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 매우 넓고 평평한 땅
고무 : 고모, 아버지의 누이
매감탕 : 엿을 고아낸 솥을 가셔낸 물. 혹은 메주를 쑤어낸
솥에 남아 있는 진한 갈색의 물.
토방돌 : 집채의 낙수 고랑 안쪽으로 돌려가며 놓은 돌. 섬돌.
오리치 : 평북지방의 토속적인 사냥용구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야생오리를 잡는 도구.
안간 : 안방.
저녁술 : 저녁밥. 저녁숟갈.
숨굴막질 : 숨바꼭질.
아릇간 : 아랫방.
조아질 :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해찰을 부리는
일. 평안도에서는 아이들의 공기놀이를 이렇게 부르기도
함.
쌈방이 : 주사위
바리깨돌림 : 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아동들의 유희.
호박떼기 : 아이들의 놀이
제비손이구손이 : 다리를 마주끼고 손으로 다리를 차례로
세며, '한알 때 두알 때 상사네 네비 오드득 뽀드득 제비손이 구손이 종제비 빠땅' 이라 부르는 유희
화디 : 등경. 등경걸이. 나무나 놋쇠 같은 것으로 촛대 비슷하게 만든 등잔을 얹어 놓은 기구.
사기방등 : 흙으로 빚어서 구운 방에서 켜는 등.
홍게닭 : 새벽닭.
텅납새 : 처마의 안 쪽 지붕이 도리에 얹힌 부분.
동세 : 동서(同壻).
무이징게국 : 징거미(민물새우)에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국.
☞ 백석 우리문화의 원형탐구와 떠돌이 삶 / 박혜숙/ 건국대학교출판부
p.61~62
이 작품의 배경이되는 여우난골은 백석의 일가 친척이 모여 사는 마을이름이다. 이 여우난골에 살고있는 백석의 집안이 명절 때 한데 모여 먹고 놀며 화목함을 다지는 정경이 어린아이의 눈을통해 형상화 되었다.
백석은 「여우난골」이라는 시도 썼는데 그곳은 다분히 비문명적인, 그러나 아름답고 포근한 곳으로 그려졌다. 마을 이름 자체부터가 재미있는 전설이라도 간직되어 있음직한 이곳은, 그러기에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곳에서 쓰이는 언어도 외부 세계의 때를 입지않은 듯한 진한 토속성의 체취가 풍겨난다.
처음 부모를 따라서 명절에 할아버지 댁을 찾아가는 작품속의 화자는
매우 들떠있다. 개까지도 따라다니는 아이들 세계의 들뜬 심정이 동화적으로 느껴진다. 아이는 들뜰 수밖에 없다. 제 또래의 친척 아이들과 모여 밖에서는 쥐잡이, 숨바꼭질, 말타기 등의 놀이를 신나게 할 수 있고,
밤이 되면 집 안에서 쌈방이, 바리깨돌림, 호박떼기 등의 온갖 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갖가지 명절 음식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아이는 더더욱 좋은것이다.
아이의 눈으로 관찰된 친척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얼굴에 별자국 솜솜 난(아마도 곰보일 것이다) 말수[이동순교수는 말수를 =말할때마다 자주 눈을 껌벅이는 즉 뒤의 눈을 꿈벅이는의 수식어로 보았음을 주지바람], 하루에 베 한 필 짠다는
재주꾼 新里 고무, 늙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살빛이 매감탕 같은 土山 고무, 자주 눈물을 보이던 코끝이 빨간 큰 골 고무, 그리고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삼촌은 이미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는 시인에게 각인되어 있는 여우난골族의 초상화이다. 이 초상화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이들 집안이 그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크게 내세울 것도 없지만 크게 가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며, 친족간의 전통적 규범을 간직하면서 당시 급작스레 변화되어
가는 서구적 물결에 휩쓸림이 없는 사람들이다.
백석의 『사슴』에 나오는 이와 같은 전통적 세계의 시들은 임화가 지적한 시골뜨기의 시도, 오장환이 말한 유복한 어린시절의 회고시도, 아니면 시대적 조류를 퇴행한 시도 아니다. 그것은 퇴색되어 가는 공동체적 우리들 삶의 근원을 재확인한 것이자, 말살되어 가던 모국어에 대한
문학적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