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청순가련형의 대명사였던 탤런트 오연수(33)가 억척 아줌마로 변신한다.
오연수는 오는 8일부터 KBS 2TV를 통해 방송되는 수목드라마 ’두 번째 프로포즈’(극본 박은령. 연출 김평중)에서 이혼 후 우여곡절 끝에 벤처 식품회사 CEO로 성공하는 아줌마 ’미영’을 연기한다.
이 드라마는 ’아줌마’, ’위기의 남자’, ’앞집 여자’ 등으로 대표되는 30-40대 주부들을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생활 드라마.
지난 9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오연수는 그 동안 ’춤추는 가얏고’, ’거침없는 사랑’, ’눈사람’ 등에 출연해 청순가련형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가 억척스런 이미지의 아줌마 연기를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 동안 얌전한 역할만 했어요. 연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작품이 좋고 둘째 아이 낳고 기회도 좋아 출연 제의에 응했습니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라 좋아요.”
미영은 소꿉친구였던 동갑내기 남편 ’민석’(김영호) 사이에 여덟살, 일곱살 어린 남매를 둔 30대 주부.
배추 한 단 500원이라는 특가세일 소식에 비호같이 내달려 100m긴 줄도 마다하지 않고 씩씩하게 배추를 ’쟁취’하고는 그것으로 또 하루가 뿌듯해지는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다.
“초반에는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나와요. 화면에 얼굴이 번들거리게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파운데이션만 바르죠. 머리도 하나로 질끈 묶거나 집게로 집거나 하죠. 한마디로 아줌마 패션입니다.”
미영의 모습이 집에 있을 때 자신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오연수는 예전에 가졌던 이미지보다 미영 역을 맡은 지금이 더 좋단다.
“조용하고 얌전한 역보다 내지를 수 있고 자기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미영 역이 마음에 듭니다. 미영을 연기하다보면 기분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껴요.”
그가 ’두 번째 프로포즈’에 출연하게 된 것은 동료 탤런트 유호정의 공이 컸다.
이 작품을 쓴 박은령 작가는 “지금까지의 오연수씨의 이미지는 청순하고 어딘가 사연이 있은 여자였는데 지난번 ’앞집 여자’에서 함께 작업한 유호정씨로부터 오연수씨가 상당히 ’터프’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고 미영 역에 적격이겠다고 생각했다”며 오연수를 드라마에 캐스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연수에게는 소위 ’아줌마’의 요소가 얼마가 있을까?
“저도 싸게 파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물건을 사러 가는 보통 아줌마예요. 그러나 극중 미영과 비교하면 미영이 저보다 몇 배나 억척스럽죠. 하지만 미영의 행동을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아요.”
실제로 사내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인 그는 “아들 둘 키우는 엄마는 다 깡패가 된다”면서 “실제 생활에서 내 목소리가 많이 커졌다는 것을 느낄 때 ’나도 아줌마구나’ 하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극중 미영은 남편 민석이 홈쇼핑 쇼호스트 ’연정’(허영란)과 사랑에 빠지면서 이혼하게 된다. 작가 박은령씨는 민석과 연정의 관계를 불륜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설정해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
실제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못 받아들여요. 아이가 있는 상황이면 절대 용납 못합니다. 아이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아이가 있는데 나 몰라라 하고 여자한테 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단호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