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왠지 일탈하고픈 생각에, 핸들을 구포 쪽으로 향했다. 출발 전 병권이에게 구포장이 언제 서느냐고 물으니 3일, 8일이란다. 평소 유명한 구포장을 보고 싶어하는 둘쨋딸에게 가겠느냐 물으니 따라나선다...
덕천 로타리 지나, 대충 방향을 잡아 골목길로 차를 좌회전 해 꺽으니 옛날 철길 건널목이 나온다. 가끔 열차와 차량이 부딪히는 대형사고가 났었던 건널목... 순간적으로 방향을 찾기 위해 구포역쪽으로 가니, 이 거리가 45년 전 구포 주도로가 아닌가! 상범이 아버님이 하시던 병원도 그곳에 있었던 것 같고, 건너편에 사진관도 있었는데... 구포역에서 다시 차를 돌려 건널목 대신 생긴 철길 지하 도로를 따라 동영극장, 구포초등학교 쪽으로 올라갔다. 어릴땐 동영극장이 무료 입장이라(신영극장도 그랬는지 가물하다만..) 엄마 따라, 누님 따라 같은 영화를 두 세번 본 것도 있었고.. 바로 윗 쪽에 있는 구포 교회에 여름 성경학교 때 한 번 간 기억이 소록소록하다... 구포 초등학교 앞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 보니 잔디로 잘 정돈된 운동장, 교문 앞에는 이전 지구봉있었는데..
차를 몰고 윗쪽으로 가니 여름에 소당이라 불렀던가? 친구들과 벌거숭이로 멱감고 놀던 곳. 아! 그러나 그곳은 나의 일생의 최고 비극이었던 사건이 일어 났던 곳이기도 했다. 그 추운 겨울에 빨래 가셨던 어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 실려가셨던 곳... 갑산병원인가? 그 때 구포에서 제일 잘한다는 병원에 사흘간 혼수 상태였다가 저 세상으로 가신 천하의 대 사건이 어린 나의 마음에 그대로 고스란히 묻혀있었던 곳... 4학년 12월 24일... 그때는 눈도 자주 오고, 날이 참 추웠던 것 같다... 부인을 잃은 부친은 자식들을 데리고 이듬해 당장 보따리를 싸서 구포를 떠나 동래로 이사오셨고, 나는 그 해 3월 말인가 동래에 있는 내성초등학교로 전학오게 되었다... 이런 사건이 없었으면 나도 구포에 계속 살아 5학년은 1반이었고, 6학년은 무슨무슨 반으로 졸업했을 것이고 ... 친구들과도 더 많은 추억들을 남길 수 있을 을 텐데.... 동래 중학교 다닐 때 누님들의 구포 친구들이 많아 함께 31번 타고 몇 시간 걸려 구포 놀러 오면 하루 종일 놀다 가곤했다. 그 때 만난 친구들이 내 기억에, 친하게 지냈던 해룡이, 병권, 영식이, 근수, 봉건, 상윤, 차곤이... 진생이도...
그나마 좋았던 게 추첨해서 연산동 브니엘까지 밀려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해룡이, 봉건이...
옛날 살던 집을 더듬어 찾아 보았다... 꽃이 많아 온갖 꽃을 꺽어다가 교탁 화분에 꽂는게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내 담당이었던 것 같았는데 찾아가 본 집은 정말 좁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당시 국민주택은 그럴듯해 보였는데.. 딸은 신기해 했고 나보고 대문 앞에 서게 해서 사진을 찍어 댔다...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장날이라 더 그랬겟지만, 옛날 시장 가는 길이 내 머리 속에 아직 분명히 그려지는데, 도데체 지금은 알 수가 없다. 고장난 네비처럼... 병권이가 올린 사진처럼 골목골목까지 상인들이 농산물을 평쳐놓고 정말 보기 드문 진 풍경이었다. 이전 모로코 여행 갔을 때 느낀 낯선 풍경처럼. 딸은 옆에서 물건이 싸고 싱싱한 것같다고 하고 마냥 신나 하다 가축 시장에 가서 압도 당한다. 하기야 이런 시장이 요즘 찾아 볼 수가 있나!1 그때는 목욕탕 건너에 국수 만드는 집이 쭉 있었고, 그 사이에 소시장도 열렸던 것 같은데...
구포의 추억은 내 머리 속에,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아름답고, 또는 슬픈 추억이 되어 저 심층 밑바닥에 늘 꿈틀대고 있다. 그레서 그런지 요즘 들어 구포가 더 생각날 때가 많다. 환국이와 병권이, 태근이, 순남이, 운우, 정태가 부산대 앞에 와서 함께 식사하고 차 마시고... 아! 친구들아, 그래, 난 정말 전학 와서도 구포 맨이다. 동기로 환영해 준 친구들아, 고맙다... 병권이 말대로 다음에는 내 얼굴도 동기회 달력에 박히도록 노력해 볼께...
친구들, 올 한 해도 건강하시길...
첫댓글 어허~이양반이 구포땅을 밟았는데도
우째 도처에 깔린 레이더망에 안걸리고
유유자적 이렇게 구포기행문을 올리곤
바람처럼 또 사라진단 말이고.......
최총무 레이다 좀더 세워야 것소^^
왔으면 연락이라도 좀하제 ㅎㅎ
그런 사연이 있었네. 그래도 지금 딸이 있으니 많이 위로 되겠다! 그렇게 구포까지 왔으면 장에서 돼지국밥에 소주한잔 해야 기본인데... 차라리 차없이 가벼운 차림으로 버스편이나 걸어와 한잔 해라! 정말 새롭다. 아니면 구포 시장 야채 골목에 찌짐이나 순대 모듬 안주에 막걸리도 제격이고... 안주 한접시 막걸리 한주전자 세트가 한 오천원 했나!
정교수님!카페서 만나니 정말 반갑슴다.
지난주일이 장날이라 축동들 공차는거 보고 운동장에서
굴을 찜솥으로 가득삶아 배부르게 먹어 피부가 우유빛 같아요.ㅎㅎ
장에가서 족국 한사발씩 하고 병권이하고 둘이 팔짱을 끼고 한바뀌 돌았죠.....ㅎㅎ
정교수 우리 또 밥한번 먹자 부대앞에서 ~~~
어렸을 때 구포에 거주했던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리움과 추억은 더욱 깊어졌겠지. 정화된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글이다.
인모야 오랜만이다. 내 기억으로는 너네집이 구포성당 밑이였고 집에 풍금도 있었고 국화꽃이 피어있는 화단이 생각난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 문정순선생님이였을거야 그때가 그립다 그후로 니가 전학같었지 너희집에 놀러도 많이 갔었는데 정말 반갑다
전화번호 알려줘라! 글구 조만간얼구ㄹ함보고^^
그래, 친구들아, 정말 반갑다. 니 말대로 성당 및 동네에 살았고, 집에 풍금이 있었고, 국화 많이 피었던 집이었다. 집에 TV는 없어 앞 집에 '여로' 보러가곤 했지... 잘 지내라.. 부대 앞에 오면 연락 주시고... 010-2335-9404 나도 구포 가면 연락 이제 할께...
인모친구 얼굴함 보면 기억이 날란가???
나는 백조세탁소옆 골목안에 살았는데 옛날엔 성당밑으론 우리동기가 별로 없어서
나는 주로 박태윤(목발,태윤이한테는 좀 미안한말인데 기억이 날것같아서)이 하고 친하게 지냈지
친구들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태풍이 불어도 일요일마다 초등운동장에서 오전에 항상 공을차고 있으니
함 놀러오시게나
그러게 정훈아.. 축구라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데... 일요일엔 8시부터 내 시간이 아이다... 미안... 다음에 평일에 혹 시합 있으면 만사를 제치고 갈께... 고맙다~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