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격리 7일
가보지 않은 처음 가는 길은 외롭고 힘들다. 훗날 나의 기억 창고에서 끄집어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기록으로 남긴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월 20일부터, 대구는 2월 18일부터 발생한 코로나19가 2년이 지난 2022년 3월 12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 남의 일로만 바라보던 사건이 우리 집에도 일어 났다.
3월 12일 토요일 확진자가 많고 주말이라 헬스장 가기를 포기했다. 커피를 사려고 외출을 하는데,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판콜A 좀 사오세요.’라고 한다. 사온 물약 한 병을 마시고 별일 없이 지냈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결과 음성이다.
3월 13일 일요일 아침이다. 기온이 오르고 날씨도 좋은데 난방을 하자고 한다. 기침도 가끔씩 한다. 다시 검사한 결과 두 줄이다. 예감이 이상해 일요일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곳을 검색해 집에서 가까운 삼일병원에 갔다. 사람이 너무 많다.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사람, PCR 검사를 하는 사람의 긴 줄이 얽혀 구분이 곤란하다. 2시간 이상 걸려 검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때부터 집안은 난리다. 방도 한 사람만 사용하기 위해 생활도구를 준비하고, 집 내부를 소독하고, 격리에 들어갔다. 저녁 9시에 양성이라고 전화가 왔다. 격리된 환자와는 집안에서도 폰을 하거나 문자로 대화한다. 음식물도 문 앞에 두고 노크로 전달한다. 다른 가족의 식사도 시차를 두고 별도로 한다.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도 불안하다.
3월 14일 월요일 달서구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님은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역학조사)에 따라 코로나19 역학조사 대상임을 알려드립니다. 아래 URL에 접속하여 확진자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작성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내용이다. 스스로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약은 어떻게 하라는 내용도 없다.
문자를 받고 동네 지정병원에 처방전을 받기 위해 갔다. 사람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다. 의사를 상담하고 처방전을 받았다. 병원 진료비와 약값은 무료다.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해달라고 하니까 ‘대구시재택관리지원상담센타 ’에 문의 하란다. 센타에 물어보니 집중관리군 환자에게 전화 오는 의사에게 말하라고 한다. 늦은 오후 폰에 걸려온 의사에게 건의했다.
“팍스로비드 처방해 줄 수 있나요.”
“60세 이상은 처방할 수 있으나 설사 등 부작용 때문에 하지 않습니다.”란다. 유구무언이다.
환자가 가래 기침만 있고 큰 증상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3차 접종을 한 덕분인지 모르겠다. 고열, 두통, 구토, 설사 등으로 위중하면 생활치료센타나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빠른 회복을 위해 야채죽, 곰탕, 과일을 사서 먹도록 하고 확진 통보 첫날을 보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힘들고 고달픈 하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에 혼자 격리되어 있는 가족을 위해 버티고 있다.
2021년 12월에 발간된 성전 스님의 책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에서 본 글이 위안을 준다.
“힘든 세상 왜 살아, 하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싫은 것보다 좋은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좋은 것이 많은데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해서’라는 가르침이다.
3월 15일 화요일 증상이 있은 날부터 4일째, 격리일부터 3일째 되는 날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는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대상자임을 알려드립니다. 건강모니터링 앱 설치, 생활치료센타 비대면 진료 검색 후 앱을 설치하여 격리 기간 중 1일 2회 건강모니터링에 성실히 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60세 이상 집중관리군에서 앱을 설치하고 건강을 체크하여 입력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3월 16일 수요일 증상이 조금 호전되고 있다. 바뀐 생활도 안정을 찾고 있다. 옆에서 뒷바라지 하는 가족도 힘들다. 감염 위험도 신경 써야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하다.
3월 17일 목요일 자가격리 반을 지났다. 가족도 화요일, 목요일 2번 자가진단키트로 감염을 확인했다. 다행히 음성이다. 방에서 혼자 TV를 보며 웃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린다. 웃음이 치료약이다. 억지로 웃는 연습도 하고 가짜 웃음도 웃으라고 한다.
격리 마지막 날까지 면역력을 높이고 입맛을 돋우기 위해 ‘회덮밥, 초밥, 비빔국수, 갈비탕, 갈비찜, 꼬막비빔밥, 멍게비빔밥, 마라탕’ 등 음식을 시키고, 누룽지와 흰죽도 끓이고, 야채도 함께 먹도록 했다. 서울에서 딸이 맛난 거 먹고 힘내라고 10만 원을 보내왔다. 가족의 사랑이다.
격리해제는 3월 19일 토요일 24시다. 7일간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왔다. ‘8일이 지나면 전염 가능 바이러스 배출이 없다’고 한다. 울 가족은 일요일부터 격리 전으로 돌아왔다. 별일 없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가족 간의 사랑의 힘이다.
코로나로 인해 별것 아니었던 일상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 내가 살아 있음이 일상의 기적이다.
(2022년 3월 20일)
첫댓글 얼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성전스님의 책의 내용도 좋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세요 화이팅~♥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맘 편히 생활합시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