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첩보 액션 영화의 걸작 본 시리즈를 살짝 카피했지만 아주 잘 만든 영화다.
영화 제목이 <베를린>인 것은,
분단 독일 시절에 베를린이 전세계에서 가장 첩보원이 많았던 도시여서
첩보물로는 베를린이 함축적일 것 같아서 유승완 감독이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냉전 시대 베를린 길거리의 10명 중 6명은 스파이였다고 한다.
냉전 시대가 끝나고 지금도 여전히 그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대의 비극이 남아 있는 그 곳 베를린에서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그만큼 비밀스럽고 위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류승완 감독-
그 첩보원들의 도시, 베를린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베를린주재 북한 대사관. 대사는 리학수(이경영 분). 그는 평양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미대사관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한다. 그의 통역관 련정희(전지현 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망명사건에 휘말린다.
련정희의 남편이자 사상이 투철한 북한의 최정예 베르린 상주 요원 표정성(하정우 분)은 아내를 의심한다. 하지만 북한대사 리학수가 망명을 시도하려는 것도, 표종성의 아내 련정희가 망명 의심을 받는 것은 모두가 평양의 세력 동중호와 그의 아들 동명수의 탐욕과 모략 때문이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권력이 교체 될 때, 김정남 편에 섰던 동중호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최고자리에 오른 김정은의 신임을 얻어 권력을 보존하는 동시에 유럽외교의 핵심부인 베를린을 접수하기 위해, 리학수와 표종성을 반역자들로 만들어 제거하고자 아들 동명수를 보낸다. 동명수(류승범 분)는 표종성의 제자. 제자가 자기 조국에 충성하는, 조국에 필요한 스승을 배반한다.
북한 최정예 요원 표종성과 그를 배반한 그의 제자 동명수의 대결이 이 영화의 중심이다.
망명 성사 전에 리학수를 제거한 동명수는 련정희를 함정에 빠뜨려 남편 표종성까지 제거하려 하지만, 표종성은 도망치게 되고 련정희는 동명수의 인질이 된다.
한편 극렬한 반공주의자로서 북한의 불법무기거래 동향을 감시하던 국정원의 베를린 요원 정진수(한석규 분)는 자신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던 표종성의 존재를 포착하고 그를 추적하다가 그가 북한 동중호의 모략에 빠져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그를 도와 련정희를 구출하고 동명수를 제거하는 일에 힘을 합치게 된다.
영화 본 시리즈 1편, <본 아이덴티티>의 갈대 숲에서의 일대일 전투장면을 연상케하는 최후의 이대일 갈대숲 대결에서 마침내 표종성은 동명수의 경동맥에 동명수의 필살의 무기 독침을 꽂을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잠시 망설이는 표종성을 향해 동명수가 "죽일테면 죽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순간,
"사람은 배신하지"
라는 말과 함께 표종성은 동명수의 경동맥에 독침을 꽂는다.
이 영화를 재미로 보면 잘 연출된 액션첩보 영화이고,
의미를 찾아서 본다면 [배신]이라는 주제를 가진 영화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재미와 의미 두 개를 다 보았다.
재미는 영화가 끝나면서 잠시 후 사라지는 것이고, 지금은 의미가 남았다.
배.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도덕한 행위.
우리 주위에서 그 배신은 쉽게 볼 수 있다.
국가가 그 국가를 위해 충성한 일군을 저버리는 것은 배신이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과 안전을 저버리는 것도 배신이다.
부모가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리는 것도 배신이고, 자식이 의지없는 부모를 외면하는 것도 배신이다.
불륜도 배신이며, 백년가약을 서약한 배우자를 버리고 이혼하는 것도 이유야 있겠지만 기실 배신이다.
갚아야 할 금전을 지불하지 않는 것도 신뢰를 깨는 배신이다.
우정을 저버리는 것도 배신이며, 서로 믿고 일하던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것도 배신이다.
말하자면,
전쟁, 학살, 살인, 강간, 강도, 사기, 절도, 폭력, 배임, 횡령, 착취, 불법, 탈법, 편법, 거짓말,
증오, 무질서, 돈떼먹기, 비방, 약속안지키기, 험담하기, 이간질...
인간이라면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하는 것은 모두가 다 배신이다.
인격과 인권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 배신이 너무 많다.
아마 <황해, 2010>의 나홍진 감독처럼, 류승완 감독도 그런 세상을 고발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에필로그.
아!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배가 부르다. 하여 난 지금 배불린에 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며 끝없이 삼키려는 탐욕의 도시가 아닌,
먹으면 바로 배가 부른 신뢰의 도시, 배불린에...
첫댓글 과식도 배신일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너무 많이 취하거나 갖는 다는 건
누군가의 몫을 가져오는 배신! ㅋㅋㅋ
뱃살을 빼면 배에 대한 배신일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