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의 삼일절은 정말 추운 기억들뿐인데 오늘은 그렇게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각화동에 모인 회원들은 8명(김영부 김종국 나종만 박호영 양수랑 윤상윤 정재남 장휘부 등)이 모였다. 나주시 ‘학산리’에서 광주광역시 ‘승촌동’으로 영산강을 가로 질러 조성된 ‘승촌보(昇村洑)’는 오늘따라 삼일절 기념 마라톤대회 반환점이어서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두고 보 인근을 둘러보았다. 그러는 중에 마라톤 풀코스 주자들이 선도차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나의 체육관 동료들 중 몇이 눈에 띄었다. 카메라를 들이 밀고 사진을 찍었다.
다시 차를 달려 나주시를 지나 다시면으로 들어섰다. 다시면 ‘죽산리’의 넓은 들을 지나 역시 영산강을 가로 질러 공산면으로 향하여 조성된 ‘죽산보(竹山洑)’는 보와 갑문이 함께 있었다. 갑문(閘門)으로는 황포돛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죽산보의 북안(北岸)에는 수천 평의 노는 땅이 버려져 있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으로 용도가 계획되어 있겠지만 아직은 허허 벌판이 볼품없이 놀고 있었다. 죽산보는 ‘영산강8경’ 중에서 제4경인 ‘죽산춘효(竹山春曉)’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참고로 영산강8경은
제1경 木浦 榮山湖 - 영산석조(榮山夕照)
제2경 務安 느러지 - 몽탄노적(夢灘蘆笛)
제3경 羅州 황포돛배 - 석관귀범(石串歸帆)
제4경 죽산보(竹山洑) - 죽산춘효(竹山春曉)
제5경 羅州平野 - 금성상운(錦城詳雲)
제6경 승촌보(昇村洑) - 평사낙안(平沙落雁)
제7경 光州 風詠亭 - 풍영야우(風詠夜雨)
제8경 담양(潭陽) 대나무 숲 - 죽림연우(竹林煙雨)
그리고 ‘죽산춘효(竹山春曉)’라는 표지석 뒤에 새겨진 시(詩)를 다음에 소개하면
구진포에서
시 곽재구
몸 푼 강심에
돌들은 모여 무슨 꿈을 꾸는지
지난겨울 못 다 운 울음이나
가슴의 금빛 나는 햇살로 엮어
물먹은 봄빛이 다리 아래 떨어진
꽃잎들을 다시 서러웁게 울리지는 않는지
한 달음에 자운영 강둑길을 달려
그리움보다 먼저
떨어진 꽃잎들이 밀려오는 다릿목 아래
내 스무 살 적 보리피리와 함께 서 있으면
사랑이여 속살 푸른 강물 속에서도
그리움은 더욱 푸르러 물이끼로 설레고
마음보다 먼저 몸이 작아져서
잊혀진 얼굴들조차
강물에 풀어 다시 올릴 수 없을 때
저 슬픔 많은 은모래 한 알에도
이제는 어쩌지 못할 세상의 서러운 한들이
가슴의 불들로 물 위를 흘러가겠네.
공산면에 있는 ‘나주영상테마파크’로 갔다. 여러 번 와 본 곳이어서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 영산포로 갔다. 80년대에 5년 반을 근무하였던 영산포는 선창을 비롯하여 여러 거리가 엄청 변화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산포에 있는 ‘다복식당’에서 한정식을 먹으며 건배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