마(陀摩) 비구니요, 세 가지 옷을 가져 끝내 버리지 않는 이는 수타마(須陀摩) 비구니이니라.
항상 나무 밑에 앉아 뜻을 쉽게 바꾸지 않은 이는 협수나(拹須那) 비구니요, 늘 노지(露地)에 머물면서 덮개 있는 집에 머물기를 생각하지 않는 이는 사타(奢陀) 비구니요, 호젓하고 고요한 곳을 즐겨 사람 속에 있지 않는 이는 우가라(優迦羅) 비구니요, 항상 풀 자리에 앉아 옷차림을 하지 않는 이는 이나(離那) 비구니요, 다섯 가지 누더기 옷을 입고 차례로 걸식하는 이는 아로파마(阿奴波摩) 비구니이니라.”23)
(4) “내 성문 중의 첫째 비구니로서, 쓸쓸한 무덤 사이를 즐기는 이는 우가마(優迦摩) 비구니요, 생물들을 가엾이 여기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많은 여행을 한 이는 청명(淸明) 비구니요, 도에 이르지 못한 중생을 슬피 여기는 이는 소마(素摩) 비구니요, 도를 얻은 이를 기뻐하고 소원이 일체에 미치는 이는 마타리(摩陀利) 비구니요, 모든 행을 단속하여 뜻이 멀리 떠나지 않는 이는 가라가(迦羅伽) 비구니이니라.
공(空)을 지키고 빈 것을 잡아 ‘없음’을 깨달은 이는 제바수(提婆修) 비구니요, 마음이 생각 없음을 즐겨해 모든 집착을 버린 이는 일광(日光) 비구니요, 구함 없기를 닦아 익히어 마음이 항상 넓은 이는 말나바(末那婆) 비구니요, 모든 법에 의심이 없어 한량없이 사람을 제도하는 이는 비마달(毘摩達) 비구니요, 진리를 널리 설명해 깊은 법을 분별하는 이는 보조(普照) 비구니이니라.”24)
(5) “내 성문 중의 첫째 비구니로서, 마음에 욕됨을 참는 것을 품어 땅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하는 이는 담마제(曇摩提) 비구니요, 사람을 잘 교화해 시주 모임을 만들게 하는 이는 수야마(須夜摩) 비구니요, 자리를 준비하는 이도 또한 수야마(須夜摩) 비구니요, 마음이 아주 평온해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이는 인타사(因陀闍) 비구니요, 모든 법을 밝게 관찰하되 만족할 줄 모르는 이는 용(龍) 비구니이니라.
뜻이 굳세고 용맹스러워 물들지 않는 이는 구나라(拘那羅) 비구니요, 물 삼매[水三昧]에 들어 일체를 두루 적시는 이는 바수(婆須) 비구니요, 불꽃 빛 삼매[焰光三昧]에 들어 모든 중생을 두루 비추는 이는 항제(降提) 비구니요, 오로(惡露)의 더러움을 관하여 연기(緣起)를 분별하는 이는 차바라(遮婆羅) 비구니요, 그의 모자람을 주어 여러 사람을 기르는 이는 수가(守迦) 비구니요, 내 성문 중에서 최후로 제일가는 비구니는 발타군타라구이국(拔陀軍陀羅拘夷國)25) 비구니이니라.”26)
위에서 인용한 한역 [증일아함경]의 제5 비구니품의 첫 번째 부분이 팔리어 [앙굿따라 니까야]와 그 내용이 가장 비슷합니다. 그 나머지 부분에 언급된 비구니 스님들은 대부분 그 원래 이름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Notes:
1) Anguttara-nikāya(PTS), Vol. Ⅰ,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