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춘천의 물레자전거길을 이어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지난주 춘천 의암호에 잠긴 강과 추억의 역사를 삼킨 공룡의 뱃속에서, 이제는 삼킨 추억을 하나씩 토해낸다고 했어요. 그리고 봄물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고요. 이어서 소양정 여행, 호수의 밤풍경, 중도에 있는 고산의 정경까지 따라갔습니다.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꼭 따라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또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춘천 물레자전거 길은 계절마다 다릅니다. 특히 요즘은 상큼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막 지났습니다. 아카시아 꽃향기는 낮에는 향기가 나지 않다가 날이 저물면 아주 진하게 내 뿜습니다. 아마도 달맞이꽃처럼 달이 뜨는 밤에만 꽃을 피우듯 저물면 향을 내뿜는 특징이 있나봅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춘천의 밤 자전거 길은 더욱 낭만적입니다. 달빛이 하얗게 뜬 밤, 하얀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으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하얀 달빛에 하얀 아카시아 꽃, 그리고 그 하얀 향기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하얀 마음도 함께 합니다. 정말 황홀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11. 어쩜 아카시아 꽃향기가 여기 스튜디오까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물레자전거길은 계절의 운치가 있군요?
물레자전거 길의 계절운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요. 요즘은 벚이 익는 계절입니다. 또 가다가 보면 가끔 눈에 띄는 수리딸기도 맛볼 수 있고요. 벚나무가 있으면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도 좋습니다. 호수의 풍광도 감상할 겸 까맣게 익은 벚을 따서 살짝 맛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물레 자전거 길의 길가에는 벚나무가 많습니다. 잘 익은 벚은 달콤한데요. 조금 덜 익은 벚은 아무래도 시큼하겠지요. 그래도 사랑하는 임이나 가족이 있다면 시큼한 맛도 달게 느껴집니다.
12. 벚이 주는 계절의 맛도 볼 수 있군요. 벚꽃도 참 예쁜데, 꽃 필 때도 상상이 갑니다. 호수와 어우러진 꽃길은 상상만 해야 할까요?
호수와 어우러진 꽃길은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만, 아무래도 실제로 걷거나 감상을 해야겠지요.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답니다. 꽃잎 떨어지는, 아니 꽃잎 휘날리는 길을 바람과 함께 지나는 것이지요. 이런 꽃길은 겨울만 제외하면 모두 만끽할 수 있답니다. 가을은 단풍 곱게 든 길을 따라 달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겨울은 겨울 대로 또 아름답습니다. 호수를 따라 난 길이 물레자전거길이잖아요. 그 때문에 춘천의 추운 겨울이 호수를 단단하게 얼음으로 얼립니다. 춘천을 얼음왕국이라 하기도 한답니다. 겨울이 길어서 온통 호수가 얼기도 했거든요.
13. 지리적인 위치를 따라가면 물레자전거 길은 중도를 지나 또 어디로 가나요?
아무래도 중도는 의암호의 한 가운데 있기에 모두의 관심을 끄나봅니다. 중도를 지나려면 갔던 길을 다시 나와야 합니다. 갔던 길을 나온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갈 때 못 본 풀잎 올 때 보면 더욱 사랑스럽거든요. 시시각각 눈길 닿는 곳이 다르니, 가고 오는 것이 다 다를 수밖에 없지요.
중도를 나와 마주 치는 곳은 인형극장입니다. 인형극장은 아이들의 마음도 자라게 하지만, 어른들은 옛 추억으로 돌아갈 수 있답니다. 물론 요즘 베이비붐 세대 사람들은 그런 인형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겠지만 말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참 힘든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자식들에게 한두 개 사준 기억은 있을 겁니다.
인형은 특히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바로 <꼭두각시놀음> 또는 <홍동지놀음>이라고 불리는 인형극이 있었잖아요. 인형극을 통해서 사회를 풍자하는 면이 일품입니다. 어쩌면 인형극장은 그런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형극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야외에서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14. 인형극은 정말 동심을 불러냅니다. 자전거 타고 가는 길에 볼 수 있군요?
인형극장 맞은편에는 청소년수련원이 있습니다. 의암호와 마주하고 있어서 그 풍경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춘천 도심에서 별을 볼 수 있답니다. 천문대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청소년수련원이 있는 조금 위는 그 옛날 배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던 곳입니다. 젊은 낭만을 싣고 다녔지요. 일명 위도 배터라 하던 곳입니다. 출렁출렁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고슴도치섬인 위도에 가서 놀다가 다시 배를 타고 나왔지요. 참 많던 나무숲과 넓은 운동장과 호수가 어울려 사람들을 모여들게 했습니다. 한 때는 마임축제를 할 때 밤새 도깨비난장을 벌이던 곳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개발의 힘에 밀려 그 많던 나무가 모두 사라졌답니다.
15. 고슴도치섬의 추억이군요. 이곳을 지나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나요?
고슴도치 섬 위로 큰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신매대교라는 다리입니다. 이곳에 신매리라는 마을이 있어서 다리 이름이 신매대교입니다. 신매대교 양쪽으로도 자전거길은 만들어졌습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큰 다리입니다.
다리에서 눈을 들어 오른쪽으로 보면 춘천호의 커다란 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화천 쪽으로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춘천 최고의 민물고기회와 매운탕을 맛볼 수 있던 춘천댐 매운탕 계곡이 있습니다.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맛있는 회와 매운탕을 먹을 수 있습니다. 춘천호를 막을 때 전국에서 일감을 찾아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일군 생활의 터전입니다.
16. 춘천호에서 다시 어디로 가나요?
춘천호를 보면서 물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면 곳곳에 물레길을 따라갈 수 있는 배를 운영하는 레저시설이 있습니다.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다가 물레길을 갈 수 있지요. 각종 배가 있어서 취향에 맞게 탈 수 있습니다.
신매대교를 건너면 춘천시 서면에 다다르게 됩니다. 지난주에 갔을 때 보니, 넓은 농토에 보라색 감자꽃이 곱게 피었더군요. 하지가 되었으니, 한창 감자를 캘 시기입니다. 감자꽃 가까이 가보면 정말 예쁩니다. 흰색과 보라색이 섞여서 여러 꽃술이 모여 봉우리를 이루었습니다. 감자꽃에 날아든 벌이 쉼 없이 꿀과 꽃가루를 따고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감자꽃을 감상하다가 보면 어느 새 시원하게 늘어뜨린 정자목을 만나게 됩니다. 어디 가나 있는 대통령 하사목도 발견할 수 있고요. 호수와 농토를 번갈아 가면서 호수의 바람을 가르는 길은 가도 가도 낭만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시원한 호수의 바람을 가르며, 멋진 춘천의 풍광을 멀리서 보며 달리다보면 자전거길은 어느 새 호수 위에 떠 있습니다. 의암호 위로 자전거길을 놓았거든요. 작은 동산이 있어서 호수 위로 동발을 박아서 길을 내었습니다. 이제 물위로 달리는 남자 여자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시원한 바람과 경치에 취해 돗자리를 깔고 자연을 즐기기도 합니다.
17. 물위로 달리는 남자 여자, 꼭 중국의 무협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물 위로 달리면 만나는 곳은 또 어디 인가요?
춘천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가 박사마을이잖아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박사사마을선양탑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전거 길에서 약간 벗어나야 하지만요. 무려 백 삼십 여명의 박사가 배출된 곳이 서면이잖아요. 박사마을 때문에 명소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멀리 강 건너 보이는 대처로 나갈 꿈을 꾸면서 학생들은 모두 열심히 공부를 했답니다. 농사를 지어 배에 싣고 춘천시내로 건너 팔면서 아이들에게 힘써 공부해서 저기 보이는 대처에 가서 살도록 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노력으로 이룩된 마을입니다. 힘든 농사일을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이 많은 박사를 배출하게 되었지요.
박사마을의 소문이 퍼지면서 이 마을에는 또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습니다.
18. 춘천 물레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덧 시간이 다 되었네요. 남은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