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시인 특집 |전병칠
낮꿈 외 1편
두만강을 건너온
뻐구기 한 마리 잡아놓고
뾰족한 칼로
배를 째기네
가슴팍이며 갈비뼈며
두루두루 헤치며
어느 나라 국적인가 찾아보지만
신분증 같은 거 없네
창자를 꺼내 툭툭 털어보고
부시시 바람에 흩나리는 깃털까지
알알샅샅이 훑어보지만
여권이나 비자 같은 건 더더욱 없네
토끼가 간을 빼서
산속에 숨겨두고 다닌다더니
요놈도 신분증이랑 여권이랑
어느 산속 바위틈에 감춰두고 다니는 걸가?
종종
앞산에 가 찾아보네
탈탈
뒤산에 올라 뒤져보네…
뻐꾹–뻐국–
밸이 다 빠진 뻐구기 다시 살아나
훨–훨–
강을 건너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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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상소리
-연변민속박물관 백 년 바가지에 부쳐
어허허 어이허허 어허허 어이허
북망산 보낸 령혼이 왜 여기 누워 있노
오호 오호 오호 능차 오호
숨죽이고 말없이 누구를 기다리노
불귀불귀 영 불귀인데
한 많은 이 세상 무슨 연분 있다고
마른 실핏줄 아렴풋하게 거미줄로 늘여놓고
여태 눈 감지 못하고 있노?
백일청천 가을날 박 하나 톱질해
한쪽은 형이 갖고 러씨야로 가고
한쪽은 동생이 갖고 남부여대 중국에 왔다는
반남潘南박씨 4대 옛말 담은 박바가지
철썩철썩 허리를 치던
두만강 물소리 앉아 있는가
낮이면 강 건너 두고 온
고향산천 드러누워
맨발 바람 형님 불러오고
밤이면 초생달 찰랑 빠져
오라비 찾는 누이 눈섶으로 흔들거리고
몸이 가면 혼도 가고 눈도 감아야지
텅-하니 눈확만 남아서
태양 없는 하늘 향해
일가친지 찾으면 어떻하노?
오호 오호 오호 능차 오호
산마루 지는 해야
엉덩이 붙이고 일어 안 서는 저 령혼
등장 떠서라도 빨리 데려가소
오호 오호 오호 능차 오호
*‘오호 오호 오호 능차 오호’: 경북 북부 지역 상여군들 받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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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칠
1949년 9월 길림성 화룡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변군중예술관, 연변예술집성판공실 등 근무 함.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시인협회 회장. 시집 『종려나무』, 『인류는 이제 한가닥 진화만 남았다』 등 출간. 연변작가협회 정지용문학상, <시향만리> 문학상, <두만강여울소리> 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