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의학 이야기]
오래된 인력거 - 묵묵히 우리 몸을 지탱하는 발에 관하여
발뒤꿈치 통증 증후군, 달리는 사람의 ‘큰 적’
미세한 손상 가해져 발생한 염증, 마라토너·등산가들에게 잘 발생
자연치유 가능…반복 충격 피해야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을 덮는 넓은 근막이 발뒤꿈치 뼈에서 발가락 뼈까지 연결됐는데, 이 부분이 손상돼 탄력을 잃고 염증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지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는 마사지나 스트레칭 또는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물리치료를 요하기도 한다. 사진은 영화 ‘오래된 인력거’의 장면. ㈜키노아이 제공
이성규 감독의 2011년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오래된 인력거’(My Barefoot Friend)에서 인력거를 끌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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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가끔 잔인할 때가 있다. 미치도록 슬프거나 죽을 만큼 마음이 아파본 적이 있는가. 그 힘든 상황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참으로 잔혹할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그럴 수 있다. 가슴이 아프도록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장면 장면이 너무 아름답다면, 그것은 잘 된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성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오래된 인력거’는 슬픈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슬픈 이야기를 그렇게 아름다운 화면으로 담아 낸 것을 보고 나면 이내 표현하기 어려운 먹먹함이 다가온다. 그리고 간혹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멋진 화면에 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영화 ‘오래된 인력거’가 놀라운 것은 그 촬영 기간에 있다. 이성규 감독은 무려 10년에 걸쳐 인도에서 이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한 남자의 삶을 조명해 왔다는 것,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열정과 영화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영화 내용은 비록 인도의 한 인력거꾼 이야기이지만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의 고뇌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의 무거운 어깨, 우리 아버지들의 구부러진 뒷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오래된 인력거’는 인도 콜카타에서 인력거를 끄는 샬림이라는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간다. 첫 장면, 흥분한 샬림이 촬영을 거부하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만만치 않게 끝날 결말을 암시한다. 10년 동안 촬영을 하면서 친해진 샬림이 마지막에 그토록 감정이 격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증을 품게 하는, 감독의 계산이 느껴지는 편집이다.
샬림은 고향에서 소작만으로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어 콜카타로 나와 인력거를 끌고 있다. 그의 꿈은 돈을 모아 삼륜차를 장만하는 것. 그러나 그의 꿈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나타난다. 먼저 그의 맏아들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공부를 잘 해서 칭찬을 받았지만 생활고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가출을 하고 만다. 몇 년이 지나 샬림에게 돌아온 소식은 그 아들이 병에 결려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재봉일을 하고 있는 그의 아들은 신종플루에 걸렸으나 다행히 회복 중이었고 그는 아들의 약값으로 돈 약간을 지출한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데려오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아들은 공장주에게 돈을 빌려 썼고 이자는 그의 몸값이 되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돈은 이자가 불어나 상당한 액수가 됐고 샬림은 모아둔 돈을 차마 쓸 수 없었다. 아들을 두고 오면서 그 대신에 꿈을 선택한 샬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샬림의 고향에 있는 아픈 아내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고열로 고생하고 있지만 동네 의사는 그 원인을 알지 못하고 큰 도시의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권유한다. 그녀는 샬림의 마지막 남은 꿈을 삼켜 버릴 블랙홀이 될지도 모른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카스트제도에서 가장 하층민인 불가촉 천민인 마노즈의 이야기이다. 그는 얼굴에 표정이 없다. 희노애락의 표현이 없는 스무 살의 청년, 그에게는 어떤 삶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 그는 어렸을 때 지주들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것을 본 끔찍한 경험이 있다. 그 충격은 마노즈에게서 젊음의 생기를 앗아가 버렸다. 매일 무표정한 얼굴로 마지못해 인력거를 끄는 마노즈,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샬림은 마노즈에게 묻는다. “네 아버지를 죽인 그 지주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 만약 우리의 상식대로라면 대답은 ‘복수를 한다’, ‘고발을 한다’라는 종류일 것이다. 그러나 마노즈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도망갈 거예요, 그 사람들이 나도 죽일지 모르잖아요.”
고된 삶에 대한 체념일까? 이성규 감독은 인도의 천민들에게서 받은 삶의 느낌은 ‘체념’이었다고 했다. 힘든 삶을 버티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꿈을 가지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체념하고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다. 인도의 천민들이 계급제도의 차별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체념의 정서가 바탕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샬림은 체념하지 않고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애물들을 극복하려 애를 쓴다. 그런 삶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원동력일 것이다. 비록 그 도전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말이다. 과연 샬림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인력거를 끌고 달리는 샬림의 맨발이었다. 묵묵히 몸을 지탱하고 있는 발을 보면 인생을 지탱하는 인력거처럼, 혹은 가족의 버팀목이 되는 아버지처럼,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고단함이 느껴진다. 감독이 왜 맨발로 달리는가 하고 물으니 신발을 신으면 미끄러지고 힘이 더 들어가서 안 신는다고 했다. 포장도 되지 않은 돌투성이의 길바닥을 맨발로 달리는 샬림, 그의 발이 성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걱정되는 샬림의 발 건강 중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족저근막염일 것이다.
달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적은 바로 족저근막염이다. 발바닥을 덮는 넓은 근막이 발뒤꿈치 뼈에서 발가락 뼈까지 연결돼 있는데, 반복적인 충격으로 손상이 되면 탄력을 잃게 된다. 이런 경우 염증이 잘 발생되는데 이것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마라토너나 등산가들에게 잘 발생되는 것을 보면 많이 쓰는 경우 생기는 일종의 과사용 증후군으로 볼 수도 있다.
발병이 되면 대표적인 증상이 아침에 처음 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좀 걷다 보면 증상이 나아지는 때도 있고 쉬다가 다시 걸으면 통증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는 치료를 요한다. 마사지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으로 완화가 잘 되며,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물리치료도 경과가 좋다. 중증인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치료까지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반복적인 무리한 충격을 피하는 것이다. 영화 ‘오래된 인력거’의 샬림에게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질병일 수 있다. 그나마 샬림은 마른 체형으로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족저근막염의 발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력거는 손님을 태우지 않으면 방황한다고 한다. 빈 인력거는 갈 곳이 없다. 손님을 태워야 목표가 정해지고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럴 것이다. 목표와 꿈이 있는 인생은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빈 인력거처럼 갈 곳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내 삶, 나의 인력거에는 목표와 꿈이 타고 있을까? 그렇다면 내 삶, 내 인생의 인력거에 타고 있는 꿈은 과연 무엇일까?
척추전문나누리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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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