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 [서사시] 나는 현진건이다
나는 현진건이다 4
빈처 1
접으면
매화꽃이 떨어지지만
펼치면
매화꽃이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면서 피어나는 양산을
낮달을 닮아가는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다
빙그르르 돌리며
친정 마을에 들어서면
신비한 듯 바라보던 사람들도
매화꽃 따라서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겠지
버선발로 달려 나온 장모와 할멈은
서둘러서
마당에 내놓은 살파상 위로
술상을 내오고
아내는
팥떡과 육전을 먹으면서도
양산을
접지 않을 것이고
나는 현진건이다 5
빈처 2
가난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호랑이다
호랑이가
아내의 정신을 물고 얼마나 흔들었는지
모본단 저고리를 전당포에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 모르는 체
찾고 있다
나에게 으르렁 거리면
능욕하고 살해한 명성왕후 사건을 떡이다 하고
바람 속으로 던져줄 텐데
소녀들을 데려가서
위안부로 만드는 것도 덤으로 주고
호랑이는 아내만 조른다
없다. 없다.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손사래 치던
아내가
친정으로 발길을 돌린다
나는 현진건이다 6
빈처 3
T의 자랑질은
일본과 상해로 유학을 다녀온
내 마음을
바늘구멍으로 만든다
아내에게 짜증을 부리면
바늘구멍은 점점 더 작아진다
결사적으로 심호흡을 하면서
침을 질질 흘리는 옹졸함으로 무엇을
한단 말인가
T는 또 자랑질을 한다
이럴 땐
통과하지 못하는 흥분과
가래와 기침을 시원하게 뚫어줄
아내의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으로 구멍을 넓혀
실을 꿰어 헤진 조선을 깁어야만 한다
내 눈치를 보면서도 T의 돈을
부러워하는 아내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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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학교
최영 [서사시] 나는 현진건이다 4, 5, 6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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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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