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좋아하는 것**
울 아들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운동을 좋아했는데,
그중에도 유독 축구를 좋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축구화를 여러 켤레 사줬다.
축구 뿐 아니라 야구, 농구, 수영, 골프, 스키 등 만능 스포츠맨이다.
결혼해서는 바로 아내와 골프를 배워서 우리하고 신혼을 즐겼다.
집 장만하기 전에 무슨 골프냐고 생각했지만 아들의 생각은 부모님과 아내가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운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배웠다고 한다.
덕분에 난 며느리와 바로 친해졌고 고부간의 사이가 아주 돈독해졌다.
주말 하루는 아침에 만나서 가끔 라운딩도 하고 연습장에도 가고
때로는 스크린골프를 즐기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조기축구를 나가며 동아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눈비가 내려도 주말 새벽같이 축구를 하러 간다.
엊그제 운동하는 클럽에 이강인이 왔다고 한다.
요즘 가장 핫한 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선수와 인증 샷을 하고
아끼는 축구화에 싸인도 받았다며 가족 단톡에 사진을 올렸다.
싱글벙글 벌어진 입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내 생일이라고 식사를 하고 아들네로 가서 케잌과 과일을 먹었는데,
싸인 받은 축구화가 아주 소중하게 선반위에 올려져있었다. ㅋㅋ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어린 축구 스타와 인증 샷을 하니 저렇게나 좋은가보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은 삶의 가장 큰 행복 중에 하나다.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 난 생각해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푹 빠질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운동도 별로 잘 하지도 못 하고 음악이나 미술에 취미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게 유감이다.
울산에 살 때 회사 문화센터가 있어서 수영과 볼링을 배웠는데,
조금 하다가 중단했다.
수영은 무려 4번 째 도전을 해서 가까스로 배웠지만 별 흥미를 못 느끼고
볼링은 그나마 조금 재미가 있어서 마이 볼을 장만해서 한동안 즐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볼이 창고에 들어가 있다.
꽃꽂이도 배워서 친구와 플라워샵을 오픈해서 하다가 내가 울산을 떠나면서
그만 두었다. 남편의 등살에 골프와 인라인 스케이트도 배웠지만 꾸준히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능동적이지 못한 내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살았나보다. 참 재미없고 심심한 여자다. ㅎㅎ
앞으로 시간이 많아질 때를 생각해서 이제부터라도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 남편은 파크골프에 푹 빠졌다.
두 번 따라가서 해봤더니 필드 골프와 달리 예민하지도 않고 스트레스 없이
나이 들어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정년퇴직을 하고 국민연금으로 살아가는 서민은 필드 골프를 즐길 수가 없다.
그런데 파크골프는 지자체에서 복지차원으로 그린을 만들고 운영하기 때문에 첫 째 비용이 너무나 저렴하다. 종일 놀아도 만원이면 된다. 우리 나이에는
이제 만원의 행복을 즐길 때다. 클럽도 하나면 된다.
그리고 나처럼 저 체력의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레크레이션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파크골프를 해보려고 한다.
미치도록 좋아하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ㅎㅎ
여행도 그중에 하나가 되면 행복할 것 같다.
훗날 더 나이 들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 때를 대비해서 차곡차곡 내 음악
리스트에 좋아하는 곡을 추가하고 있는 중이다.
햇살 가득한 창가의 흔들의자에 앉아 음악 리스트에 있는 곡을 들으며
추억에 젖어 보는 나를 상상해 본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곡이라도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첫댓글 연세가 들면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저도 5년만 젊었더래면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ㅎㅎ
연세가 조금 더 든 사람의 소견입니다 ^^
지금도 밴드활동 하시는 거 보면 알겠는데요 ㅎㅎ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 취미가 부럽습니다.
수채화님 응원보내드려요...ㅎㅎ..
예쁘제님 감사해요~~무언가 찾아야하는 강박관념도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시들해집니다. 열정이라는 것 다시 내게 올 수 있도록 노력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