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격이론과 영성교육
1. 성격이란
나의 성격은 내성적인가? 아니면 외향적으로 활달한가? 기도할 때 통성기도하는 것이 어색하고 묵상기도가 더 좋다면, 그것은 왜 그런가? 그리고 그러한 영성생활은 잘못된 것인가? 만약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등등 우리는 이런 문제를 이번 호에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지난 호에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귀한 존재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공통된 특징을 지닌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있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다양한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심리학에서는 '성격'(personality)과 관련시켜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교사로서 나의 성격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어떠한 성격 곧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우리의 영성생활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가?
성격이란 무엇인가?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심리학자들마다 다양한 정의를 내리곤 한다. 일반적으로 성격(personality)이란 희랍어 per(through, -을 통하여)와 so-nare(speak, 말하다)란 어원에 기인한 것으로써, 고대 그리스시대에 배우들이 연극할 때 썼던 '가면'을 의미했다. 즉 성격은 주위에 대한 개인의 전체적 인상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오늘에 와서 다른 사람과 구별될 수 있는 한 개인의 독특한 인상 전체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타인과 구별되는 한 인간의 성격은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설명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성격이 변하느냐 혹은 변하지 않느냐의 입장이 있을 수 있고, 과학적인 객관적 연구에 의해 성격이 완전히 규명될 수 있다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는 입장에 따라 성격을 달리 설명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성격을 형성시키는 여러 요인들(유전적 요인, 생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중 어떤 요인을 더 중시하느냐에 따라 성격을 이해하는 이론이 다양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이론이 공존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어느 한 이론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전제로 우리는 다양한 성격이론들 중 융(1875-1961)의 성격유형론과 그의 이론을 최근 새롭게 발전시킨 소위 MBTI(Mayers-Briggs Type Indicator)이론을 중심으로 지면이 허락되는 범위에서 간단히 우리의 성격과 영성교육을 살펴보도록 한다.
2. 다양한 성격유형들
인간의 성격에 대한 융의 이론과 그의 이론을 발전시킨 MBTI이론은 다음과 같이 인간의 성격을 네 가지의 선호되는 경향으로 분류하여 설명한다(성격은 ESTJ, INFP형 등 16가지 성격유형으로 조합되어 분류할 수 있는데, 본 고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그 경향만을 설명하도록 한다).
첫째, 사람들이 어떻게 에너지를 획득하고 보충하느냐의 입장에 따라 인간의 성격은 외향형(E형)과 내향형(I형)으로 나뉠 수 있다. 자신이 지쳐있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순간 혼자 있음으로 해서 에너지가 보완된다면 그는 내향형이요, 야구장에라도 가서 다른 사람들과 고함을 치고 어울림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힘을 얻는다면 그는 외향형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외향형이든 내향형이든 그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느냐 혹은 수줍어하느냐 하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우나 탈랜트 같은 매우 대중적인 사람들도 내성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의 성격은 어떻게 사람들이 세계로부터 정보를 얻느냐 하는 정보수집 방법에 따라 나뉠 수 있다. 융에 의하면 인간의 오감(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맡는 감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성격은 '감각형'(S형)이고, 오감이 아니라 직관 곧 상상력에 의해 정보를 얻는 유형은 '직관형'(N형)이다. 대개 감각형은 사실(fact)을 중시하는 일종의 자연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성격이라면 직관형은 감각을 뛰어넘는 소위 육감, 혹은 상상력을 중시하는 종교가나 사상사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나와 가까운 한 목사는 항상 교인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여러분이 보고, 듣고, 느낀 정보가 진짜입니까? 혹시 누군가가 예수의 시체를 지금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개의치 않습니다. 나는 여전히 그가 부활하셨음을 믿습니다." 이처럼 목회자들은 대개 감각적 정보보다는 직관적 정보를 신뢰하는 듯 하다. 이처럼 인간의 성격 중 정보수집 방법에 있어 인간의 감각과 직관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감각형과 직관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셋째, 인간의 성격은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판단하고 의사결정 하느냐에 따라 사고형(T형)과 감정형(F형)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판단이란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하여 결론에 도달하고, 의사결정하고, 순위를 정하고, 선택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사고형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논리적 분석, 원리원칙, 정책이나 규칙, 정의에 따라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반면 감정형은 판단할 때, 객관적인 기준이나 논리적인 분석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상대방의 주관적 가치, 이상, 개인적인 욕구, 및 인정을 중시하며 판단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고형이 감정형보다 더 지성적이거나 명석하다고 말할 수 없고, 동시에 감정형이 타인에게 더 배려적이고 편안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넷째, 인간의 성격은 외부세계에 대처해 나가는 방식에 따라 판단형(J형)과 지각형(P형)으로 구분된다. 어떤 사람은 외부세계에 대처할 때 사고 또는 감정에 의한 판단을 위주로 하지만, 어떤 사람은 감각 또는 직관에 의한 지각을 위주로 한다. 즉 판단형은 외부환경에 대처할 때 판단과정(사고나 감정)을 주로 사용한다. 여기서 판단과정이란 개념이 중요한데, 그것은 외부세계를 판단함에 있어 어떤 정형화된 내적 구조를 갖고 있음으로써 판단시에 그것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판단형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이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면 지각형은 외부세계에 대처할 때 판단보다는 지각을 위주로 사용한다. 즉 지각형은 들어오는 정보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를 즐긴다. 지각형은 판단형과 달리 삶을 통제하고 조절하기보다 상황에 맞추어 잘 순응하며 이해하려고 한다. 따라서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과정지향적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을 접해도 불편해하지 않는 경향의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한 두 가지 시사점을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만약 누군가가 "INTJ형"(내향성, 직관형, 사고형, 판단형)의 성격이라 할지라도, 대칭 되는 성격이 전적으로 부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직 여러 가지 성격 중 어떤 성격이 더 선호되는 경향을 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특성을 공유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INTJ형"의 경우라 할 때, 나는 보다 극단적인 내향형과 직관형, 그리고 판단형이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엄격한 사고형이라기 보다는 감정형에 비해 사고형에 보다 가깝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위와 같은 성격의 유형은 인간의 성격을 절대적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기에, 다른 여타의 성격을 습득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해 학습이 요청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해 우리 각자의 삶의 독특한 경험으로 인해 과거의 성격이 다른 성격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내향형의 성격이 평생동안 내향형으로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생의 경험을 통해 외향형의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주기능적 성격이 무엇인지 알아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야 하지만, 우리 자신의 통전적인 성격발달(성숙)을 위해서는 우리에게 부족한 보조적 기능의 성격을 배우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영성교육의 실제
학생들의 영성교육에 관심을 둔 기독교교육 교사/전문가는 영성교육을 수행하기에 앞서 먼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어떤 성격의 소유지인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사실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위에서 제시한 유형에 따라 학생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알아보도록 할 수도 있고, MBTI성격검사에 따라 보다 체계적으로 알아볼 수도 있다. 특히 MBTI성격검사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자료를 얻어 실시할 수 있다.
둘째, 각자의 성격을 파악한 뒤, 자신의 영성교육에 적절한 기독교 전통을 점검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다음호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기독교 영성의 전통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마치 인간의 성격을 여러 가지로 유형화하듯 기독교 영성의 전통도 분류하는 것이다. 이 작업에서는 교회사적인 검토뿐만 아니라 개신교 및 가톨릭교회의 전통까지를 포함하는 교회일치적인 기독교 영성의 전통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앞에서 검토한 인간의 성격유형과 기독교 영성의 전통을 서로 병립시킨 뒤 적절하게 연결하고, 또 그것을 체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프로그램화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 작업을 위해서 기독교교육전문가(교육목사/교육사: Director of Religious Education)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참고로 여기서는 기독교교육전문가들이 성격유형에 따라 영성교육 프로그램 개발할 수 있도록 몇 가지 가능한 시사점을 제시해 보도록 한다.
1) 내향형과 외향형의 영성교육
내향형과 외향형의 성격유형에 맞는 영성교육은 어떻게 각각 개발할 수 있을까? 기도와 관련하여 설명한다면, 내향형의 사람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혼자 조용히 기도하고 싶어할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육 전문가는 내향형의 학생들에게 혼자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한적한 기도원을 소개해 주거나 퇴수회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발하여 안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반면 외향형의 사람은 여럿이 함께 모여 노래하며 기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교육전문가는 함께 찬양하며 서로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할 수 있는 부흥회 같은 프로그램을 외향형 학생들에게 소개하거나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2) 감각형과 직관형의 영성교육
감각형은 오감을 통해 획득된 정보에 대해 신뢰감이 큰 반면 직관형은 상상력을 통한 직관력을 중시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기독교교육 전문가는 감각형 성격의 소유자를 위해 감각을 중시하는 영성교육, 특히 로욜라 이냐시오의 기도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냐시오의 방법은 과거의 구원사건과 예수의 생애에 대한 감각적 여행을 떠날 때 오관을 다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것은 상상을 통해 당시의 장면을 보고, 무슨 말을 하든지 듣고, 십자가의 나무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실제로 느껴보고, 예수께서 마신 슬개즙을 맛보도록 권하고 있다. 한편, 직관형의 소유자를 위해 기독교교육전문가는 어떤 사태나 텍스트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함으로써 영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현재 개 교회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소위 "QT식 영성교육"에서 발견된다. 성서의 말씀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닥친 삶의 사태들이 신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서로 질문하고 묵상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3) 사고형과 감정형의 영성교육
사고형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데 있어 합리적 사유를 중시하는 반면, 감정형은 정서적 감정에 판단의 기준을 삼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교육 전문가는 사고형 소유자를 위한 합리적 사유의 영성교육 프로그램과 감정형 성격의 소유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각각 개발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는 과거에 사고적 영성교육 보다 감정형 영성교육이 더 지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의 선교사가 초창기 한국선교를 마치고 떠날 때, 한국교회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한국교인들은 순교는 잘하는데 '성경공부 합시다'하면 다들 도망갑디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교회 교인들이 사고형이라기 보다는 너무 감정형이란 점을 꼬집은 우스개 일화이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과거에 외부인들이 보기에 좀 이상한 것(울고 불고 고함치고 크게 노래부르는 행위)처럼 보이는 부흥회 같은 감정형 영성교육이 지배적이었고, 최근에 와서야 다행히도 성경공부를 중시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성경공부의 수준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점이다. 오히려 성경공부의 수준을 넘어 평신도 신학강좌와 같은 보다 신학적이고 합리적인 사유의 능력이 한국교회에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독교교육전문가는 신학독서클럽을 운영한다든지, 성서(신학)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각형 영성교육으로는 최근 활발하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워쉽댄스(worship dance)나 CCM같은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 있다.
4) 판단형과 지각형의 영성교육
외부세계에 대처하는 형태로써 어떤 내적인 구조를 갖고 있느냐의 유무는 영성교육 형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바람직한 기도의 형태가 무엇이냐라고 물을 때, 판단형은 기도의 내적 구조(형식적 기도)로서 주기도문이나 교회사의 전통에서 중시해온 기도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각형은 형식적인 기도보다 비형식적인 즉흥적 기도를 더 중시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개신교는 즉각적인 통성기도를 강조하고 교회전통을 경시한다는 점에서 지각형에 가깝고, 가톨릭교회는 고정된 기도서를 중시하고 성례전과 같은 전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판단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기독교교육 전문가는 판단형의 성격소유자를 위해 기도할 때 즉흥적인 통성기도보다는 기도문을 쓰고 규칙적인 기도를 하도록 권고한다든지 혹은 다양한 성례전 예배의 형식(구조)을 소개함으로써 융통성있는 신앙을 갖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각형 성격을 가진 학생을 위해서는 성 프란시스처럼 성령의 인도하심을 좇아 단순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신앙을 표현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모든 창조물 안에서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강, 풀밭, 호수, 폭포, 혹은 일출이나 일몰 등 다양한 묵상 자료를 활용케 하여 마음으로부터 떠오르는 '감각적 인상'을 시나 기도문, 그림, 춤, 혹은 자선 등으로 표현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