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세례 (1500)
피에트로 페루지노
15세기 르네상스 화가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 1445-1523)는
중부 이탈리아에서 유화를 활용한 최초의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유화를 먼저 사용한 네덜란드와 베네치아 화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무엇보다도 공기와 물에 반사되는 빛을 연구하여
젊은 제자 라파엘로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그가 1498-50년에 그렸고 현재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에 있는 <그리스도의 세례>는
1482년에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프레스코화의 구도를 따랐으나,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 장면을 제외하면
예수님의 세례와 관련된 복잡한 배경과 주변 인물들은 모두 삭제했다.
세례로 공생활을 시작한 ‘하느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루카 3,23)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갈릴래아에서 요르단으로 그를 찾아가셨다.
그러나 요한은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다.
예수님께서는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제야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였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셨다.
그때 그분께 하늘이 열렸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3-17)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은 요르단 강물에 발을 살짝 담그고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로 서 있고,
세례자 요한은 접시로 예수님 머리 위에 물을 부으며 세례를 주고 있다.
요한은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붉은색 망토를 두르고 그의 상징물인 갈대로 엮은 십자가를 들고 있다.
예수님 뒤에는 붉은 옷과 푸른 옷과 녹색 옷을 입은 소녀들이
사랑과 믿음과 희망을 모아 두 손 모아 기도라고 있고,
요한 뒤에 있는 푸른색 옷과 황금색 망토를 두른 후광이 있는 소년은
고개를 돌려 누군가에게 그리스도의 세례를 알리려 한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순간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성령이 흰 비둘기 형상으로 날개를 활짝 편 채
예수님 위로 내려오고 있다.
이 순간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령을 비둘기 형상으로 표현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성령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다.
즉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께서 함께 계셨음을 강조한 표현이다.
성령을 비둘기 형상으로 묘사한 것은 유다인들이 전통적으로
비둘기를 이스라엘과 동일시해
이 세상에 내려오는 하느님 사랑을 가리키는 영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는 그림의 배경은 요르단 강가의 황량한 사막이 아니라
이탈리아 페루지아의 푸르른 산야를 보여준다.
요르단 강가에는 이름 모를 한 식물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신체의 병을 치료하는 약초를 대비시켜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를 통해
온 인류가 영적으로 치유되고 구원받았음을 나타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