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의 장애인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말라위. 이 나라에서도 가장 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바로 장애인들입니다. 저희는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Lilongwe)에서 동쪽으로 50km 떨어진 은코마(Nkhoma)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말라위에도 장애인을 위한 복지법이 있고, 이들을 위한 몇몇 기관들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재정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지경입니다. 저희는 장애인 복지의 불모지 말라위에서 2012년부터 밀알복지재단 말라위 지부로 실재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13년에는 현재의 치소모-밀알 복지센터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장애인을 위한 기능교육과 기초교육, 장애아동을 위한 방과 후 교실,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그리고 집에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재가장애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매주 월수금요일에 센터에 모여서 기능을 익히며 자신들에게도 기회만 있다면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며 자신감을 얻고 있습니다.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의 이재민 돕기
지난 2013년 말에는 매월 회비로 100콰차(약 300원)씩 모아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저희는 장애인들에게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안을 전체회의를 통해서 결정합니다. 쌀을 사서 동일하게 나누어 가지자, 돈으로 나누어 갖자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필리핀에서 태풍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이재민들이 도움을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우리가 그간 회비로 모은 돈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얼마간 그들을 위해서 보내준다면, 우리가 이제껏 외부로부터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온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며, 당장 집과 음식도 없이 어렵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착한 우리 장애인들은 반대 없이 제 의견을 받아들였고, 만장일치로 전체 회비 총액 가운데 100불을 필리핀 이재민들을 위해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으로 뿌듯하고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센터에서 보수를 받으며 일하고 있던 장애인 일꾼들은 자신들이 따로 모금을 한 돈이라며 얼마간의 돈을 더 가져왔습니다.
말라위의 우리 장애인들이 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가장 가난하기 때문에 늘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이었지,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은 갖기 힘든 것이 이제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장애인들도 다른 사람을 돕겠다며 마음을 모으고, 또 실재로 돕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모아진 작지만 귀한 100여 불은 필리핀 태풍 피해 지역에서 이재민을 돕고 계시던 밀알복지재단 필리핀 지부 황영희 지부장께 전달하였습니다. 얼마 후, 필리핀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저희가 보낸 성금으로 이재민을 도왔다며 사진과 함께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신 것입니다. 그 사진들을 센터 한 쪽 벽에 붙이고 우리가 함께 이루어낸 일에 대해 자랑스럽게 나누었습니다.
희망의 밀알을 찾다
저희들은 아직도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작은 장애인 공동체입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 무조건 받기만 할 뿐 아무도 도울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말라위에 지부를 설립하고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때로는 암담한 현실에 실망할 때도 있었고, 또 때로는 조금씩 개선되는 전반적인 상황에 즐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쁘고 희망찬 일은 이렇게 장애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것은 그들의 인식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지원한다해도 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용하다는 말들입니다. 백번 지당한 지적입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의 원조가 의도했던 발전과는 상관없이 여전한 가난과 부패만을 초래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의 변화와 실천을 보면서 그 인식도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봅니다. 그렇게 희망의 밀알이 말라위에서 장애인들을 통해 심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