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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서울)
뮤지컬이나 연극 티켓은 값이 좀 된다. 유명한 공연이면 더하다.
그러나 6년 만에 내한, 인기 스테디셀러, 획기적인 무대 퍼포먼스 등 화려한 선전에 귀가 혹하는 것도 사실이다.
💞 결국 지르고 말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
노트르담 드 파리(서울)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주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기간: 24. 01. 24.~03. 24.
공연시간: 150분(인터미션 20분)
* 서울 시즌 끝나고, 부산과 대구에서도 진행함 😀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했다. 무려 VIP 2장 17만 원 D열 77, 78석!
👩🦯 시각장애인이라 50퍼센트 할인 적용되었다. 그래서 34만 원의 반값!
오늘 2시 공연 캐스팅보드를 배경으로 공연의 설렘을 담고 사진 찰칵~ 📸
🕊️ 주차권 처리는 1층에서 할 수 있고, 물품 보관함과 오페라글라스 대여는 2층에서 가능하다.
포토존이다. 일전 레 미제라블 뮤지컬에서는 가로등 포토존만 찍고, 바리게이트는 줄 길어서 포기하고 그냥 왔었지.
그래서 이번에는 좀 일찍 가서 종 포토존과 스테인드글라스 포토존을 둘 다 사수했다. 📸
화제의 MD부스 되시겠다.
인터넷에서 어떻게 된 게 죄다 품절이네, 기획사 일 안 하고 뭐하냐, 사고 싶었지만 살 게 없었네 등등 말도 탈도 많아서 솔직히 기대 안 하고 갔는데.
💰 이게 웬일?! 키링, 배지, 브로치 등 다 있네~
공연을 기다리며 집시에 빙의해서 좀 방황해봤다.
춥지만 광화문광장에서 사진도 좀 찍고 📸
좀 따뜻하게 세종문화회관 라운지에서도 사진을 ☕️
공연 시작 전 좌석에 착석해서 부녀 기념 사진 찍었다.
👩🦯 무대 시야는 이랬다는 현장감 있는 사진도 한 장
아직 공연 전이라 뭐 볼 건 없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공연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매혹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게 첫눈에 반한 세 남자, 노트르담 성당의 흉한 외모의 종루지기 콰지모도와 성당의 부주교 프롤로, 그리고 약혼녀 플뢰르가 있는 헌병대장 페뷔스의 사랑과 집착, 욕망을 그렸다.
📑 그러나 조금 깊게 들어가보면, 새로운 문화와 기술이 도입되고, 종교의 권위가 빛바래는 등 당시 시대상이 녹아 있다.
그것을 극중에서 드러내는 게 이교도의 무리 집시들과 그들의 우두머리 클로팽, 그리고 거리의 시인이자 극의 사회자 그랭구아르이다.
현장에서 들은 노랫말과 등장 인물 포스터를 소개하며 나름의 감상 적는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 / 대성당들의 시대가 무너지네 / 성문 앞을 메운, 이교도들의 무리 / 그들을 성안으로 들게 하라 / 이 세상의 끝은 이미 예정되어 있지 / 그건 이 천년이라고”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막 ‘대성당들의 시대’ by 그랭구아르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송스루 방식이다. 대사가 전부 노래로 처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까딱하면 스토리 놓치기 쉬우니 집중해야 한다.
공연 보러 가기 전에 원작을 읽고 간다거나, 최소한 유튜브 등을 통해 캐릭터 관계나 소설에 대한 배경 지식을 사전 숙지하고 가는 게 좋다.
“보헤미안, 내가 온 곳을 그 누가 알까 / 보헤미안, 길 위에서 나는 자랐지 / 보헤미안, 결코 내일은 알 수 없어 / 보헤미안, 거역할 수 없는 내 운명 ... / 안달루시아, 언젠가 너를 만나게 될까”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막 ‘보헤미안’ by 에스메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거의 유일하다 싶게 밝고 경쾌한 곡이다.
지난해 봤던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오케스트라 연주로 생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MR 깔고 이루어지는 공연이었다.
👩🦯 개인적으로 생 라이브 음악을 기대했는데, 살짝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이곳에선 모두가 형제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말이지 / 이곳엔 천당도 지옥도 없다네 ... / 와인과 피는 같은 색이라네 / 이 기적의 왕궁에서는 ... / 누더기가 우리의 국기 / 서로 다른 피부색의 우리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막 ‘기적의 궁전’ by 클로팽 및 집시들
그래도 아크로바틱한 댄서나 벽을 타고 내려오는 무용수, 배우들이 덤블링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열정적이었다.
🔎 무대는 벽돌로 된 큰 벽과 가고일 조각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벽을 이루는 벽돌들이 공연 중 조립되고 옮겨지고 움직이면서 성당, 감옥, 성벽 등을 표현한다. 그 조립은 댄서분들이 춤추면서 담당하는 것 같다.
심지어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종에 매달려서 온몸으로 종을 울리는 모습은......
아무래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컨셉은 ‘춤’인 모양이다.
“벨(Belle),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를 위해 있는 말 / 새처럼 날갯짓하는 그녀를 /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 / 그 치맛자락에 붙들린 나의 눈 ... / 단 한 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 에스메랄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막 ‘벨(아름다움)’
By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세 명의 남자가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가사가 특징적이라 누가 종루지기 콰지모도고, 누가 프롤로 부주교이고, 누가 헌병대장 페뷔스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새’로 표현한다. 그에게 그녀는 닿을 수 없는 저 하늘의 파랑새였을까?
☦️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의 등을 묘사하며 그녀가 ‘십자가’를 지고 있다 말한다. 그는 끝내 그녀의 등만을 좇게 되는데.
🌈 페뷔스는 에스메랄다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와 유일하게 마주한, 에스메랄다의 연심이 향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녀를 빛과 물안개의 신기루 ‘무지개’라고 노래하며 에스메랄다가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다고 변명한다.
노래가 조화로운 한편 엇박자가 나는 듯한데 그 느낌이 상당히 독특하다.
“언제나 작은 것이 큰 것을 허물고 / 문학은 건축을 무너트리는 법 / 학교의 책들이 성당을 허물고 / 성경은, 교회를 / 인간들은, 신을 / 무너트리리라”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막 ‘피렌체’ by 프롤로, 그랭구아르
거리의 음유시인 그랭고아르는 사회자답게 듀엣 등으로 뮤지컬 넘버에 꽤나 자주 등장한다. 2막에서는 프롤로와 함께 서곡을 연다.
1막 서곡과 2막을 여는 곡에서 시대에 대해 시적으로 읊고, 토론하고, 평가하는 게 상당히 예술적이다.
또 조명 기법도 인상적인데, 특히 성당 특유의 장미 모양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하게 하는 스포트라이트가 중세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1막 서곡에서는 간접적으로 시대와 종교의 빛바램을 예고하더니, 2막 서두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로 인한 변화를 그냥 단정적으로 예언한다. 우리는 불화의 시대 앞에 서 있노라고.
📑 난 이 노랫말이 왜, 이제 아날로그는 끝장났고, AI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고 들리지?
고령자와 젊은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우리도 뮤지컬 노래 가사처럼 또 다른 불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말 위에 앉아 있는, 그 멋진 모습은 마치 / 정의의 화신처럼 눈부시게 빛났죠 ... / 변함없이 사랑해요, 내게 맹세해준다면 / 그녀를 처형하겠다고 ... / 사랑의 이름으로, 그댄 날 모욕했죠 ... / 변함없이 사랑해요, 내게 맹세해준다면 / 그녀를 처형하겠다고”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막 ‘말탄 그대 모습’ by 플뢰르 드 리스
플뢰르는 1막에서 페뷔스와 함께 사랑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다이아몬드’ 부를 때 정말 목소리가 청아하하고 곱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막에서는 약혼자의 배신에 상처받고, 그래도 페뷔스의 사랑을 믿고 싶으니 에스메랄다를 처형하라고 종용하게 된다. 이쪽 노래도 매혹적이다.
🌹 플뢰르, 그딴 인간 그냥 확 걷어차버려요! 당신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하기에 그 인간이 너무 아까워~
“춤 춰요, 에스메랄다 /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 조금만 더 나를 위해 ... /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막 ‘춤 춰요 에스메랄다’ by 콰지모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데미를 장식하는 곡이다. 첫 부분은 음울하다. 그러나 위에 가사 나올 때쯤부터는 애절해진다.
하기사, 콰지모도의 삶 자체가 애절하긴 하다. 기쁠 때, 슬플 때 사람들을 위해 종을 울리지만,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 아무도 그를 보아주지 않는다.
차라리 죽고만 싶다는 절규가 공감 확 되는데...... 어쩌면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것도, 그녀가 온전하게 그를 바라봐주었기에, 그러려고 노력했기에 그랬던 게 아닐까?
아무튼 마지막 그 장면에서 배우며 댄서들이 종에 매달려 함께 흔들흔들 연출했다고 하는데......
🔔 정말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은 댄서들이 하드캐리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 첫재, 1482년 파리의 시대상을 담은 시적이고 철학적인 노랫말
이 가사를 음미하기 위해서는 사전 공부가 필수이다. 꼭 원작 소설 읽고, 문장 곱씹고 가라.
뮤지컬이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는지 속속 알 수 있다.
경험자로서 전혀 그 수고가 아깝지 않다.
📑 둘째, 벽을 타거나 종에 매달리고, 또 덤블링을 하는 등 서커스 같은 화려한 댄서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그런 진기명기 장면을 못 본다는 게 아쉬움이다.
특히 집시들 군무 장면이 그렇게나 화려하다는데!
덧붙이자면 댄서들의 아크로바틱한 군무는 그 시대의 불안정함과 캐릭터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은연중 드러낸다고 한다.
📑 셋째, 조립되면서 입체적인 무대를 자랑하는 성벽과 천장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무대를 꾸미는 가고일과 종들
이 또한 성당과 감옥 등 공간의 변화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홀로 서 있는 가고일 석상을 통해 콰지모도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식으로 인물의 내면을 알려주는 장치라고 한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나 저 무대 소품 좀 만져보고 싶은데......
터치투어 왜 안 하나요? 소수자와 이방인의 왕, 클로팽 불러! 확 다 일러불라!
📑 넷째, 반복되는 리듬에 변주를 주는 음악
뮤지컬 레 미제라블 때처럼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도 반복적인 선율이 등장한다. 이게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이란다.
포스터 보면서 비시각장애인은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각 인물들마다 상징 색이 있다는 거.
난 혹시나 싶어 아빠한테 의상 색깔 물어서 알게 됐다. 👩🦯
에스메랄다는 에메랄드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그래서 초록색.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는 자유와 방관의 하늘색 혹은 푸른색.
집시들의 왕 클로팽은 노란색이다. 옛날 죄인들의 집 문에 노란색으로 표시를 했다고 하던데, 그 역사에서 유래한 걸까?
헌병대장 페뷔스는 은색. 갑옷을 의미하기도 하고, 바람둥이답게 매력적이고 신비한 이미지를 뜻하기도 하는 듯.
프롤로 부주교는 검정이다. 신부복이라서 그렇기도 할 테지만, 나중에 그의 타락을 의미하는 걸까?
플뢰르는 하얀색. 그 이름 자체가 백합을 뜻하기도 하고, 사랑의 순수함을 믿었다가 상처받는 어린 양을 뜻하는 걸까?
콰지모도는 빨강이다. 그의 안에 있는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은 역시 음향이었다. 🎵
오케스트라 아닌 MR인 건, 뮤지컬 컨셉상 화려한 댄스에 몰빵했다고 여기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설비 문제인지 극장의 구조적인 문제인지 음이 하울링 좀 있고, 때때로 배우들 노랫말을 좀 잡아먹기도 하는 건, 내가 그건 좀 못 넘어가겠는데.
인터넷 평가에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음질 안 좋다, 별로다 등 말이 많기는 했었지만
막상 겪고 보니 진짜 거시기하긴 했다.
이거 차라리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했던 블루스쾌어 극장에서 하면 안 되었던 걸까?
BUT!
🔎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분들은 정말 친절하고 서비스 좋았다.
좌석 게이트 안내와 장애인 화장실 도움 등
👩🦯 덕분에 편안 관람 되었습니다. 성함도, 직함도 모르지만, 도중에 남자 안내원 호출하시고, 저 안내해주신 목소리 참 예쁘신 여성 안내원님, 감사했어요~
만약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님이 이 글 보신다면, 그분 수소문해서 인센티브 좀!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당연히 공연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커튼콜 촬영은 가능했다.
배우분들, 댄서분들, 스태프분들!
화려하고 좋은 연기, 멋진 공연 감사합니다.
이 뮤지컬 끝나고 나오면서 울 아부지가 노래를 흥얼거리셨다. 🔔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지~
여러분, 커튼콜의 효과가 이렇게나 대단합니다.
첫댓글 커튼콜 촬영 허용은 신의 한 수. 120분간의 공연을 축약한듯. 내 삶의 획을 그은 하루였다. 땡큐 딸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