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만사와 희노애락이 뚜렷하게 담겨있는 판소리 춘향가.
이야기의 주축은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이야기지만, 춘향가는 비단 사랑만을 논하지 않는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춘향모 월매와 향단이, 방자는 춘향가 안에서 다채로운 인간상을 그려 서사를 더 단단하게 채워준다.
아울러 이들의 이야기의 주변에는 우리네 삶의 모습들이 속속들이 자리하고 있다.
춘향을 탐하는 변 사또, 양반 서방을 정했다며 시기질투하는 기생들, 농사짓는 농부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민생.
판소리 춘향가는 이야기가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균형 있게 담아내어 감상자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김세종제 춘향가는 그러한 삶의 만상과 수많은 감성적 표현들이 가사와 기교로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완창으로 표현되었을 때 진가를 담을 수 있다.
토막 소리(대목 소리)로 들어도 손색이 없는 기승전결을 지닌 것이 판소리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이를 완창 무대로 준비하고 수련하는 과정에서 판소리 춘향가의 진수를 느끼게 되었다.
비록 장장 다섯 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무대는 오늘날 공연 문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기에 무대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고해(苦海)와 같은 삶의 무게를 이고 나아가고 있는 길에서 느끼는 문득의 감동은 장시간 완창의 고행과 비슷한 것이었다.
춘향가를 수련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적 희열과 황홀, 그리고 고통과 애환을 완창 무대로 마침내 표현한다.
춘향가를 통한 삶의 파노라마를 느끼며, 찾으신 귀한 분들께 공생의 위안과 감동을 드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