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위에 세월을 빚는 사람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 등록 작가 도예가 조주현 씨
백운산 자락 옥룡 도선국사 마을, 바람을 쫓아 가다보면 흙냄새에 발길 머무는 곳이 있다. 도예가 조주현 씨의 도자방이다. 물레 돌아가는 소리에도 세월을 담아 하염없이 세월을 빚는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영락없는 도공의 모습이다. 그의 도자방에서는 무거운 세월도 하얀 고무신 안에서 쉬어간다. 2007년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 우수 공예품 공모에 ‘연 5인 다기풀세트’를 출품해 유엔 산하 유네스코로부터 우수 수공예품에 선정, 인증을 받은 그는 우리지역 대표 도예가로 2009 부천무형문화엑스포 초대작가다. 흙을 밟으며 두 손 가득 흙을 안고 살아가는 조주현 씨의 삶의 풍경이 궁금하다.
유네스코 인증, 등록에 대해
옥룡면 도선국사마을에서 도예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다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연 모양을 다기에 문양해 빛의 각도에 따라 연꽃이 살아 있는 듯 잘 표현해 유네스코가 인정한 등록 작가다. 또 ‘무형유락’(無形有樂-무형문화재 속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이라는 주제로 세계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2009 부천무형문화엑스포 초대작가로 선정된 22인 가운데 한 명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세계 우수 무형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축제의 장에 참가해 전남광주지역의 초대작가로 선정된 유일한 작가로 광양의 위상을 빛낸 우리지역의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유네스코는 2001년 서남아시아에서 수공예품 인증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200여 점에 인증을 부여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기술의 우수성, 전통기술과 창의성의 결합, 환경보호에 기반을 둔 재료와 생산기술, 세계적 마케팅 가능성, 사회적 책임감 등의 항목을 평가해 인증 대상을 결정한다.
정형화 되지 않는 동적인 작품 추구
“무엇보다 고향의 위상을 드높이게 돼 기쁘다.”며 “도자기 분야에 더욱 전념해 광양의 혼을 담는 도예가가 되겠다.”고 유네스코 등록 작가에 선정된 소감을 피력한 조주현 씨는 정적이기보다는 정형화 되지 않는 동적인 작품을 추구한다.
잘 익은 청자 빛으로, 때론 붉은 열정으로 그의 손길을 거치면 언제나 외딴 길 눈 시린 고향이 묻어난다. 그 길에서 흙과 바람이 만나 맑은 소리가 되고 동심이 된다. 투박한 도자기속에서 날마다 연인이 되어 살아가는 그의 가슴 속 언어는 언제나 그만의 감성이 빚은 조형언어로 태어난다.
그의 작품 ‘동심’은 1250도 가마 속에서도 조선 자기의 이름으로 태어나 그에게 조형과 미와 민족을 가르쳤다. 그는 여인이든, 산이든, 달이든, 새들이든 그에게 다시 돌아오는 빛깔 또한 모두 제각각 생명을 지닌 자연, 모두가 도자기에서 비롯됨을 안다.
“늘 소외보다는 대중과 호흡하는 가격이 저렴하고 편안한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조 작가. “도자기 하면 비싸고 고급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도 말하는 조주현 씨는 서민들이 쓸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고 현대인에 맞는 질 좋고 아름다우며 늘 특정인 보다는 대중과 호흡하는 편안한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조주현 씨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만이 예술이 아니고 보는 사람과 쓰는 사람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또 하나의 예술이라고 강조하며 스스로 작품의 주제가 부정적이거나 때론 미적요소를 지니지 않더라도 가능한 아름다움을 내면의 세계로부터 이끌어내 주체성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의 도자기를 향한 사랑은 작업을 넘어 그의 삶이다.
도자색상의 다양성 그리고 나와 소나무
이러한 조주현 씨의 작품들은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일정으로 광양문화예술회관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작품으로 ‘도자색상의 다양성 그리고 나와 소나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데 도자기에 회화적 요소를 넣은 도자기 판화작품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작품들은 판화 작품을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색상과 안료를 통해 여러 가지 색상의 변화 속에서도 항상 변함이 없는 소나무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작가의 가슴을 통해 도자기에 들어 온 소나무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보면 볼수록 은은한 색채감과 다양성을 엿볼 수 있고 기법 또한 폭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그를 유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과 닮은 소나무를 소재로 다양한 칼라기법으로 내면을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 속 소나무를 통해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 성격자체가 그를 대변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와 그 선택에 따라 아름다움과 예술이 완성된다는 그의 이론이 신선한 것은 비단 새로움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실용적인 도자기 작품은 작품대로, 창작 작품은 작품대로 새로움에 늘 도전하는 그의 작업이 아름답기만 하다.
광양을 알리는 작업에 힘쓸 터
“우리 광양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나 특허작품은 있지만 서민들이 손쉽게 살 수 있고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현재 문화 관광 진흥계의 지원을 받아 의장등록을 해 곧 커피잔, 머그잔, 수저받침, 목걸이, 열쇠고리, 메모꽂이, 행운의 종, 1인 다기, 국그릇, 밥그릇 등의 작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매화 문화 축제기간 동안 의장 등록된 작품을 통해 광양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조주현 씨는 처음 시작한 테마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체험을 통해 손쉽게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체험마을로 발전시키려는 마음에 하루가 짧기만 하다. 특히 광양과 시모노세키간 카페리호 뱃길이 열린 만큼 일본의 화려한 도자기와 우수한 우리나라의 도자기를 양국에 알릴 수 있도록 일본의 도자기 수준을 이끌어 올린 도예가 이삼평, 심수관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마음으로 회원들과 함께 교류전을 추진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고뇌가 동반되는 행복한 도예의 길
도선국사마을의 정자 그늘 느티나무 바람까지 그의 도자기 속에서 쉬어간다. “밥그릇에 자기 이름을 새기는 그런 무의미한 예술가는 되기 싫다.”는 그의 얘기가 울림이 되어 돌아온다. 독창적이고 철학이 있는 창작품을 만드는 진정한 작가이길 꿈꾸며 “감동하는 사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어 나는 많은 고뇌가 동반되는 행복한 도예의 길을 택했다.”는 조주현 작가의 고집스러움에 더 시선이 머문다. 결코 외롭지만은 않은 그 길을 본다.
어릴 적 그가 뛰어놀던 운동장 한 구석, 고사리 손에 묻혀 놀던 흙의 동심이 자라 이제는 도공이 된 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수많은 생명들을 본다. 그의 손을 통해 가슴에서 빚어내는 도자기속에서 흙에도 분명 생명이 있음을 안다. 제 삶의 색깔을 가르쳐주는 작업, 흙은 분명 기다림이다.
이희경 기자
조주현 프로필
조선대학교 대학원 산업공예 도자전공
전남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세계유네스코(문화유산)수공예품 등록
2009부천세계무형엑스포 초대작가
대한민국 명품명인100선 선정
광주전남 청년도예가협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회원
광양현대미술작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