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영(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 원장)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1년간 2차례 부동산 정책과 2차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주택매매 활성화’를 위해 전력투구했다. ‘4ㆍ1부동산대책’, ‘7ㆍ24 후속조치’, ‘8ㆍ28 전·월세대책’, ‘12ㆍ3 후속조치’를 통해 부동산 과열기에 도입됐던 규제를 과감히 풀기 시작했다. 주택거래세 영구인하가 실시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대못들이 연이어 뽑혀 나갔다. 그러나 시장에서 나타난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부동산시장의 심장인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오히려 1.59% 떨어져 탈진상태가 되었다. 서울의 전셋값은 66주 연속 상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서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줬다.
올해 들어서면서 부동산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일기 시작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5년여 만이다. 주택 거래량, 경매 낙찰가율, 미분양 해소, 대출 증가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19일엔 국토교통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소형주택공급의무비율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서울 강남의 재건축대상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격히 치솟으며 화답했다. 1997년 IMF 수렁에서 허덕이던 부동산시장이 2001년부터 기지개를 켤 때도 강남의 재건축시장이 불씨를 지피던 것과 흡사한 양상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7083건으로 2006년 실거래가 신고 적용 이후 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1월에 비해서도 41% 늘어난 것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2월 말 기준 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월의 경우 전월 대비 0.20%, 전년 동월 대비 1.18% 상승했다. 2월 서울 아파트값도 0.13% 오르며 전월의 네 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업부지 확보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말 경북혁신도시 1단계 공동주택용지 분양에 무려 339개 건설사가 경쟁했다.
호반건설은 최근 공동주택용지 13개 필지를 사들였다. 우미건설은 3개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매입했다. 강릉 유천지구는 12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이 밖에도 부영, 중흥건설, 모아건설, 이지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주택시장 회복에 ‘베팅’을 하듯 사업부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형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GS건설은 공동주택용지 매입과 함께 오랜만에 자체 사업을 강화하며 미착공 PF 프로젝트도 선별적으로 진행한다. 대림산업도 공공택지를 매입하기 위해 최근 남양주 진건지구 등 사업성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4년간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고양 삼송지구 1필지와 원흥지구 2필지, 광명역세권 주상복합용지 3개 필지도 완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월26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에서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수요를 월세수요로 유도하는 정책이 나왔다. ‘임대주택리츠’ 및 ‘준공공임대주택’을 통해 임대주택을 늘리고 월세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월세 세입자에게는 연간 한 달치의 월세액을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당장 임대인들이 ‘멘붕’에 빠졌다. 소득이 노출되어 세금부담이 늘고 건강보험료 및 국민연금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시장은 민감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3월5일에 회유적인 ‘보완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에 3주택자 이상에 대해서만 전세 임대소득에 과세하던 것이 2주택자로 확대됐다. 모처럼 불던 훈풍은 사라지고 시장이 싸늘하게 냉각됐다. 민간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다주택자나 은퇴 후 생계형 임대사업자 등 임대용 주택 구입을 검토하던 수요시장은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월세 시장 지원 방안이 결과적으로 임대 소득의 신고와 과세 방침 강화를 초래하면서 시장을 죽여버린 것이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은 당연하다. 하지만 심폐소생술로 가까스로 회복된 약체상태의 부동산시장을 ‘가격’한 ‘타이밍’이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이 시행되려면 6월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아직은 여야 모두 ‘시장 죽이기’에는 비판적인 분위기다. 그 이전에라도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 전세가가 18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월세난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해 매매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시장을 살려야 한다.
건설회사의 입장에서는 주택공급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사업부지 확보도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시장이 달궈졌을 때 움직이면 이미 늦다. 임대주택 공급 및 월세확대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7일부터 시행된 주택임대관리업도 접목하면 좋다. 잠시지만 부동산 훈풍이 불었다는 것은 드디어 체력회복이 입증된 것이다. 이런 호기를 설마 정부에서 죽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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