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공항으로 가는 길은 어제 밤에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로마시내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았다. 공항에서 카이로행 비행기를 타는데 이번에는 휠체어를 따로 부치지 않고 비행기에 실어달라고 하였다. 탑승구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통과시키고 나와 로사언니만 남았는데 직원들이 전화통화를 한참이나 한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나 때문인 것 같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곳이 멀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다 계단이 많으니까 특별한 차가 왔다. 휠체어가 오르기 편리하게 생긴 리프트카였고, 이동하기 편리한 의자에 옮겨 태워서 안전하게 비행기에 태워주었다. 티켓을 보니 출입구 가까운 곳으로 자리도 바꿔주었다.
일행들은 내가 비행기에 타지 못했을까봐 걱정을 한 것 같다. 장애인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 특별한 배려를 해주는 것을 처음 보니 황송할 따름이다. 그들에게는 배려와 양보가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 내심 부러웠다. 로마에서 10시 20분 비행기로 출발하여 오후 3시 55분(현지시각, 로마와 시차 1시간) 이집트의 카이로에 도착했다(점심은 기내식). 내릴 때도 역시 맨 나중에 내렸다. 미리 연락이 되어서인지 특수차가 와서 나를 태워다주고 휠체어를 찾아다 주었다. 이집트의 가이드 카타리나 자매님과 현지인 보조가이드 한 사람이 동행하였다(경찰도 1명 동승).
카이로국립박물관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박물관 관람을 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으로 선사시대의 유물과 미술품, 미이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삶에 대한 애착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박물관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휠체어에 앉아서 설명을 들으려니 사람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애로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더구나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나서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는데, 미로 같이 생긴 박물관 안에서 휠체어를 탔다 목발을 짚었다 하려니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급기야 자매님들 여러 명이 아예 휠체어를 들고서 계단을 올라갔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저녁 식사(한식)를 하고 콩코드호텔에 도착하여 연회장 한쪽에서 프란치스코 신부님주례로 미사를 드렸다(오후 8시 30분). 순례를 하면서 처음으로 드리는 미사인데다 우리 조(1조: 권옥 로사, 김영숙 모니카, 반기옥 미카엘, 박순덕 크리스티나, 홍석은 카타리나)가 맡아서 하니 새롭다.
주님 세례 축일에 우리도 새로운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기도드렸다.
첫댓글 첫미사의 전례담당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