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황사바람의 농도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진원지는 중국 대륙, 바탕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체계적 시스템.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이 열리는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엔 하루 종일 바둑판 앞에 진을 치다시피하며 국면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검토에 열을 기울이는 동안(童顔)의 40대가 있다. 다름 아닌 중국선수들을 통솔하며 중국바둑의 중흥에 앞장서고 있는 위빈 감독(42)이다.
2000년 제4회 LG배를 우승하는 등 승부사로서도 이름을 날렸던 위빈 감독은 올 초 마샤오춘 전임감독을 투표에서 제치고 임기 2년인 바둑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앉았다. 귀한 시간을 허락받아 강해지고 있는 중국바둑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큰 대회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최근 중국의 기세가 매서운데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그 힘의 바탕이랄까, 원천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한마디로 중국리그, 아니 갑조리그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다. 일단 갑조리그에서 활약하게 되면 생활에 안정을 얻게 되어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바둑에만 매진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갑조리그는 현재 12개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팀당 주전선수가 4명(후보 2명)이다. 따라서 48명의 갑조리거가 활동 중이다. 이들의 연간 수입은 지명도나 성적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대략 10만위안(약 1800만원)에서 30만위안(약 5400만원) 된다. 이 액수라면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통역한 '위기천지'의 이철용 기자가 대도시 샐러리맨의 평균연봉이 5만위안 정도라고 귀띔해 주었다), 쉽게 말해서 50등 안에 들면 수입에 대해선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이다.
50등 안에 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 같다.
물론이다. 전통적인 대회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 갑조리그는 생황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기 때문에 거기서 뛰기 위한 경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하다.
그렇다면 어린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목표가 될 것 같다. 바둑을 배우겠다는 어린이들의 열의가 상당히 높지 않은가.
학부모들이 어린 자식을 데리고 베이징으로 상경하는 일이 흔하다. 그들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몸 담고 있던 소중한 직업도 포기한다. 자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갑조리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감독은 누가 맡으며 갑조리그를 지탱하는 생명력은 무엇인가.
감독은 대부분 프로기사가 맡는다. 그리고 갑조리그의 활성화 여부는 어떤 방식을 통해 스폰서를 끌어들이느냐, 어떻게 팬들의 관심을 유발시키느냐, 또 어린이들에게 밝은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갑조리그를 운영하는 것은 스폰서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기보다 지도자가 바둑을 좋아해서 괜찮은 기업과 연결시켜 주는 경우가 많다. 지방 관리가 바둑을 좋아하면 스폰서 잡기도 한층 수월하다.
집단훈련 방식으로도 꽤 유명한데 감독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모임을 주도하고 환경을 만들어주고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제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지도하는 편이다. 자체 리그도 만들어주지만 가능한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유도한다.
한국의 이창호 9단은 나이가 들어 연구회에 끼는 것을 어색해한다. 예전엔 더불어 공부하며 함께 성장했는데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의 경우 구리 9단이나 창하오 9단이 연구회 같은데 자주 동참하는는 편인가.
중국에도 그런 점이 없지 않은데 한국보다 심하지 않다. 스무 살쯤 차이가 나면 모를까 열 살 차이 정도는 전혀 신경도 안 쓴다.
화제를 바꿔 이세돌 9단의 휴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정말 유감스럽다. 내가 중국기사이긴 하지만 빨리 복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의 휴직은 세계바둑계의 큰 손실일뿐더러 대회 홍보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므로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도 손실이다.
컴퓨터에 능통한 줄 알고 있다. 요즘도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는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니까 컴퓨터도 만지게 된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 요즘도 즐긴다. 중국의 기보 관리 시스템, '위기천지' 잡지의 참고도, 중국의 스위스리그 프로그램 등은 내가 만들었다. 그렇다고 사업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쓰기에 편해 예전엔 좀 팔렸지만 디자인이 별로라서 요즘은 잘 안 팔린다.
감독의 시각으로 내다보는 유망한 신예강자들을 꼽는다면.
우선 천야오예, 리저, 저우뤼양, 박문요, 구링이, 스위에, 퉈자시 정도가 떠오른다. 쑨텅위와 펑이야오도 주목할 만한 새내기들이다.
지난해 중국이 주최한 마인드스포츠게임이 성대히 열렸다. 앞으로 이어질 계획이 있는가.
내가 아는 것은 여러분이 아는 것보다 많지 않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국가대표는 몇 명쯤인가.
기전에 출전하고 있는 기사는 37~38명쯤 된다. 삼성화재배나 LG배 통합예선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그밖에 녜웨이핑 9단과 마샤오춘 9단, 그리고 여자신예기사들을 다 합치면 50명 정도 된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행정적인 사항에 대해선 잘 모른다. 다만 먹을 것과 기숙사를 제공한다.
끝으로 중국에선 바둑의 세계화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다. 다만 회의할 때마다 세계화에 대해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