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잃은 개정 가맹사업법
국내 최대 치킨 브랜드 ‘B치킨’ 부당계약 논란
창업자 울며 겨자 먹거나, 계약 해지해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가맹점에 부당하게 홍보비를 전가해 시정명령을 받은 국내 최대 규모의 치킨 브랜드 ‘Bxx’사가 부당한 가맹계약으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기존 계약자들에게 수용하기 어려운 재계약 조건을 내걸면서 계약 포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미 10여명의 가맹점주들이 재계약을 포기한데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20여명이 추가로 재계약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들 재계약 포기자의 대다수는 ‘Bxx’ 치킨 브랜드의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로, 지난 3월 말부터 회원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자 협의회는 해체수순을 밟았다. 이에 따라 해당 브랜드에 소속되지 않은 독자적인 가맹점협의회를 결성했다.
창업자들은 “가맹사업공정화에관한법률 개정안(이하 개정 가맹법)이 지난 2월 시행에 들어갔지만 일부 프랜차이즈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부당한 가맹계약을 맺어도 이를 막기 어렵다”며 “시행 두달만에 실효성에 문제가 생겨 부실법안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에 리모델링 서약서 종용
부당 가맹계약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 12월 ‘Bxx’ 치킨 본사가 재계약을 앞둔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제시된 인테리어 리모델링 비용은 3.3㎡당 594만원에 부가세는 별도였다. 66㎡기준으로 해도 당장 1억2,000만원 상당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진 것.
가맹점주들은 공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공사내역과 시방서를 요구했지만, 본사측은 영업비밀로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본사 요구대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도 종용했다. 가맹점주들이 공정위에 조정신청을 내자 그제야 서약서를 철회하겠다고 번복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초 기준으로 본사가 작성한 새로운 가맹계약서가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계약서, 부당 항목 ‘천지’
올해 초 가맹점주들에게 제시된 이 계약서에는 3년마다 본사가 요구하는 인테리어 시설 공사가 의무화돼 있다.
게다가 지난해 제시한 3.3㎡당 594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은 새로운 가맹계약서에서 82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고장 여부에 상관없이 본사가 요구할 경우 주방설비도 교체해야 하며, 심지어 배달 오토바이까지 본사가 지정한 회사의 제품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한 가맹점주을 선동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도 새로 넣었다.
재계약 대상자 중 상당수가 가맹점주협의회 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협의회 활동을 원천봉쇄하는 셈이다.
겸업금지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새 계약서는 가맹점주가 본사의 허락 없이 본인 또는 제3자의 명의로 본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을 개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겸업금지 조항은 계약 해지 후 2년간 추가로 준수해야 한다.
가맹점주들이 이 조항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사가 유사한 이름의 동일 업종 브랜드를 운영해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곳이기 때문이다.
‘15xx-’로 시작되는 대표번호도 부당계약 논란의 대상이다.
새로운 계약서는 가맹계약후 영업 개시와 함께 가맹점의 개인 전화번호의 소유권이 본사에게 넘어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전화번호 대신 본사가 제시하는 대표번호만을 사용토록 종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가맹점주가 가맹계약을 해지한 후 같은 자리에서 동일 업종으로 영업을 하려 해도 단골손님을 모조리 잃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브랜드의 한 가맹점주는 “본사가 대표번호로 걸려오는 배달주문을 임의대로 인근 지역으로 돌릴 수 있다”며 “사실상 본사에 순종하지 않는 가맹점에 배달 주문이 들어가지 않게 불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맹점의 규모에 상관없이 근무인원 수에 따라 매달 공급되는 물량을 본사가 임의대로 정하는 점도 문제다. 직원을 추가로 고용하려면 매달 많은 양의 닭고기를 고스란히 끌어안아야 하는 셈이다.
직원 고용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직원을 고용하면 가맹점주들이 다른 브랜드의 가맹점을 차릴 수 있어 재계약을 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본사가 부당한 가맹계약을 제시하면서 이를 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문제는 광고비 산정이다. 새로운 계약서에는 본사가 광고비 명목으로 가맹점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돼있다.
가맹점주협의회의 주장에 따르면 ‘Bxx’ 치킨 브랜드는 최근 32억원에 상당하는 광고비를 지출했다.
하지만 본사는 광고비 명목으로 가맹점에 비용을 청구하면서 이에 대한 세금영수증 발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가맹점주들은 정작 광고비가 어디에 얼마가 쓰이는지 알 수 없어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계약서에서 요구하는 부분 중 창업자가 한 개라도 어기면 가맹계약은 해지된다는 것이다.
개정 가맹법 벌써부터 부실?
이처럼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개정 가맹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악질적인 가맹계약을 맺고 있지만, 창업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를 조정하려고 해도 현재로써는 시정권고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를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가맹점주가 해결하려면 민사 소송까지 가야 하지만, 비용ㆍ시간 등 현실적인 제약을 생각하면 어렵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재계약 대상자들에게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내걸면 개정 가맹법의 계약연장 의무에 관계없이 계약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난해 개정 가맹법 논란의 핵심 사안중 하나였던, 인테리어 및 시설공사비를 가맹금의 정의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당시 적정 시장가 산정이 사실상 어렵다며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반발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강행했다.
하지만, 개정 가맹법이 시행되자 이를 제재할 방법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정위가 부당 가맹계약 프랜차이즈에 내리는 처벌의 강도가 시정권고에 그칠 뿐 이렇다 할 제재 조치가 없다보니, 벌써부터 인테리어 등의 시설비를 가맹금에 포함시키겠다는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이가 많다.
최근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전국치킨연합회의 성기찬 회장은 “부당 가맹계약을 맺는 일부 프랜차이즈도 문제지만, 허술한 법 개정으로 사각지대를 만든 제도권의 잘못이 더 크다”며 “시정권고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과징금 부과 등의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가맹점주는 물론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프랜차이즈들의 공정거래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창업경영신문]
바른 창업문화를 선도하는 창업등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