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입장에서는 낮에 보는 전라선이 더 좋다. 익산에서 시작해 삼례, 전주, 임실, 오수, 남원, 곡성, 구례구, 순천, 여수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을 캄캄한 밤에 지나쳐 버린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호남평야를 지나 지리산 자락을 돌아 섬진강에 발을 적시며 마침내 남해 바다에 이르는 전라선은 철길 굽이마다 절경이 나타나고, 기차가 닿는 마을마다 정다운 이야기가 흐른다. 이 가을,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전라선 열차에 몸을 실어 보라.
전주에는 절경으로 소문난 볼거리는 많지 않지만 다니다 보면 몸에 착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기분 좋은 여행지가 전주다. 전주역에 내려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의 입구 격에 해당하는 경기전, 전동성당, 풍남문, 전주객사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관광안내소에 신청하면 문화해설사가 전주의 문화와 역사, 한옥마을 등을 자세히 소개해 주는 ‘한옥마을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한옥마을의 양사재, 승광재, 한옥생활체험관 등은 직접 고택에서 하룻밤 머물며 우리네 전통가옥의 멋과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전통문화센터에서는 전주의 명물 전주비빔밥을 손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체험이 가능하다.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가게, 멋스러운 찻집, 공예품점 등이 자주 등장해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교 통 : 전주역에서 163번, 111번 버스를 타고 리베라 호텔에서 내린 다음 호텔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한옥마을이 시작된다.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063-282-1330 맛 집 : 전주비빔밥은 가족회관(063-284-2884),고궁(063-251-3212) 등이 유명하다. 콩나물국밥은 삼백집(063-284-2227) 외에도 맛있게 하는 집이 열 군데도 넘는다. |
순천의 가을은 특별하다. 바람에 두 손을 마구 흔들어 인사하는 갈대들과 붉게, 노랗게 물드는 송광사·선암사의 나무들, 한참 인기 몰이중인 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 세트장까지 이 계절에 어울리는 여행지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월에는 팔마문화제를 시작으로 남도음식문화 큰잔치, 순천만 갈대축제, 남도문화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연이어진다. 기차로 순천을 찾은 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시티투어 버스다. 팔마체육관과 순천역에서 매일 투어버스가 출발한다. 1코스(화, 목, 금, 토요일. 투어 요금은 어른 8,000원)는 드라마 세트장-선암사-낙안읍성-순천만을 돌아보고, 2코스(월, 수, 일요일. 투어 요금 9,000원)는 드라마세트장-송광사-낙안읍성-순천만 순으로 진행된다. 자가용이 없어도 주요 관광지를 한 번에 여행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투어 요금이 개별 여행자의 입장료보다 저렴하니 일석이조다. 아쉬운 것은 시간상 순천만 일몰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순천만에서 투어버스에 탑승하지 않고 일몰을 감상한 다음 개별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드라마 세트장은 <사랑과 야망> 이후 영화 <님은 먼 곳에> 등의 촬영장으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에덴의 동쪽>의 무대가 되면서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 통 : 순천공용정류장에서 67번 버스를 타면 순천만까지 30분 소요. 시티투어에서 순천만 관광 후 용산전망대에서 일몰 감상, 순천역으로 돌아갈 때 67번 버스 이용. 순천만 생태공원 ☎061-749-3006~7 www.suncheon.go.kr 맛 집 : 푸짐하고 맛깔스런 한정식은 한성관(061-723-9916), 굴비정식은 청남정(061-746-0123)이 잘한다. 선암사 아랫마을에는 길상식당(061-754-2020)을 비롯해 산채정식 전문식당들이 여럿 있다. |
여수역은 전라선의 종착지이다. 여수 시민들은 여수의 관문에 해당하는 여천역에서 많이 내리고 여수역에는 여행자들이 더 많아 보인다. 여기서 차로 5분이면 오동도에 닿는다. 옛날 오동나무가 빽빽해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지금은 동백나무 고목들이 섬을 뒤덮고 있다. 키 큰 동백나무들이 터널을 이뤄 꽃이 필 때가 아닌데도 터널을 지날 때면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여수에도 시티투어가 있다. 시간이 부족한 당일 여행자에겐 최고의 선택이다. 여수역에서 10시 30분 출발, 오동도, 2012 여수 세계박람회 홍보관, 진남관, 해양수산과학관, 향일암, 수산시장을 지나 다시 여수역에 돌아오면 오후 6시 10분이 된다. 요금도 3,000원으로 무척 저렴하다. 하지만 향일암 일출, 돌산대교 야경은 시간대가 맞지 않아 개별적으로 즐길 수밖에 없다. 향일암 일출은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짜릿한 감동을 준다. 향일암으로 이어진 돌계단을 오르고, 까만 하늘에서 점점 별이 스러지고, 마침내 하늘과 바다까지 온통 붉게 물들이는 아침 해는 장엄함 그 자체다. 일출 명소가 향일암이라면 야경 명소는 돌산대교다. 조명이 수시로 변하면서 다리를 아름답게 휘감는다. 여수역~만성리역 구간은 비록 짧긴 하지만 아름다운 바닷가 철길 구간으로 손꼽힌다. 눈을 크게 뜨고 이 구간의 창 밖 풍경을 즐기도록 하자.
교 통 : 여수역에서 시내 방향으로 한 정거장 앞에서 111번, 113번 버스를 타면 향일암까지 간다. 돌산대교 가는 버스는 수시로 운행한다. 여수시청 관광과 ☎061-690-2036 맛 집 : 중앙동의 구백식당(061-662-0900)은 서대회가 일품, 봉산동의 게장백반 거리에서는 황소식당(061-642-8007)이 맛있다 | |
첫댓글 어서 봄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이 주는 넉넉함 그리고 먹거리와 볼거리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