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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주천, 삼천 그리고 전주 원문보기 글쓴이: 길벗
전주천 전경. |
삼광조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등재되어 있는 멸종위험에 처해 있는 조류로 인위적 간섭에 민감해 서식지가 매우 제한적인 종으로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지역에서만 관찰되는 종이다. 사진은 삼광조. |
전주에서 김제·부안 등으로 들락거리는 주 통로인 전주 삼천의 마전교. 갈대와 억세 등의 수풀이 우거진 이 교량 주변에서 삼광조(三光鳥) 한 마리가 급하게 비상한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에서 거주해온 여름새 삼광조는 그동안 전남지역에 주로 분포해왔다. 그런 삼광조가 전주에 출현했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전주지역의 기후변화이다.
▲ 철새들의 낙원이에요
전주천과 삼천 일대에는 각각 46종과 49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지방환경청이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도심하천의 조류개체를 조사한 결과이다.
전주천에는 텃새 18종과 여름새 17종, 통과새 3종. 겨울새 8종 등이, 삼천 주변에는 텃새 16종과 여름새 13종, 통과새 7종, 겨울새 13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연기념물 323-8호로 지정된 황조롱이를 비롯해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쇠백로, 논병아리 등이 우점종을 나타내며 많이 서식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 같이 도심하천에 조류 40여종이 서식하는 것을 흔치않은 일이다"라고 평가한다.
역시 도심하천인 대전 갑천 일대에는 전주천의 절반수준인 20-3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종이 몰려드는 우리나라 최대 철새도래지, 금강하구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도심하천치고는 꽤 많은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김진태 사무처장은 "도심하천에 40여종이 몰려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전주천과 삼천일대의 자연생태를 눈여겨봐야하는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 삼광조가 보여요
전주천과 삼천일대에는 조류의 다양성만 발생되는 게 아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조류들이 새로 모습을 드러내고,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조류들을 다시 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제시했듯 삼광조는 우리지역에서는 볼 수 없던 조류였다.
전주시 관계자는 "삼광조는 암수 한 쌍이 침엽수림과 혼합림에 사는데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며 동부 아시아, 서부 태평양 지역에 분포,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었으며, 전남도 등 남부지역에서만 간혹 발견돼왔다"라 설명했다.
반면 우리지역에서 쉽게 눈에 띄던 청호반(靑湖畔) 새는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상대적으로 선선한 날씨에 잘 적응하는 청호반새는 최근 무주 일대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아니라 중대백로와 쇠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꼬마물떼새 등 여름새들이 겨울철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지 않고 전주천과 삼천일대에서 머물고 있다. 황조롱이, 흰뺨검둥오리, 딱새. 괭이갈매기, 적박구리, 박새 등은 아예 전주천과 삼천일대에서 텃새로 둥지를 틀었다. 전주지방환경청 김강수 전문조사원은 "전주천과 삼천에 사는 조류들이 갈수록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구온난화 때문이죠
전주천과 삼천일대의 조류 다양성이 풍부해졌다는 것은 수질 향상과도 연계된다. 전주시는 지난 1900년대 후반부터 전주천 자연형하천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수질이 최상위인 1급수까지 향상됐고, 여기에서 사는 물고기나 수초들이 많아졌다. 이는 조류의 먹이 감이 많아졌다는 것이며, 철새 등 새들에게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그동안 볼 수 없었던 개체들이 최근 눈에 띈다는 것은 수질보단 지구온도 상승과 연계성이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지난 100년 간 0.5∼0.7℃ 정도 뚜렷이 올라갔으며 전주의 기온도 조금씩 상승했다. 이처럼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동안 따뜻한 지역에서 살던 조류들이 전주지역에서 쉽게 발견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새가 겨울에 남부 지방으로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텃새화 현상을 감안할 때 전주천의 조류 다양성은 현실적으로 지구온난화와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다.
이는 최근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푸른 날개 팔색조에서도 뒷받침한다. 파란 날개를 지닌 이 팔색조는 주로 아열대와 열대에 서식해왔다. 공주대학교 조삼례 생맹과학과 교수는 "조류다양성을 지구온난화만으로 단정하기 힘들지만, 이 또한 기온상승과 연계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