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처음으로 만월이 된다는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이랍니다.
우리 조상들은 정월보름달을 보며, 한 해 동안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했는데요. 그 풍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랍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 의미가 희미해졌는데요.
정월대보름은 왜 쇠는 걸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율력서에 따르면,
‘정월’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하나되고, 만물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농경을 기본으로 했던 우리네는 예부터 땅과 달을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 여겼는데요. 꽉 들어찬 보름달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그 해 처음 뜨는 보름달을 보며, 이 둥근 달처럼 그 해 농사가 잘되고, 모두가 건강하고 평온하기를 기원했답니다.
과거 정월대보름은 음력 설 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설날이 가족, 친지들과 함께 보내는 이른바 피붙이 간의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명절이랍니다.
그래서 정월대보름날의 풍속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전체 세시 풍속의 1/4이 넘을 정도로 풍부한 풍속이 행해진답니다. 그럼 먼저 어떤 풍속놀이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정월대보름날 하는 다양한 풍속놀이
<쥐불놀이>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
정월대보름 하루 전과 당일에는 으레 논둑과 밭둑을 불태우는 쥐불놀이가 행해졌는데요. 불로 쥐구멍 속에 든 쥐를 잡고, 잡초 등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을 죽이기 위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돼 곡식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는데요. 다른 마을 사람들과 불의 크기를 가지고 경쟁을 했답니다. 바로 이긴 편의 쥐가 진 편으로 몽땅 옮겨가, 이긴 편 마을의 농작물이 해를 입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었는데요.
<지신밟기>
(이미지출처-뉴시스)
지신밟기는 동네 사람들로 조직된 농악대가 집집마다 다니며 흥겹게 놀아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농악대는 땅을 다스리는 신에게 인사를 하고, 못된 귀신을 물리쳐 한 해 동안 좋은 일만 생기고 풍년이 들기를 기원해줬답니다. 집주인은 음식을 마련해 농악대에게 대접했는데요. 나누기 좋아했던 우리네 정이 느껴지는 풍속놀이죠?
<다리밟기>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
다리밟기는 답교(踏橋)라고도 하는데요 자신의 나이 수대로 다리를 밟으면 그 해에는 다리에 병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재앙을 물리쳐 복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다리밟기는 정월 대보름을 전후한 3일간 밤에 행해졌는데요. 재상, 양반, 서민 구분 없이 모두 이 놀이에 참여했답니다. 이때 퉁소와 북 장단에 선소리꾼까지 참여해 일대가 장관을 이뤘다고 하는데요. 다리밟기가 성황을 이루며 혼잡해 지자, 양반층은 서민과 어울리기를 꺼려 하루 전날인 14일 오후 다리를 밟았답니다. 이것을 ‘양반다리밟기’라고 했는데요. 부녀자들은 남녀가 유별해 16일 오후 다리를 밟았답니다.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15일 정월대보름날 모두 다리밟기를 해도 되겠죠? ^^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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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이 노래 기억하시죠? 정월대보름날에는 그 해 처음 뜬 만월을 보기 위해 달맞이를 나섰는데요. 달이 뜨지 않은 초저녁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홰를 들고 마을 동산에 올라 보름달이 솟기를 기다렸답니다. 솟아오르는 보름달을 먼저 볼수록 길하다고 하여, 서로 앞다투어 마을 동산으로 올라갔는데요. 달이 뜨면, 홰에 불을 다리고 절을 하며 소망을 빌었답니다. 지방에 따라서 이 날의 달빛에 따라 그 해의 농사를 점쳤는데요. 달빛이 희면 비가 많이 내리고, 붉으면 가뭄이 들고, 흐리면 흉년이, 진하고 뚜렷하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답니다. 요즘은 달맞이 갈 수 있는 마을 동산을 찾기가 힘든데요. 대신 고개를 들어 소원을 비는 것만으로도 달맞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답니다.
이외에도 줄다리기, 고싸움, 나무 쇠싸움, 석전, 달집태우기 등의 놀이가 풍성하게 펼쳐졌는데요. 가히 우리 민속문화의 보고라고 해도 되겠죠?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며 먹는 정월대보름 음식
정월대보름날, 우리 조상들은 귀밝이술, 부럼, 오곡밥, 묵은 나물(전채), 복쌈, 원소병 등을 해 먹었는데요. 이 날만큼은 김치와 찬물, 비린 것은 금기시했답니다. 그리고 정월대보름 음식은 14일 밤 미리 음식재료를 손질한 후 조리했는데요. 정월대보름날 칼질을 하면 한 해의 복도 갈라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랍니다.
<대표적인 절기 음식 ‘오곡밥’과 ‘나물’>
(이미지출처-부산일보)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음식, 바로 ‘오곡밥’인데요.
찹쌀, 차조, 팥, 수수,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든 오곡밥에는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대추와 밤, 땅콩 등도 넣어 만드는데요. 탄수화물에 치우쳐진 백미에 비해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풍부한 영양적으로도 좋은 음식이랍니다.
그리고 가을부터 말려 둔 호박, 가지, 시래기, 곰취, 버섯 등으로 만든 나물도 빠질 수 없는데요. 말려놓은 나물을 삶아 먹는 풍속은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무엇보다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을 고루 섭취할 수 있어, 영양학적으로 오곡밥과 찰떡궁합인데요. 조상들의 지혜가 참 대단하죠?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는 ‘부럼’>
(이미지출처- 뉴시스)
정월대보름날 가장 흔하게 많이 먹는 것이 날밤, 땅콩, 호두 등의 부럼일 텐데요. 부럼은 한 해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는 뜻으로 나이 수대로 깨물어 먹는답니다. 부럼으로 먹는 견과류에는 혈압을 내리고 변비를 막아 치아와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영양소들이 들어 있는데요. 특히 몸의 저항력을 키워줘 한 해를 잘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하지만, 평소 설사가 잦거나, 지성 피부인 분들은 조금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소식만을 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시는 ‘귀밝이술’>
(이미지출처-아시아경제)
이명주(耳明酒)라고도 불리는 귀밝이술은 정월 대보름날 아침, 식사하기 전에 차게 해서 마시는 술을 의미하는데요. 이 날만큼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마셨다고 합니다. 귀밝이술을 마시면, 1년 동안 귀가 건강할 뿐 아니라, 좋은 소식만을 듣게 된다고 하는데요. 가을 추수가 끝난 후, 좋은 쌀을 모아두었다가 술을 빚어 이명주로 마셨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귀 건강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요. 1년간 좋은 소식만 들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딱 한 잔만 드시길 바랍니다. ^^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두고, 이 날의 의미와 행해지는 풍속놀이, 먹는 음식 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한 해의 풍농과 건강을 기원하며 정월대보름을 났던 조상들의 지혜가 참 놀랍죠? 서울 곳곳에서도 정월대보름 관련 행사가 열린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으실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드릴 게 있는데요. “내 더위 사가라!” 바로 더위 팔기 놀이랍니다. 올 여름도 꽤 더울 텐데, 조금이라도 시원한 여름을 나기 위해 잊지 말고 팔아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