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멜번의장터
 
 
 
카페 게시글
#마음을 녹이는 뜨스한 얘기들 스크랩 한국 작은 학교를 살려내야 하는 이유
ANGEL 추천 0 조회 63 10.02.11 16: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작은 학교를 살려내야 하는 이유

박종국


  필자는 1983년 3월 1일, 경남 거제군 둔덕면 학산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백 명 남짓한 아이들이 모인 조그만 학교였다. 첫해 6학년을 맡았는데, 모두 열여덟 명. 그 당시 여타 학교에 비해 적은 학생수였다(근데 학구 주민들은 가족계획시범 마을로 보건사회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인근 오량초등학교 분교장으로 격하되었다(지난번 다시 찾아가 본 학교는 이미 십여 년 전에 폐교의 운명을 맞아 잡초만 무성했다).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학교,  마음이 찹찹했다.


  그때 학교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아우르는 동네 축제의 장소다. 동네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고, 운동장에 턱 버티고 있는 수령 삼백년 묵은 아름드리 팽나무는 마을의 지킴이였다. 여름철이면 그 그늘에 마을들 모두 쉴 참으로 드나들었다. 학교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의 중심이면서 지역문화의 발화지기도 했다.


  또한 작은 마을에서 학교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특별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마을에서 교사의 존재는 마을 일에 대한 ‘상담자’이기도 했고, 아이들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투사하는 ‘이상형’이기도 했다. 때문에 마을의 학교는 도시의 학교와는 달리 동네의 일부였으며, 동네 사람들의 삶과 구체적으로 얽혀있는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단지 경제논리에 의해 소규모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들이 폐교되어 가는 현실 상황의 의미는 결코 녹녹치 않다.


  물론 요즘 도심공동화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도 폐교가 되는 학교가 있다. 그러나 폐교는 대부분 농산어촌 오지 지역에 존재한다. 그 동안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한번 폐교된 학교가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간혹 가뭄에 콩 나듯 갑작스런 인구유입에 의해서 학교가 되살아난 경우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사항일 뿐이다. 진정으로 다시 살아난 작은 학교는 아니니까.


  정부나 교육부가 작은 학교를 통폐합하려고 내세우는 정당성은 무엇일까. 단정하자면 과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학습의욕이 없고, 문제해결능력과 목표달성 의지가 낮으며, 성격이나 정서교육이 배제되거나 열악하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작은 학교라 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폐단이 있다면 그 폐단을 줄이고 운영의 묘를 살리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단견적인 시각으로, 경제성의 잣대로만 작은 학교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 동안 학교 통폐합에 대하여 뜻있는 사람들과 학부모 등 지역주민들이 ‘학교 폐교는 안 된다’고 그렇게도 반대하여 왔지만, 주민들의 여론을 호도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농어촌 학교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저의는 무엇일까?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서 교육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생각해 보라. 지금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학교 규모나 학급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었지 규모가 작아서 문제가 되는 하등의 이유가 아니다.


  1960년대 이후 우리 교육정책의 과제는, 어떻게 하면 과밀학급과 거대학교를 해소할 것인가에 있었다. 더욱이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사회로 전환되는 현 상황에서 미래사회에 적응하며, 자신의 삶을 펼쳐야할 신세대들을 교육함에 있어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인성과 창의성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우선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둘이도록 정책을 마련했다(그러나 이미 선진국에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대체로 한 학급에 15명 정도의 학생을 두는 것을 이상적이라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학급 규모나 학교 규모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에는 ‘학생이 1명뿐인 학교가 있다’는 게 소개된 적이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는 학생 1명만 있더라도 학교를 유지하고, 그 학생이 졸업하여 학생이 한 사람도 없게 되어도, 폐교하지 않고 휴교를 하였다가 단 한 사람의 학생이라도 학교에 입학하면 학교를 다시 열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단순하게 경제논리로만 따져 학교 존폐 할 것이 아니라 학생수가 너무 작아서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수가 너무 많은 도회지 학교와 천박한 경제논리로 비교되지 않아야 한다(중요한 것은 당장에 학생수가 적더라도 학교를 폐교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헤치고,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하여 학교 통폐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필자가 근무했던 거제 학산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지만, 폐교 대상이 된 학교의 학부모들 중에 다수는 그들이 학교를 세운 주역들이거나 학교를 세운 과정을 다 알고 있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없는 돈을 내고, 땅을 내놓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문중 땅을 내놓아 땀 흘려 학교를 세웠다. 그들은 학교를 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학교를 폐교하기는 쉬우나 학교를 다시 세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어도 학교를 폐교하지 않고 휴교인 상태로 둔다는 얘기는 그냥 흘겨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정부의 폐교 방침에 분노하는 것은 정작 학부모들이 자기 지역 학교의 폐교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의견수렴과정이 결여되었거나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통폐합에 따른 정부의 논리도 정당하고 타당하다. 국가 재정의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그렇지만 획일적인 학생수 기준으로 통폐합을 추진했기 때문에 교육문제로 떠나가는 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때문에 앞으로 추진될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은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뿐만 아니라 악순환만 되풀이할거라는 잘못된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쨌거나 정부는 단 한 사람이라도 학생이 있다면 그곳에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결론적으로 소규모학교가 속출하는 원인은 비단 교육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규모학교가 양산되는 근본 원인은, 농산어촌 인구의 노령화와 젊은층의 부족 현상, 농업경제의 붕괴와 소득 불균형, 도시집중과 지역발전의 불균형 등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그러므로 소규모학교의 통폐합 문제는 총체적 난제로 거시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이 당장 경제적으로는 이득이 된다. 그렇지만 교육은 최소한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학교들이 지역사회에 부추기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가 근무하는 부곡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열명이다. 그것도 가입학식을 한 결과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