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인도에 갔다.
그것도 한달이나...
온라인에서 나를 만나 오늘날 레츠 실무자로 만 6년이나 하다가
안식월을 받아 떠났다.
(그사이 나와 동갑인 그녀는 실무자 일이 고되어 흰머리 아줌마가 되었다)
그녀에게는 고3올라가는 딸과 초딩 3학년딸 두 아이가 있다.
나는 부러움 반 그리고 한편으로는 내가 감히 저지를 수 없는 그 용기가
어미로서는 반 미친짓이라고까지 생각하였다.
그래서 설쇠러 서울갔다가 내려오는 길로 그 남편을 만나
밥한번 사준다는 핑계로 새해 첫날부터 부어라마셔라를 해대었다.
어디서 만날까 했더니 대전 중심가 성심당 앞 길에서 만나자는거다.
이 추위에 이 나이에 왠 길에서 만나냐고 했더니...
우리도 젊은이들처럼 로드미팅을 하면 재미있지 않겠냐고 웃는다.
하긴 8년전 첫 만남에 그남자는 노랑파마머리를 하고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던사람이다.
시끌벅적한 그 길위에서 얼큰한 국물타령을 하는 나때문에 음식점을 찾아
몇십분을 헤매내가 결국 퓨전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인연맺은지 이제 8년이 다 되어가는 그 남편왈
"버들치는 늘 진지하고 솔직한것이 장점이지만
농담도 구분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뜰때면 정말 남감하다" 라는거다.
그날 세 식구가 3차 까지 가서 남자들은 거의 만취상태인데 노래방까지 가자고 난리여서
결국 지하철은 끊기고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노래방에서 또 마지못해 노래를 불렀더니 그남자왈
"노래는 감정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버들치 노래는 너무 모범적이어서 빵점"
이라는거였다.
간드러지게 허리를 꺾어가며 부르는 노래가
흐느적 거리며 신나게 흔드는 몸짓이 부러우면서도 늘 어색하다.
노래방에서는 공룡도 평소같지 않게 몸을 흔들어대서 민망하다.
나는 왜 늘 경직되어 이런자리를 맘껏 즐기지 못하는가?
그날이후 곧바로 민들레 이사회가 열려 밤늦도록 또 지역 공동체의 역할과
올 한해 민들레협동조합사업을 이야기하며 늦도록 머리가 아팠다.
롯데백화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직문제때문에 대전의 협동조합이 연대하는 안건도 있었다.
가까운 일본의 나고야도 그렇고 이탈리아도 한도시안에 수백개의 협동조합이 자리잡아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이리 더디고 어려운 것인지...
이건 국민성의 문제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교육의 문제일까? 너무 진도가 안나가 애가 탄다.
술자리에서 경직되고 내 소비생활에서 늘 맘이 불편하고
즐겁게,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대안운동이 늘 버거움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사족
방학을 맞이하여 정말 지들 맘대로 잠시간,밥시간까지 무시하며 살고있는 아들들과
어제 중앙로에 다시 갔다.
대전의 대형 서점 계룡문고에 가서 책도 사고
며칠전 성심당 골목에서 봐두었던 회전초밥집에
초밥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큰놈이 생각나서 나갔는데
(예전 일본에서 회전초밥집이 너무 좋았다고 시도때도 없이 말하는데
그걸 지난 5년동안 한번을 안데려갔다)
먹으면서 계속 접시색깔과 금액을 맞추면서 돈을 계산하는거다.
" 아 그냥 신경쓰지 말고 먹고싶은것 다 먹어~~~" 했더니
큰놈 잘도 먹는다.
일본보다는 비쌌는데 두놈다 맛나게 먹으니 다행이다.
"엄마 1년에 딱 두번씩만 사줘.비싸니까..." 하는데 할 말이 없다.
내가 너무 궁상을 떨며 사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과소비는 죄악이라는 생각도 떨치기 어렵다. ㅠ.ㅠ
첫댓글 헐~ 저도 오늘에서야 알았는데요, 버들치가 매사에 엄청 너무 진지하다는거요.ㅎㅎ
으능정이 거리에서 걷다보니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하는 걸 알겠더라구요.
그나저나 상민이가 저랑 식성이 같네요.저두 초밥 무쟈게 좋아하는데 맛있겟당~쩝~
밀밭왈,
"상민이랑이 더 무서워" ㅎㅎ
가끔 망가지기도 하고, 가끔 과소비도 하고, 그러고나서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고...
그러면서 협동조합운동 열심히 하고 그러면 된거 아닌감? 모든 걸 다 잘 하려고 하면 힘들어요~
남이 뭐라건 내가 즐거우면 그만인데. 뻣뻣해도 내가 신나면 그만이여.
그나저나 화천은 안 간 모양일세.
네 일정이 빠듯하여 제 시간에 맞추자고 마구 쳐들어가기가 뭐해서 연락 못했어요.공연이 있다면 핑계라도 대면서 갔을텐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