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새 소리
미국,특히 시카고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자연공원이나 수목원같다.(거기에 비해 공기가 그리 맑은 편은 아닌 것 같다.)
한국처럼 동네 이름이 `무슨무슨 동'이 아니라 `무슨무슨 park'이 많은 것만 봐도!
내가 지난 주에 갔던 빈야드 교회도 `험볼트 공원(Humboldt Park)'이라는 동네에 위치해 있다(그래서 당연히 교회
이름도 `Vineyard Chritian Fellowship of Humboldt Park'이다).
땅이 넓은 나라인 덕분인지 한국처럼 다닥다닥 붙은 콘크리트 골목길이나 하늘로 삭막하게 솟아오른 고층 아파트의
도시가 아니다.
물론,도심은 시카고를 상징하는 각종 고층건물들이 가득하다.
그러나,도심 외에 대부분의 지역은 낮은 건물들만 즐비하며 집 앞에는 어디나 잔디와 아름드리 나무들과 그 나무와 잔디
사이를 뛰어 노는 다람쥐와 토끼(때로는 노루와 사슴,심지어 스컹크도 출몰한다더라...),
그리고,하늘엔 갈매기와 각종 새들이 평화롭게 난다.
심지어 공원묘지에는 청둥오리들이 한가롭게 거닌다.
나는 현재 어머니 집에 신세를 지고 있기에 내 방이 없고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자는데,
창문에 달려 창 밖으로 뻗어 나가있는 에어컨 뒷판 위에 가끔 새들이 날아와 앉아서 달그락거리며 지저귄다.
아침에 그 소리에 잠을 깬 적이 많았다.
오늘도 주 앞에 찬양하며 개인예배를 드리고 있는데,창문에 달린 에어컨 쪽에서 새들의 소리가 들려 왔다.
마침, 찬송가"공중 나는 새를 보라,농사하지 않으며~"를 부르고 있었다.
순간 회개가 되면서 부끄러웠다. 아직도 생계와 사역에 필요한 물질 생각에 예배가 방해되기도 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왔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그 새들이 행복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주의 돌보심을 찬양하는 소리로 들렸다.
하다못해 주께서는 새들이 날다가 지칠 때 쉬어가라고 내가 자는 창가에 에어콘으로 그들의 휴게실도 마련해 두셨다.
며칠 전에도 동생 차에서 워밍업을 하는 중에 잔디에서 이상하게 걷고 있는 비둘기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다리를 다쳤는지 한쪽 발로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 밝고 힘차 보였다.
인간 불구자들처럼 어둡고 그늘지고 자기 연민에 빠진 모습이 아니었다.
한쪽 다리를 남겨두셔 이렇게 잔디에서 먹이를 찾아 뛰어다닐 수 있게 하신 주님께 감사하는 것 같았다.
때로는 우리는 스스로를 거듭난 크리스챤이다, 심지어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역자다 라고 하면서도 에어컨 위에서
잠시 날개를 쉬거나, 한쪽 다리로도 열심히 사는 새들보다도 못하지 않은가....
아버지,회개합니다. 저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아직도 저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환경을 감사하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위에 당신의 손길이 있는 것을 시인하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시고,당신에 대한 나의 감격을 회복시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