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태국에서 10년 사역후 한국에서 본부 사역을 한지 4년이 되었으니 추석은 네번째다. 금년은 직장인들은 추석이 하필 주말에 끼었다고 불평을 하지만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하여 우리 선교회는 월요일까지 하루 더 쉬기로 하였다. 지난 금요일은 딱히 스케줄을 잡은게 없었으나 보람있는 일을 했다. 내 휴대폰에 등록되어 있는 8백여명의 등록자들에게 추석 인사말을 보낸 것이다. 이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시에 보내는 기능은 아직 없기에(있는데 나만 모르는가?) 회당 20개씩 무려 40번을 아내가 보내준 것이다. 나는 문구만 작성해 주고 처음 몇회 보내는 것 거들고 나중에는 전적으로 아내가 수고하였다. 3년전 추석때 수유리 영락 기도원 태국인 집회 참석하고 내려오다가 너무 길이 막혀 차 안에서 아내가 이 수고를 해 준 이후 두번째로 문자 인사문을 보낸 것이다. 반응은 놀라웠다. 무려 150 여통의 답신을 받은 것이다. 이메일은 별로 답신이 없는데 한국은 역시 휴대폰이 대세이다. 50대 이상 나이드신 분들은 문자를 열어보긴 하는데 송신이 어려운지 전화를 직접 주신분여 여러분이 있었다. 소원했던 분들 가운데 연락할까 말까 하였는데 내 문자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주신 분도 있었다. '묻지마 문자는 여전히 효력이 있다'는 내 역설이 증명이 된 셈이다.
한국은 정이 많은 나라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과거 한국에서 교역자로 있을 당시 명절 때는 사과,감에다 갈비까지 푸짐한 선물이 들어왔는데 교회 사임하고 미국 유학, 선교사 생활하면서 선교지에서 현지인에 주는 것 말고 받는 재미는 잊고 지내다시피 하였는데 금년은 경기가 좀 나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우리의 한국 체류 기간이 늘면서 네트워크가 늘어난 것인지 비싼 것은 아니지만 이번 추석에는 사과, 배, 홍삼 등 선물이 들어왔다. 경기가 좀 나아져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매출이 늘었다고 뉴스에도 그렇게 나오는 것을 보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닌것 같다. 들어온 선물을 나눌수 있는 것도 기쁨이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받는이가 소비해 주는 것이 좋겠지만 과일이나 음식 등은 시간이 지나면 어짜피 버릴 것이기에 다 먹을 수 없다면 함께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라 교인, 친지들과 나누는 기쁨도 컸다. 이번 추석기간에 태국인 집회가 있었는데 한주 전인 지난주에 몇몇 공장에서는 휴가를 줄지 모르는 지체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내가 '조그마한 선물이라고 공장 사장님에게 주면서 감사'를 표하라고 하였더니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선물은 대부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것이 상례이긴 하다. 태국에도 '짜우나이' 사상이라고 하여 윗사람이 아랫사람 돌보아 주고 챙겨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있다. 아랫사람이 윗 사람에게 선물 주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사역을 잘 못해서인지 나는 태국에서 사역하면서 교인들에게 무엇을 별로 받아본 기억이 없다. 누군가 싸구려 넥타이 하나 해준 기억이 날 뿐이다. 받기만 하고 줄줄 모르는 태국 노동자들에게 이것도 좋은 교육의 기회였다. 껄끄러운 공장 사장이라도 정성 담긴 선물을 마다할 이가 있겠는가.
지난 토요일에는 처가 식구들과 함께 모였다. 우리 형제들은 오형제인데 그날 조사를 해보니 토요일 대부분 처가에서 모이는 날이었다. 한국 사회가 '가모장 사회'로 진입했다고 신문 기사가 나오는데 사실인듯 하다. 남자 형제만 있는 우리 집안은 부친 소천하고 모친이 병원에 장기 입원한 이후로 명절 모임에 대한 응집력이 약해졌고 그 대신 처가쪽들은 응집력이 강하다. 우리는 양가 모두 신앙생활을 하는 집안이고 목사는 나 혼자이기에 예배를 드리면서 말씀을 나누는 특권이 감사하다. 이제 우리 딸들과 조카들이 청년기에 들어섰기에 가족의 중요성과 성령을 의지하며 살아야하는 삶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의미가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가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어제 주일은 수유리 영락기도원에서 진행중인 태국인 집회에 참석하였다. 우리 교인들은 14명이 참석하였고 전체 190명 참석하였다. 열린교회가 우리가 시작 당시 한달에 한번 아내와 내가 가서 도왔는데 이제는 정진학 전도사가 매주 예배를 인도하고 도우면서 이번에 16명이 참석하는 성장을 했으니 기쁜 일이다. 룽루완 집사와 함께 공장일을 하는 솜차이가 이번에 은혜를 받고 예수님을 영접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강당 앞에서 솜차이를 만나 구원의 확신을 확인후 함께 기도해 주었다. 역겨운 담배냄새가 아직 가시기 않았으나 '담배 끊고 술도 끊고 가정을 회복'하길 기도하였다. 본인도 그것을 진정 원했다. 집회후 함께 모두 교회에 와서 점심을 준비하는데 솜차이가 태국의 딸이 보내온 앨범을 보여주었다. 간호대 졸업하는 딸이 간호사 모자를 쓰고 예쁘게 찍은 사진이다. 가정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솜차이가 바른 삶은 다짐하는 한 이유 가운데 하나밖에 없는 딸일 것이다. 자녀와 가족에 대한 의무가 삶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첫댓글 솜차이가 교회생활을 잘 하도록 기도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